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님의 노래여 나오너라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도 민중가요일까요?(2006.2.20)

참된 2009. 9. 18. 04:26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도 민중가요일까요?

[노래여 나오너라①] 이영미선생님이 들려주는 민중가요이야기

민중의 소리  2006-02-20

 

 

 

지금은노동자시대
안녕하세요? 이영미입니다.

얘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까가 상당히 어려운 대목입니다.
왜냐하면 "민중가요가 도대체 뭐길래?" 라는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어디서부터 시작할 건지도 가닥이 잡히겠지요.

김민기노래가 나올 때 즈음, 70년대 초반으로 보는 분들도 계시구요. 그런데 그보다 더 일찍 4.19혁명때도 데모를 했는데 데모를 했으면 노래를 부르지 않았겠나 까지에 생각이 거슬러 올라갑니다. 요즘처럼 그렇게 많이 노래를 부르면서 데모를 하지는 않았다고 그래요. 그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면 말이예요.

항상 공동체의식이 필요한 인간집단에는 노래가 따라다닙니다. 데모의 현장만은 아니죠. 예컨대 교회에 가면 찬송가를 부르고 군대에서는 군가를 부르고 또 학교서는 교가를, 응원할때는 응원가를 부르듯이 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면 뭔가 하나가 된다고 생각하게 되죠. 갑자기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같은 느낌말입니다. 노래는 그렇게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도모하거나 마음을 맞추려고 할 때 늘 있게 되는 거니까 일제시대에도 사회운동이 있었으니 노래가 불려졌겠죠.

그럼 데모할때 부르는 노래가 민중가요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민중가요의 상당수는 오히려 데모자리에는 전혀 어울리지않는 즉, 혼자 있을 때 불러야 혹은 들어야 더 좋은 감상용 노래들도 있죠. 예컨대 노찾사의 '사계' 는 민중가요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데모할 때 이 노래를 부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운동권이 부르는 노래가 민중가요일까요?
그럼 운동권이 아닌 사람은 부르지 말라는 말이 될수있죠.
또 어떤분들은 사회의식이 있는 노래가 민중가요라고도 하죠.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도 민중가요일까요?

서태지와 아이들 3집ⓒ 민중의소리

 
 
90년대 이후부터는 사회비판의식이 있는 대중가요들이 나옵니다. 예컨대 서태지와아이들의 '교실이데아'를 민중가요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미칩니다.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 3집이 나왔을 때 즉 인터넷이 아닌 나우누리 등의 컴퓨터통신상에서 '교실이데아' 와 '발해를 꿈꾸며'를 민중가요로 봐야 하느냐라는 엄청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죠. 그렇게 생각하면 90년대는 사회비판적인 대중가요가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럼 도대체 대중가요와는 뭐가 다른걸까요?

물론 규정을 하는 분들마다 다 다를거예요. 저 나름대로 고민한 결과는 이런겁니다.

대중가요는 애초에 만들어지는 제작의 방식이 상업적인 대중가요 시장안에서 움직이는 것이죠. 상업적 음반 혹은 상업적 공연을 위해서 제작되고 발표되는 것들이죠. 반면에 민중가요는 상업적인 대중가요시장 바깥에서 존재합니다. 팔아먹기위해 만든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이 노래가 필요한 사람들끼리 그냥 만든 거죠. 누가 지었는지도 모르는 민중가요가 훨씬 태반으로 맞다는 얘기입니다. 뭔가 다른 노래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었던 거죠. 기존의 노래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우리의 표현욕구를 채워주는 그런 노래가 필요했던 거죠. 그 노래들을 필요한 사람들이 스스로 주워모아서 자기들끼리 불렀습니다.

거기에는 뭐가 있냐면 기존의 대중가요나 가곡등의 노래가 별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반성적 의식이 전제되어 있죠. 민중가요를 부르는 사람들의 의식은 뭔가 다르다고 보는데요. 민중가요를 일단 좋아하기 시작하면 대중가요를 부르지말아야할것같다는 생각을 하고있고 실제 그런 금지의식을 갖고있어요. 뭔가 획일적이고 건강하지않고 우리의 의식을 마비시킨다는 경계의식 혹은 반성의식을 갖고있다는 거죠.

즉 기존의 노래문화에 대한 반성의식을 갖고있으면서 기존의 음반시장을 벗어나서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는 노래문화를 저는 민중가요라고 봅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도 민중가요일까요?

갑오농민전쟁, 천변풍경 (박태원 저)ⓒ 민중의소리

 
 
독특하게 생겨나는 시기가 있었어요. 70년대 후반이라고 할수있는데요. 그 이전까지는 데모노래가 있었어도 데모노래부르는 학생들이 그냥 대중가요도 불렀거든요. 그러나 70년대 후반부터는 특히 대학의 운동권들이 민중가요만 부르고 대중가요를 부르는 것을 죄스럽게 생각했죠. 내가 이런 향락적인 문화에 빠져도 되나 하는...
이게바로 반성적 의식을 갖고있다는 얘긴데요. 그런 의식이 싹트기 시작하게 70년대 후반부터이고 그 이전은 아닙니다.

지금은 옛날처럼 대중가요들이 그렇게 획일적이지만은 않다고 봐요. 물론 대중가요는 팔아먹어야되는 노래이고 적어도 1만부, 2만부 팔려야되는 노래이기때문에 어느 정도는 다수대중들을 상대로 하고있고 상업적인 공간에서 먹힐만한 노래를 만들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96년 이후부터 음반에 대한 검열이 없어졌어요. 그리고 인디앨범이라고하는 것이 90년대 후반에 만들어졌죠. 소량을 만들어서 파는 대중가요를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소수고 못살며 유명하지는 않은 사람들이긴 합니다만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민중가요를 하는 사람들과 비슷해지는 양상이 있죠.

그리고 민중가요를 하는 사람들은 예전에는 집단으로 몰려다녔는데 요즘에는 거의 각개 가수로 다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그 양쪽에서 겹쳐지는 공간이 생기는거죠.

옛날만큼 그 선을 그을 수 있는건 아닙니다만 중요한 본질은 기존의 대중가요에 대한 반성적 의식이 있을것, 그리고 상업주의에 대한 경계, 검열때문에 만들어진 금기의 영역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생각을 함께 갖고 있는 노래였다는 겁니다.

70년대 후반부터 우리가 민중가요라고 부르기 시작한 노래들중에서 그 기원이 훨씬 옛날부터 있었던 노래들을 오늘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해방가' 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어둡고 괴로워라 밤이 길더니..."이렇게 시작하는 노래인데요. 이 노래는 4.19때도 불려졌대요. 그리고 이노래에 대한 악보를 찾아보면 1945년 해방직후에 만들어진것으로 돼있습니다. 원래 제목은 '독립행진곡' 입니다. 이 노래는 3절까지 있는데 개인 작사.작곡자가 있는 것이 분명한 것 같더군요. 민중가요 중에는 개인 작사작곡자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러니까 누군가가 만들었고 또 덧붙이고 덧붙여서 지금까지 온 것 같은 노래가 많아요. 민요처럼 말이죠.

나중에 공부를 하면서 보니까 이 노래를 지은 작곡자가 김성태 선생님이었습니다.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구만리..." 로 시작하는 가곡 '이별의 노래' 와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로 시작하는 가곡 '동심초' 등을 지으신 분요. 서울음대 학장을 지내셨던 분입니다. 일제말기에 상당히 많은 친일을 하셨던 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작사가는 박태원님인데요. 월북한 소설가죠. 일제시대까지는 좌파활동을 많이 하신 분은 아니구요. '천변풍경' 이 가장 대표적인 일제시대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이라는 작품도 있구요. 북으로 가서도 역작을 남기셨는데 '갑오농민전쟁' 이라는 대하소설이 있는데 완성을 못하시고 돌아가셨죠. 좌파우파 막론하고 이 노래는 많이 불렀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도 민중가요일까요?

김순남\'해방의 노래\'(악보), 민문연\'해방의 노래\'(앨범)ⓒ 민중의소리

 
 
오히려 좌파가 즐겨부른 노래는 김순남의 '해방의 노래'이구요. 이 노래는 김순남이 월북하면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해방가'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서 살아남아서 60년대 70년대까지 학생들이 데모할 때 불러졌죠.

1945년에 노래 '해방가' 가 실린 음반을 취입하진 않았겠죠. 가사도 그 당시 발표됐던 것과 조금 바뀌었구요. 70년대 80년대 불렀던 가사와 방식으로 녹음돼있는 것이 있습니다.

흔히 '민문연' 이라고 하는 '민중문화운동연합' 이 서울에 있었던 대표적인 문화운동단체였는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노래운동팀이라고 할수있는 노래모임 '새벽' 이 84년에 만들어졌고 '새벽'은 이 '민문연' 에 소속돼있었죠. '새벽' 이 부른 노래로 오늘 들려드릴까 합니다. '해방의 노래' 라고 하는 카세트테잎에 실려있죠.

평소에는 이렇게 안 부르는데 이 음반에서는 앞부분에 특히 아주 느리게 불렀습니다. 성악가스러운 목소리로 말이죠. 가수가 또 성악가 출신이었습니다. 폼나는 목소리로 앞부분을 유장하게 부르고 뒷부분은 행진풍으로 갈수있도록 편곡을 한 건데요. 들어보시면 아주 흥미로우실 겁니다.

해방가듣기
·기사입력 : 2006-02-20 17:37:06 ·최종업데이트 : 2006-02-22 11:3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