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님의 노래여 나오너라

[스크랩] [노래여 나오너라 17] 왜 동요에는 `생활`이 없을까?

참된 2013. 1. 15. 16:54
왜 동요에는 '생활'이 없을까?
[노래여 나오너라 17] 이영미 선생님의 민중가요 이야기
지금은 노동자 시대   지금은 노동자 시대에게 메일보내기

  오늘은 김영동의 노래를 가져왔습니다. 국악작곡자이자 대금연주자이시죠.
  
  참 흥미로운 것은 원래 초창기에는 모든것이 한꺼번에 있다가 나중에 분화가 된다는 건데요. 지금 우리는 김영동 따로 김민기, 장선우, 임진택 모두 이렇게 따로따로 알고있는데 원래 이분들은 그 당시에 모두 한덩어리였다고 할수있습니다. 김영동이라는 사람은 특히 사회의식이 별로 없을것같은 국악과를 다녔던 학생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런 류의 노래를 짓게되었을까요? 마당극과 탈춤을 하는 친구들과 엮여서 그렇구요.
  
  엮임의 동기는 역시 김민기입니다.
  
  

△ 김영동 ⓒ

 김민기, 김영동 그리고 현재 한양대 작곡과 교수인 이종구, 그리고 현재는 도자기를 하시는 김구한씨 등등이 같이 몰려다니고 그랬습니다. 김구한씨는 서울대 국악과에서 대금을 전공했고 김영동씨가 그 후배였죠. 이 두분은 이렇게 해서 연이 닿으신거구요. 김구한씨는 국악과를 다니다가 손가락을 다쳐서 더 이상 대금을 할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공부를 다시하고 서울대 미대를 들어가죠. 악기를 한번 도자기로 구워보고싶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이렇게 해서 김민기씨를 만나게 됩니다. 범상치않은 두 사람이 만났죠.
  
  70년대 초반에 마당극과 탈춤의 붐이 막 일어나면서 정립되기 시작할때 김영동이 장단을 가르쳐주고 노래를 하나 지으면 이 몰려다니던 사람들이 다같이 고쳐보고 이런식의 공동 창작품이 많았다고 그래요. 김영동씨는 이렇게 마당극과 함께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갔구요. 또 연극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70년대 후반에 '한네의 승천' 이라는 연극음악을 작곡했습니다. 손진책, 허규 등의 분이 함께했던 극단 '민예' 에 가서 관여하기도 했구요.
  
  국악과 학생으로서는 굉장히 넓은 행보를 보였던 국악도가 된 셈이죠.
  
  
△ 김영동-슬기둥 노래음반 ⓒ

 그 이전까지 우리나라 가요계에서는 신민요만 존재했다면 드디어 김영동에 이르러서 국악가요라는 것이 생겼다고 얘기할 정도입니다. 이후 이 국악가요의 전통을 '슬기둥' 등이 쭉 받아안고있죠. 지금은 국악가요가 상당히 많이 창작되고 있는데 이들의 바로 선배격이라고 할수있습니다.
  
  김영동이 없었다면 이렇게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국악가요 활동들을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오늘 김영동의 창작곡 중에 '누나의 얼굴' 이라는 작품을 먼저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이 노래는 '서시' 의 시인인 윤동주님이 일제시대에 썼던 동시입니다. 이 동시에 김영동씨가 국악적인 선율을 붙인 노래입니다. 가사도 조금 바꼈어요. "누나의 얼굴은 해바라기 얼굴 해가 금방지면 일터로 간다" 에서 "일터로 간다" 를 "공장에 간다" 로 바꿨는데 이 대목에서 굉장히 현대적인 감각을 느낄수 습니다.
  
  그 당시 70년대에 일터라는것은 곧 공장 아니겠는냐는 생각, 그렇게 바꿔내는 감각은 마당극운동 등을 함께하지 않았다면 참 나오기 힘들다고 보구요. 아마 여기에도 여러사람의 입김이 닿았으리라고 저는 짐작을 합니다.
  
  이 노래가 공식적으로 김영동 작곡의 노래가 된 것은 70년대 후반에 김영동의 작곡발표회때부터입니다.
  
  그 동안의 국악스타일로 지어졌던 노래들을 김영동의 이름으로 밀어주는거죠. 75년에 이종구 작곡발표회도 있었는데요. 역시나 이 온갖 멤버들이 다 가서 마당극을 해주기도 했죠.
  
  당시에 발표 통로가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통로가 조금이라도 열리면 다 그쪽으로 밀어주는겁니다. 발표회때 맞춰서 몰아서 발표하기도 하구요.
  
  이 노래는 김영동 작곡 발표회때 발표된 작품이기도 한데 아주 초기부터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 등의 학생들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괜찮기도해서 주목들을 많이 했죠. 분명히 기타로 치는 노래인데 아주 국악적인거죠. 김춘하, 김세레나의 노래 분위기가 아닌 새로운 감각의 노래라는 생각을 합니다.
  
  국악과 포크를 접합시킨 사례중에서 아주 성공적인 노래로 평가받는 노래이기도 한데요.
  
  '슬기둥' 이 김영동의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슬기둥의 노래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누나의 얼굴 듣기>
  
  다음은 합창으로 개구리 소리를 묘사하는 대목이 참 재밌기도하고 슬프기도 한 김영동의 노래 '개구리소리' 입니다.
  
  70년대말 혹은 80년대 초에 만든것으로 알고있는데요. 이때부터 김영동씨는 굉장히 부지런하게 음악을 만듭니다. 80년대 초반에는 영화음악으로 쓰이기도 했던 '어디로 갈꺼나', 그리고 '한네의 승천', '누나의 얼굴', '개구리 소리', '애사당' 등등 연극과 관련된 혹은 이렇게 있는 시를 가지고 국악을 붙였던 노래들을 상당히 많이 축적해 놓습니다 .악보로만 남아있는 노래도 있고 '슬기둥' 음반으로 음원이 남아있는 노래도 있구요. 또 연극음악으로 존재한다고 흔히 알고있는 노래들도 있구요.
  
  이 노래의 가사는 이오덕 선생의 시 입니다.
  
  
△ 고 이오덕선생 ⓒ

 한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남기신 분인데 이 당시 이오덕 선생은 한글에 대한 이야기보다 아이들의 교육문제 혹은 글쓰기 문제에 아주 예리한 비판을 가했던 초등학교 선생님이셨어요. 나중에 교장선생님까지 하셨는데 계속 시골에 머무르시면서 시골아이들과 늘 함께 했었구요.
  
  우리는 동시 혹은 아동문학 하면 늘 꽃같이 이쁘고 아름다워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늘 즐거운 이야기만 합니다.
  
  이상하게도 동요의 세계에는 생활이 없어요.
  
  생각해보세요 "숲속의 매미는 마음도 좋아" 글쎄 이런 가사들이 아이들 생활의 전부일수 있을까요? 시골아이들에게는 생활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서울아이들에게는 사실 생활도 아니죠.
  
  매미를 자세히 본적도 없을테고 매미소리는 들어봤을테지만 아파트단지에서 몰려다니는 그냥 시끄러운 놈들, 이 정도로 생각하죠. 사실 이 자체가 생활일수 있는데 말이예요. "숙제때문에 미칠것같다" 이런 이야기는 없습니다. "동무들아 오너라 서로들 손잡고 놀러가자" 이런 노래 일색이죠.
  
  봄이 되면 늘 엄마아빠 손잡고 친구들 손잡고 놀러가는 이야기기 대부분입니다. 왜 동요에는 아이들의 삶이 없느냐는거죠.
  
  
△ 고 이오덕선생의 자필 ⓒ

 이것에 대해 비판을 하면서 이오덕 선생은 아이들이 솔직하게 글쓰기를 할수있도록 가르치고 초등학교 아이들이 직접 쓴 시를 발표합니다.
  
  "아이들은 지금 이런 삶을 사고있지 않느냐. 우리 교과서에 나와있는 동시, 동요는 모두 가짜다"
  
  그런 비판적인 아동문학론을 쓰면서 이오덕선생 자신이 직접 쓴 동시도 발표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개구리소리' 라는 동시인데요. 이를 김영동이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한가지를 좀 유심히 봐주시길 바래요.
  
  노래에서는 가사가 "학교에서 늦게와서 꾸중듣고 엎드려 잠든 내동생 꿈속에 울어라 개구리야" 이렇게 되어있는데 원래 애초에 이오덕선생의 시에서는 이렇습니다. "학교에 낼 돈 걱정하다 늦게 왔다고 꾸중듣고 저녁굶고 엎드려 잠든 내동생 꿈속에 울어라 개구리야" 너무 기가 막히죠.
  
  아이들의 삶은 이렇다는 이야기를 이오덕 선생은 보여주고 싶은게 목표였는데 그게 문자로까지는 즉 책으로까지는 나올수 있었지만 음반으로는 가사가 검열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낼 돈 걱정하다 늦게 온것이 학교에서 놀다 늦게 온것' 이 돼버렸죠.
  
  옛날에도 학교에서 무슨무슨값 내라는게 참 많았어요. 문구값도 당시 소득수준에 비하면 상당히 비쌌구요.
  
  그 당시 초등학교때 저의 기억에도 가난한 아이들은 맨날 도화지 못사서 오고 그랬거든요. 제가 20대 중후반에 근로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문학써클같은것을 했었는데 그 중에 한 분이 그러더라구요. 자신은 한번도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려본적이 없다구요. 미술시간은 늘 손들고 무릎꿇고 앉아있는 시간이었다고... 학교에 낼 돈을 걱정만 하죠. 엄마에게 얘기해도 낼 돈이 없는건 뻔하구요.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학교에서 놀다 늦게왔다고 밥도 안 주는 거죠. 그 내용을 형 만이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내 동생 꿈속에 울어라 개구리야" 이렇게 형은 노래를 합니다.
  
  김영동의 목소리로 들어보시겠습니다.
  가사가 어쩔수 없이 바뀌었지만 원래의 가사를 생각해보시면서 들으시면 느낌이 조금 다르실겁니다.
  
   <개구리 소리 듣기>

출처 : 장윤영,새하,새결이집
글쓴이 : 장윤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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