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님의 노래여 나오너라

'바람이 분다'와 '탄아탄아'를 아세요?(2006.2.26)

참된 2009. 9. 19. 02:37

'바람이 분다'와 '탄아탄아'를 아세요?

[노래여 나오너라②] 이영미선생님이 들려주는 민중가요이야기

지금은노동자시대  민중의 소리
 
 
 
오늘은 60년대중반정도에 불려진것이 분명해보이는, 내용을 보아하니 그렇게 추측이 되는 노래예요. '바람이 분다' 라는 노래인데요.

제목이 따로 있는게 아니죠. 왜냐하면 첫 시작이 '바람이 분다'에요.
그런거 많죠? 여러분, 황성옛터라는 노래 아시죠? "황성옛터에 밤이 드니 월색만 고요해.."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요. 이 노래의 원래 제목이 '황성의 적(흔적)' 이거든요. 그런데 처음 시작이 "황성옛에..."로 시작이 되니까 그냥 제목이 "황성옛터" 가 되는것처럼 말이죠.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라는 노래가 특히 자연발생적으로, 누가 지었는지 모르게 집단적으로 창작된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 구조가 민요의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예요. 후렴귀가 확실합니다.

아리랑에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를 넘어간다" 진도아리랑에서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났네" 가 반복되잖아요. 이 부분만 알면 노래에 합류할 수 있어요. 그리고 한사람씩 뭔가 하나씩 내용을 덧붙여 가는 거죠. 4절이니 5절이니 정해놓을 필요 없이요. 이런걸 '민요의 개방성'이라고 하는데요. '바람이 분다'도 그렇습니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라는 후렴귀가 반복이 되죠.
1절은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현해탄에서 불어온다" 이렇게 시작되고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태평양에서 불어온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연해주에서 불어온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동빙고에서 불어온다" 이렇게 2,3,4절이 계속됩니다.

이렇게 일정한 구조가 있고 그 구조안에 새로운 말을 집어넣으면 노래가 되도록 돼있구요. 가사를 봤을때 처음 시작은 일본에 대한 반감으로부터 노래를 시작했을거라고 보여지구요. 미국,소련...이렇게 절이 계속 불어나거든요.

이 노래가 60년대 중반에 만들어졌을것이라고 추측되는 이유는 60년대중반 한국현대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 있었죠? 일본과의 관계에서 말이죠. 그래요. '한일수교'가 있었습니다.

학생들이나 지식인 세력들은 이런 굴욕적인 한일수교는 할 수 없다는 반대시위를 굉장히 많이 벌였는데요. 그 유명한 '6.3데모' (6.3사태)라고 하는 시위를 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65년에 수교를 하게되죠. 그런 맥락을 생각하시고 이 노래를 한번 들어보시죠.

'바람이 분다' 듣기

 
'바람이 분다'와 '탄아탄아'를 아세요?

\'6.3\'데모ⓒ 민중의소리

 
"물이 있어도 안 끈다. 소방서원은 휘발유 뿌린다" 굉장히 통쾌하죠? 머리 싸매고 앉아서 오선지 놓고 짓는다고 하면 노래가 이렇게 나올 수가 없죠. 학생들끼리 모여 앉아서 쿵짝쿵짝하면서 만들었을 것 같지 않나요?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게 부르기도 했어요.

2절에서 "양키놈은 엉덩짝만 돌린다" 이렇게 돼있는데 이걸 "양키놈은 츄잉껌만 씹는다" 이렇게 부른 사람들도 꽤 있었죠. 엉덩짝 돌리면서 춤이나 추고 껌이나 찍찍 씹는 미군의 향락문화에 대한 풍자라고나 할까요?

3절은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연해주에서 불어온다 로스께 대사관에 불이 붙었다" 로 시작이 돼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의 연령대부터는 '로스께'라는 말을 확실히 아실 것 같은데요. 소련사람을 좀 비하시킬때 '로스께'라고 많이 불렀죠. 양키, 쪽바리 이런 말처럼요.

이 노래는 역시 지난주에 들려드렸던 '해방가'를 부른 노래모임 '새벽'이 불렀어요. 앞으로 이 카세트 음반을 자주 틀어드리게 될 텐데요. 왜냐하면 당시 서울에서 가장 열심히 중심적으로 활동했던 노래팀이기 때문에 편곡과 연주, 녹음상태가 가장 좋습니다. 이 노래 85,86년에 녹음했을 거에요.

뒤에 나오는 "불이야" 하는 부분은 원래 노래부를 때는 없는 부분이에요. 그냥 계속 절이 늘어나면서 쭉 끝이 없이 불렀던건데 음반으로 취입하려면 뭔가 마무리가 있어야 되잖아요?

당시에 이걸 어떻게 끝낼까 궁리를 하다가 그냥 "불이야" 라고 장난기있게 끝내자고 해서 "불이야" 로 끝냈습니다.

4절에 대한 설명도 좀 드려야할 것 같은데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동빙고에서 불어온다 동빙고 5적촌에 불이 붙었다" 이렇게 부르잖아요. 이건 김지하의 당시 '5적'의 영향인데요. 그래서 이 4절의 가사는 확실하게 70년대 후반이후에 만들어졌을 겁니다.

'탄아 탄아'

두번째 노래는 '탄아 탄아'라는 노래입니다. '최루탄가'라고도 하는데요.

'바람이 분다'와 같은 시기의 노래에요. 이 노래역시 처음 시작이 "탄아 탄아 최루탄아" 이렇게 시작이 되서 제목이 '탄아 탄아'이죠.

곡은 "학도야 학도야 청년학도야...." 일제시대에 불렀던 창가의 곡에다가 불렀구요. 가사는 당시 '6.3데모' 의 주동이었던 시인 김지하가 붙였다고 하죠.

그런데 드라마를 보니까 그 당시에는 "새야 새야 파랑새야" 이 곡에다가 붙여서 불렀나봐요. 하지만 70년대에는 확실하게 "학도야 학도야 청년학도야...." 이 곡에다 불렀어요.

'탄아 탄아'는 노래모임 '새벽'도 취입해서 불렀던 적이 한번도 없는 노래예요. 작년에 방영이 되서 요즘에 재방송을 다시 하고 있는 EBS 다큐멘터리 드라마 '지금도 마로니에' 중에서 연기자들이 이 노래 일부분을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그 음원으로 들려드릴까 합니다. '지금은 노동자시대'에서 이 귀한 음원을 발췌해주셨는데요. 한번 들어보시죠.

'탄아 탄아' 듣기

교가보다 더 많이 불렀다는 가사가 인상적이죠?

가사중에 “탄아 탄아 최루탄아 팔군으로 돌아가라" 라는 대목이 있는데요. 우리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미8군이니까 미국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이고 미군이 지원한 최루탄이라는 생각이 있는 거겠죠.

그런데 사실 이 노래는 저희 세대가 80년대 불렀을때는 이랬거든요. "탄아 탄아 최루탄아 자유의 광장을 넘보지 마라 주책없이 넘보는 최루탄속에 민족의 영혼은 통곡한다 봉아 봉아 경찰봉아 자유의 광장을 넘보지마라..." 이랬거든요.

그런데 드라마속에서는 "법아 법아 반공법아..." 이렇게 불렀다고 하는데 역시 개방된 노래구조라는게 읽혀지죠. 얼마든지 붙일 수 있죠.

이런 종류의 노래가 모여앉아서 하나씩 돌아가면서 새롭게 붙여가고 새롭게 창작을 하고 그러면서 이 노래가 우리의 것, 내 것이 되어가는 경험을 했던 거죠.

이 당시에는 이렇게 '6.3 데모'와 관련된 60년대 중반의 노래가 굉장히 많았구요. 물론 당시에는 노래를 부르면서 데모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해요. 요즘에는 데모 현장에서 노래가 빠지지 않잖아요? 당시의 데모 양상은 정치 연설 중심의 분위기였다고 그래요. 데모 주동자들이 나중에는 국회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았구요.

제가 60년대 학번 선배들에게 "당시에는 도대체 뭘 부르면서 데모를 하셨어요?" 이렇게 물었더니 해방가는 확실히 불렀다고 그러구요. 또 3.1절노래도 불렀다고 하시더라구요 "기미년 3월1일 정오..." 이렇게 시작하잖아요. 반일감정을 살려주는 노래로써 '3.1절노래' 가 어떤식으로든 필요했던 거죠. 그 노래를 부를때 굉장히 가슴이 뭉클하셨다고 해요.

"3.1운동 정신을 생각하면서 '어찌 일본놈들이 경제력을 앞세우면서 들어올 수 있나 하는 생각, 어찌 우리가 그들하고 손을 잡고 수교를 할 수 있느냐'하는 울분이 당시 학생들에게 있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주에는 60년대를 마무리하면서 노래 두곡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바람이 분다'와 '탄아탄아'를 아세요?

EBS \'지금도 마로니에는\' ⓒEBSⓒ ⓒEBS



<바람이 분다-가사>


1.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현해탄에서 불어온다
쪽발이 대사관에 불이 붙었다 잘탄다(잘탄다) 신난다(신난다)
쪽발이는 게다짝만 돌린다 불은 붙어도 물이 있어도 안끈다
랄라랄라랄라라 랄라랄라랄라라
소방대원은 휘발유 뿌린다 잘탄다(잘탄다) 신난다(신난다
쪽발이는 게다짝만 돌린다

2.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태평양에서 불어온다
양키놈 대사관에 불이 붙었다 잘탄다(잘탄다) 신난다(신난다)
양키놈은 엉덩짝만 돌린다 불은 붙어도 물이 있어도 안끈다
랄라랄라랄라라 랄라랄라랄라라
소방대원은 휘발유 뿌린다 잘탄다(잘탄다) 신난다(신난다)
양키놈은 엉덩짝만 돌린다

3.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연해주에서 불어온다
로스께 대사관에 불이 붙었다 잘탄다(잘탄다) 신난다(신난다)
로스께는 시계줄만 돌린다 불은 붙어도 물이 있어도 안끈다
랄라랄라랄라라 랄라랄라랄라라
소방대원은 휘발유 뿌린다 잘탄다(잘탄다) 신난다(신난다
로스께는 시계줄만 돌린다

4.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어 동빙고에서 불어온다
동빙고 도적놈에 불이 붙었다 잘탄다(잘탄다) 신난다(신난다)
도적놈은 골프채만 돌린다 불은 붙어도 물이 있어도 안끈다
랄라랄라랄라라 랄라랄라랄라라
소방대원은 휘발유 뿌린다 잘탄다(잘탄다) 신난다(신난다
도적놈은 골프채만 돌린다.
 
 
·기사입력 : 2006-02-26 17:07:08 ·최종업데이트 : 2006-02-27 09:0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