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대의원대회 성원부족 유예
현대차, 쌍용차 관련 투쟁 계획 정하지 못해
이정은 기자 참세상 2012.11.20 16:45
불법파견, 정리해고, 노조파괴 등 3대 노동현안에 대해 금속노조가 대의원대회를 열어 투쟁계획을 결정하려 했으나 성원 부족으로 유예됐다.
19일 경주에서 열린 금속노조 33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 대의원들은 노조 집행부가 제출한 ‘당면 투쟁’ 안건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 소속 대의원 등이 수정발의한 ‘금속노조 11~12월 투쟁’ 안건에 대해 2시간 넘게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수정발의 안건에 대해 먼저 표결에 부쳤으나 정족수 미달로 대의원대회 자체가 무산됐다.
노조 집행부가 제출한 안건을 살펴보면 3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도심에서 농성을 시작하고 11월 24일 범국민대회, 12월 7일 금속노조 결의대회, 8일 민중대회 등의 집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또 ‘문제해결의 결정적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12월 10일 이후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진행하되 세부 전술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소속 김효찬 대의원 등 50명의 대의원이 발의한 안건은 지역별로 농성을 진행하고 11월 22일과 23일 잔업 거부, 대선 후보 등록 전후로 1차 총파업, 12월 7일 2차 총파업을 개최하고 12월 10일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3차 총파업을 한다는 내용이다.
먼저 안건 대표 발의자인 김효찬 현대차전주 비정규직지회 대의원이 안건 제안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3대 핵심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힘있게 총파업을 결의해 달라”고 발언하자 박수가 나왔다. 그러나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은 “총파업 결정만 하고 집행이 안 될 경우 문제가 생기니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 달라”고 말했다.
정연철 현대차 울산 변속기사업부 대의원은 “파업 여부는 현대차지부 규약에 조합원 총회를 통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며 “총파업 안건을 조합원 총회에서 통과시킬 수 없으니 대의원들에게 부담 주지 말고 안건을 철회하라”며 언성을 높였다. 김효찬 대의원은 다시 “쌍용차 투쟁은 정말 시급한 문제”라며 “꼭 총회를 열지 않아도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면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상철 위원장은 “총파업을 할 수 있는지 점검이 각 지부별로 돼야 하고, 그동안 투쟁 전술은 중집에서 결정해 왔다”며 총파업 여부를 중집에서 결정하는 원안을 받아들여줄 것을 재차 주문했다.
권병석 현대차 2공장 대의원은 “총파업의 의지가 있다면 실질적 전술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철 위원장은 “파업 일정 잡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파업이 제대로 성사되겠냐”고 물음을 던졌다. 박 위원장은 “시급한 것은 알지만 현장에 선전할 시간 등을 가지고 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박상철 위원장은 “실제 총파업이 가능할까에 대해 대의원대회 전에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논의했으나 바로 총파업을 하기는 어렵고 투쟁을 확대시켜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대의원대회 끝나고 중앙집행위를 소집해 수정발의안 내용을 담아 전술과 기획을 짜겠다”고 말했다.
송성훈 현대차아산 비정규직지회 대의원은 “3대 현안이 오늘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에 적혀 있을 만큼 아주 중요한 금속노조 과제인데 수정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원안을 보며 실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여론을 얻고 있는 지금 신속하게 결의를 모아 투쟁을 해야만 시민들의 지지를 얻으면서 그동안 정리해고, 복수노조 등으로 깨져온 금속노조가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녁 10시 반 경부터 2시간 넘게 토론이 진행됐으나 합의안을 내지 못하자 결국 표결로 처리하기로 했다. 박 위원장이 표결에 부치겠다고 말하자 대의원 중 일부가 대의원대회장을 빠져 나갔다. 결국 성원 확인 결과 전체 598명 중 261명만이 남아 있어 과반에 못 미쳐 대의원대회 자체가 유예됐다.
투쟁계획 안건 이후 논의하려고 했던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지원금 건’과 ‘3대 현안 총력투쟁과 대선에서 새누리당 재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은 논의되지 못했다. 이 날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지 못한 투쟁계획에 대해서는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정할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앞서 오후 2시부터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33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었다. 박상철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3대 과제를 승리하기 위해 오늘 대의원대회에서 힘찬 결의를 통해 하반기 투쟁의 물꼬를 트자”고 발언했다.
문기주 쌍용차 정비지회장은 “김정우 지부장이 40일 넘게 단식하고 있는 천막조차 철거당할 위기”라며 11월 24일 범국민대회에 함께 해 줄 것을 당부했다. 2009년 정리해고 이후 단 한 명밖에 남지 않은 쌍용차지부 대의원 역시 수정안을 함께 발의했으나 수정안은 결국 부결됐다. 문기주 지회장은 대의원대회가 끝난 직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송전탑에 올라 농성에 돌입했다.
한편 대의원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대회장 밖에서는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쌍용차지부, 유성지회 조합원들이 총파업을 호소하며 선전전을 벌였다. (기사제휴=울산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