윤주형 열사

복직투쟁 비정규직 또 목숨 끊어

참된 2013. 1. 2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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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투쟁 비정규직 또 목숨 끊어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한겨레     등록 : 2013.01.29 20:02 수정 : 2013.01.29 21:46

 

기아차 하청 해고자 윤주형씨
노조 활동하다 폭행 휘말려 해고
지난해 복직자 명단서 빠져 실의
대선 뒤 5명째 노동문제로 희생

 

기아자동차 하청업체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3년간 복직 투쟁을 벌이다 처지를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 대통령 선거 뒤 해고와 노조탄압 등으로 괴로워하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가 5명에 이르게 됐다.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29일 기아자동차 하청업체 해고노동자 윤주형(35)씨가 28일 밤 11시께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가 사망 전 지인에게 ‘미안해. 그동안 고마웠어’라고 적힌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지인이 윤씨의 집을 찾았더니 윤씨가 밧줄로 목을 매 숨져 있었다”고 밝혔다. 방에는 윤씨가 자살 직전 마신 듯한 소주병 1개가 놓여 있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소속 조합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2007년 2월 기아차 화성공장에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윤씨는 2008년과 2009년 민주노총 기아자동차지부 대의원을 맡으며 노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다 2010년 4월 사내 폭행 시비에 휘말려 징계해고를 당했다. 지난해 9월 타결된 기아자동차 노사 단체협상에서 일부 해고자의 복직이 받아들여졌으나, 사쪽이 끝내 윤씨의 복직을 거부하면서 더욱 실의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가 스스로 목을 맨 곳은 3평 남짓한 방 한칸이 전부인 월셋집이었다. 윤씨는 복직투쟁을 하는 동안 동료들이 모아주는 돈과 일용직 노동을 하며 번 돈으로 근근이 생활해왔다. 미혼이었던 윤씨는 함께 사는 가족도 없었다.

 

 

숨지기 닷새 전인 23일 윤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작성한 글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한 동지. 혁명과 노동자를 외치던 수많은 활동가들은 아무도 그의 고민을 몰랐다. 죽고 난 그를 놓고 말잔치를 벌이는 현실은 차갑다 못해 비정하구나. 노동자의 힘으로 현장과 세상을 바꾸겠다면서 노동자들과 제대로 관계 맺고 있는 것인가?”라고 적혀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윤씨가 두장짜리 유서를 남겼는데, 비정규직 복직을 적극 돕지 않는 정규직 노조에 대한 불만이 주로 쓰여 있다. 민감하고 거친 표현이 있어 상세 내용을 공개할지 말지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평소 윤씨와 친분이 있었던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은 “윤씨는 한진중공업·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복직을 위해 늘 밝은 모습으로 앞장서 연대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9월 끝내 복직이 무산되자 우울해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이런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해고자복직 투쟁위원회’는 29일 성명을 내어 “회사가 그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다면, 윤씨가 복직의 희망을 꿈꿀 수 있었다면 이렇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씨의 주검은 화성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민주노총 기아차지부 해고자복직 투쟁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하던 동료들이 유족을 대신해 장례 준비를 하고 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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