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며

6.10범국민대회에서 환영받은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참된 2009. 6. 12. 14:13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촛불을 든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

 

시청 광장에서 목 놓아 외친 "해고는 살인이다"

6.10범국민대회에서 환영받은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2009-06-10 21시06분      정재은(eun@cmedia.or.kr)      미디어충청

 

 

 

사진 총괄/ 현장기자


쌍용차 200여명의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와 가족들이 10일 오후5시30분 서울 시청 광장에 성큼성큼 발을 들여놨다.

경찰병력으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할 뻔 한 광장은 이미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로 가득했고, 이들은 저녁 7시30분에 열리는 6.10 범국민대회가 '무사히' 열리길 고대하고 있었다. 일부는 '광장 개방'을 주장하며 집회를 열었고, 각자의 요구를 담은 선전전을 펼치는 등 다채로운 모습이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해고는 살인이다'는 수건을 펼치고, 구호를 외치며 광장을 돌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고, "쌍용차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65세의 한 서울 시민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지나가자 "모가지 짤리 게 생겨서 난리인데, 힘내라"며 노동자들을 다독였다. 50세 서울 시민도 "물가 비싸서 못 살겠다. 그런데 짤리면 죽으란 말 아닌가. 해고는 살인인 게 맞다"며 투쟁을 적극 지지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70대의 서울 시민은 "노무현 정권 때부터 쌍용차를 죽인 것 아닌가. 상하이차 매각 그렇게 반대했는데 정부가 용인해 줬고, 이명박 정부도 어떻게 하겠다는 대답이 없다. 정부가 이들을 죽인 것이다."며 노무현 정권까지 비판했다. 결국 해외 매각을 추진해 온 정부 책임이라는 것.

김주익 열사의 일터였던 한진중공업 작업복을 입은 두 노동자는 마치 남 일이 아니라는 듯 작업복 입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유심히 지켜봤다. 부산에서 올라온 이들은 정리해고가 철회되어야 한다며, 한진중공업 하청 업체 비정규직도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계사 한 스님도 쌍용차 대량의 정리해고를 반대한다며, 가족대책위가 쌍용차 정리해고 철회를 외칠 무렵 한 조용히 그 곁에 섰다. 스님은 "약한 자를 도와주고 말보다 행동을 먼저 하는 것이 종교"라며 "2MB가 경제를 살린다고 했으면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해고는 오히려 경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해고는 살인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외침과 동시에 청소년들은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기도 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3076명 청소년’은 교복을 입고 “배운대로 행동한다. 민주주의 지켜내자” “정치도 복고인가요? 추억의 7080”의 펼침막을 들고 정치권을 맹비난했다.

광장에서 쌍용차 노동자 찾은 국회의원들

쌍용차 노동자, 가족들이 모여 앉은 광장에 정치인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제일 먼저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쌍용차 노동자들을 찾았다. 추 의원과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옆에 두고 10여 분간 대화를 나눴다. 정 위원장은 "(쌍용차) 왔다가서 힘이 많이 됐다. 힘 써줘서 고맙다. 민주당이 많이 움직여줬다"고 인사를 전했고, 추 의원은 "오늘 또 보러 왔다"고 답했다. 정 위원장이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추 의원은 '부적절한 자리"라며 발언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왼쪽)과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오른쪽)


노동자들을 찾은 민주당 김근태 최고의원은 쌍용차노조가 영상 카메라를 들이대자 "국민들은 쌍용차 회생을 진정으로 바란다. 어렵더라도 노력해 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카메라를 향해 '투쟁'의 몸짓인 팔을 머리 위로 한 번 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최고위원은 "할 수 없다"며 요청을 거절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도 대회가 시작될 무렵 삼보일배를 마치고 쌍용차 노동자, 가족들을 찾아 인사를 전했다.

야4당, 각계각층이 준비한 대회, 시작 전 국회의원 선거장 방불케 하기도

7시30분경 광장은 열렸지만 주최측은 경찰이 방송차와 무대차를 막고 견인했다면 분노했다. 급조된 작은 방송차가 무대를 대신했고, 범국민대회는 경찰과의 큰 충돌 없이 시작되었다. 쌍용차 노동자, 가족들도 광장에 앉아 범국민대회에 참석하고,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시민들은 줄을 지어 쌍용차 정리해고 철회에 동의한다고 서명했다.


대회 시작 전 국회의원들이 광장에 모습을 비추자 사람들은 곳곳에서 "강기갑" "권영길" "김근태" 등 의원들 이름을 외쳐 대회는 마치 국회의원 선거장을 방불케 하기도 했다.

범국민대회가 시작되자 한국여성단체연합 소속 사회자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6.10 민중항쟁 22주년을 맞아 야4당과 각계각층에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평화적인 국민 행사를 마련했다"고 대회 취지를 밝혔다.

용산참사, 대한통운 박종태 열사, 쌍용차 대량의 정리해고…
참가자,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묻힌 범국민대회라 평가하기도


5만이 모여 규모 있게 진행된 대회는 1부에서 이한열 열사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 박종철 열사 부친인 박정기 씨,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백승헌 민주화사회를위한모임 회장 등 각계인사들이 시국선언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야4당은 야당의 연대를 통해 이명박 정부에 맞서자고 서로 주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및 민주회복 문화제'로 치러진 2부에서는 무대에서 쌍용차 정리해고, 용산참사, 박종태 열사의 울부짖음을 알리는 자리가 있었다.

쌍용차 정리해고반대 가족대책위 이정아 대표는 "왜 우리가 이래야 하나. 잘못한 것도 없는 남편과 노동자, 조합원들이 쫓겨나야 하는 것인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심경을 전했다. 또한 "밥 위에 군림하는 법은 정의가 아니라 불의다. 악법은 법이 아니라 악일 뿐이다. 우리의 일터, 우리의 일자리, 생존권을 위협하는 그 모든 것은 부당한 것이다. 그 부당함 앞에 무릎 꿇을 일은 없다.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벗어나 일자리 지키기 위해서 이 정권과 맞서 싸울 것"이라며 꼭 승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촛불을 든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



용산참사 고 이상림 열사 유가족 정영신씨는 "가난한 철거민이 죽었다. 힘없는 노동자가 죽었다. 전직 대통령도 목숨 잃었다. 목사님도 잃었다"며 "그런데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멈출 수 없다면 국민이 멈추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종인 박종태 열사 대책위원장이자 운수노조 위원장은 "시민 여러분 더 많이 모여도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더 큰소리로 외쳐도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이미 이명박은 들을 수 있는 귀가 막혀 있고, 눈이 닫혀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두들겨 패야 한다"고 분노했다. 범국민대회가 끝난 뒤 화물연대는 대한통운과 협상이 결렬돼 11일부터 자정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밤10시30분경 대회가 마무리되고 쌍용차 노동자들이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치며 줄지어 행진하자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는 끊이지 않았다. 노동자와 시민들의 소통이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발걸음을 옮기며 대규모 인원이 참석해 화려하게 범국민대회가 치러졌지만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묻힌 범국민대회라 평가하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애도만큼이나 6.10항쟁의 의미를 살려 현 사회의 모순을 올곧이 드러내고 투쟁의 발걸음을 내딛는 범국민대회로는 한계가 있었다는 목소리를 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지나가자 시민들이 박수를 치고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덧붙임
정재은 미디어충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