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며

철도 비정규직, 천막농성으로 새해맞이(2009.1.2)

참된 2009. 7. 11. 10:57

철도 비정규직, 천막농성으로 새해맞이

251명 정리해고에 반발

 

한겨레 황예랑 기자 이종근 기자

 

 

 

» 박창식 전국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 지부장(왼쪽)과 ‘철도업무 외주화와 비정규직 집단 해고 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 대합실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코레일이 지난달 31일 비정규직 노조원 251명을 정리해고하자 이에 반발해 농성을 시작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떡국 챙겨 먹을 겨를도 없이, 천막농성장에서 새해를 맞았네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소속 비정규 노동자였던 한아무개(50여)씨의 2009년 새해는 서울역 대합실 1층 ‘천막농성장’에서 밝았다. 철도공사에 계약직으로 고용돼 2년 넘게 청사관리원으로 일해온 그는 지난달 31일자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 관련 업무를 민간 위탁업체로 넘긴다는 것이었다. “월급이 20만원은 깎일 텐데 일방적으로 외주업체로 등떠밀더라고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기본급 68만원에 각종 수당을 더해 100만원 남짓 되는 월급은, 한씨 가족에겐 ‘유일한’ 생계비다.

 

지난달 철도공사 노사 합의에 따라, 환경관리·전기업무보조 등 17개 업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250여명은 계약이 종료되거나 민간 위탁업체로 옮겨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들 중 일부는 “공공기관 선진화가 비정규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며 ‘철도업무 외주화·비정규직 집단해고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달 31일 저녁부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2일 천막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손아무개(59·여)씨는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다”며 주름진 손등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2003년부터 ‘전기업무 보조원’으로, 사무실·화장실 청소, 차 심부름, 서류 직접 운반 등을 담당해온 그는 지난달 31일 ‘업무 효율화에 따른 해당 업무 폐지’ 등을 이유로 계약 해지됐다. 노사가 고령자 근무 상한연령을 60살로 합의했지만, 공사 쪽에선 “나이가 많다”며 재계약을 거부했다고 한다.

 

“6년 가까이 한가족처럼 일해 왔는데 억울해요.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면, 천막농성장에서 새해를 맞는 것도 감수해야죠.”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기사등록 : 2009-01-02 오후 07:2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