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화 투쟁, 함께 하기 어려워" | |||||||
현대차지부 "외부세력 개입 경고"…지회 "정규직 연대 큰힘"
이은영 기자 ley1419@hanmail.net 2010년 11월 19일 (금) 12:39:45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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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 요구를 내세우며 19일 현재 5일째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정규직과 정당 및 사회단체의 연대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규직 노조인 현대차 지부는 ‘정규직화’ 요구 투쟁에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차 지부는 비정규직 지회의 공동투쟁을 제안한 것에 대해 18일 저녁 공문을 통해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는 현대차 지부가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해 핵심 요구안에 대한 공동투쟁은 어렵다며, 하청업체 폐업 대책과 정규직화 투쟁의 '분리 대응' 입장을 밝혔다.
"불법파견은 시간 두고 싸워야할 과제"
이에 앞서 지회는 17일 쟁의대책위원회에서 결정한 기본급 90,982원 인상,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 정규직화, 부당해고 조합원 전원 복직과 정몽구 회장의 사과 등 지난 9월 29일 현대차 회사 쪽에 전달한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파업을 지속키로 하고 이 같은 내용을 지부에 전달한 바 있다.
현대차 지부는 19일 발행한 <현자지부소식>을 통해 “이번 사태가 사측이 시트사업부 동성기업 폐업을 구실로, 7월 22일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 이후 급속도로 늘어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조직력을 약화시켜 불법 파견 정규직화 요구를 차단해 나가려는 기획된 의도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이번 파업의 직접 발단이 된 하청업체 폐업 이슈와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 문제를 분리 처리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 지부는 소식지를 통해 “시트 사태와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별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따라서 “이번 사태는 시트 문제에 국한하여 빠른 매듭을 짓고 불법파견 문제는 전체 노동진영의 힘을 실어 시간을 가지고 싸워 나가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지부는 이어 “이번 비정규직 지회 투쟁에 외부세력들의 개입을 단호히 경계한다.”고 연대 세력을 ‘외부’로 몰아가는 회사 쪽의 시각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현대차 지부는 또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조속한 문제 해결을 바라는 조합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비정규직지회가 이후 파행되는 문제점을 고려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동에 돌입한 부분은 우리 모두에게 큰 짐"이라고 말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현대차 지부는 이어 "당장 이번 투쟁에 대한 정규직 동지들의 공감대와 연대의 관점이 부족한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현자 지부 정규직과의 교감 없는 투쟁은 결코 승산이 없”다고 말해 지회가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줄 것을 간접적으로 강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도 사용했다.
"직접 교섭, 직접 고용"
이에 대해 사내하청 지회는 이번 투쟁은 동성기업의 폐업이 직접적 발단이 됐지만, 파업의 원인과 목표는 ‘불법파견’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불법파견 문제가 대화와 교섭으로 해결되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이상수 현대차 사내하청지회장은 19일 발표된 호소문을 통해 “일부에서는 동성기업의 문제가 해결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저희들은 하청업체에서 해고돼 다른 하청업체로 고용되기 위해 싸운 것이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지회장은 또 “대법원 판결도 원청인 현대차가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한 것”이라며 ‘직접 교섭’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 지회장은 이어 “금속노조와 비정규직지회가 교섭을 요구해왔지만, 현대차지부가 교섭과 투쟁에 함께 한다면 저희들에게는 훨씬 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교섭과 투쟁에 함께해 주신다면 전국에서 지켜보고 있는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은 꼭 이길 수 있다”며 연대를 호소했다.
실제로 지난 닷새간 진행된 이번 파업기간 동안 정규직 조합원과 대의원의 지지와 연대는 적지 않은 힘이 됐다. 한 쪽에서 비정규직이 회사 측 관리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다른 한쪽에선 정규직 대의원들이 이들의 파업을 엄호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였다. 대체인력이 투입되면 정규직 조합원들이 나서 이들을 끌어내며 라인을 세우기도 했다.
울산 1공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수적으로도 약자일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투쟁에 정규직 조합원들이 연대하고, 지지해 줘 큰 힘이 된다.”며 “관리자들이 농성장을 침탈하려 할 때도, 정규직 대의원들이 제일 앞에 서서 이들을 막고 있으니, 함부로 밀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규직 노조 내 의견 엇갈려
하지만 이번 지부의 입장 발표로 향후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지속적이고 굳건한 연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부 내에서도 연대 투쟁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규직 대의원은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파업으로 불법파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는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정규직 대의원은 “비정규직지회가 불법파견 문제를 놓고 파업을 벌인 만큼 지회와 현대차가 이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오작교를 만들어주는 게 지부의 몫”이라며 “지회의 입장이 분명히 선 상황에서 지부가 이를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번 사내하청지회의 파업에 대해 “불법파업”이라며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며 공장을 점거한 5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2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강호돈 현대차 부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우리의 일터가 큰 혼란의 수렁으로 빠져 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조업단축뿐만 아니라 휴업조치까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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