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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한다' 더니...비정규직에 비정한 한나라당

참된 2008. 8. 2. 17:26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30일 째 단식투쟁 중인 오석순 기륭전자노조 조합원을 격려하고 있다
ⓒ 민중의소리
 
 

'해결한다' 더니...비정규직에 비정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기륭전자노조에 해 줄 것 더 이상 없어"

 

서정환 기자  jhsheo@empal.com   민중의 소리
 
 
지난 7월10일, 자신의 국회 집무실을 찾아 온 기륭전자 노조 조합원들과 따뜻하게 악수를 나눈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표정을 싸늘하게 바꿨다.

홍 원내대표는 31일 오후 기륭전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러 찾아온 민주당 김상희, 조배숙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등 야당 여성의원들에게 “더 이상 해 줄 것이 없다”며 고개를 돌렸다.


야당 여성의원들이 홍준표 원내대표실을 찾은 것은 그가 지난 7월23일, 기륭전자 최동열 회장과 자신의 집무실에서 만나 ‘제3의 회사를 만들어 조합원들을 취업시키고 1년 뒤 간담회를 실시하여 정규직 전환여부를 결정 한다’는 교섭안을 주선했기 때문.

그런데 이것은 지난 10일, 같은 장소에서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의 주선으로 사측의 배영훈 사장과 기륭전자공동대책위원회 및 조합원들이 서명한 합의안과는 차이가 크다.

7월10일 중재안 내용은 ‘새 회사에서 1년 교육을 받은 후 정규직 전환’이라는, 사측이 한 번 뒤엎었던 합의안을 후퇴시키지 않는 것을 전제로 교섭을 재개한다는 것이었다.

이 교섭 재개 합의가 이루어진 직후 홍준표 원내대표는 직접 협상장소를 찾아와 17대 환경노동위원 활동을 얘기하며 “앞으로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한국노총 출신 김성태 의원을 통해 얘기하면서 해결해 나가자”고 조합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기륭전자노조 단식농성 현장을 찾은 18대 국회 여성 의원들 왼쪽 두 번째 부터 박영선, 이정희, 김상희, 조배숙 의원
ⓒ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즉 홍준표 의원실에서 20일 간격으로 ‘1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 한다’와 ‘1년 뒤 간담회를 통해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 한다’는 판이한 중재안이 차례로 나온 것이다.

그런데 홍 의원이 사측하고만 회동을 갖고 만든 후자의 해법에 따르면 조합원들로서는 계약기간만 1년 연장시킨 것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이는 이미 노사 간 수차례 교섭을 통해 파기된 바 있다.

야당 여성의원들은 이날 홍준표 의원을 찾아간 자리에서 ‘기륭전자 문제를 노조와 사측이 자리를 함께 했던 7월10일 중재안대로 이행되게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홍 의원은 “더 이상 해줄 게 없어요”라며 자리를 떴다.

홍 원내대표와 얘기를 나눈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홍준표 대표가 두 개의 안이 같은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듯하다”며 “그래서 자신은 ‘노동자들 의견을 다 수용했고 사측도 같은 뜻이니 자신의 역할은 다 했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기륭전자노조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여성 국회의원들. 왼쪽부터 조배숙, 김상희, 이정희 의원
ⓒ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한편 이들 3명의 여성의원들은 홍 원내대표를 찾기 전, 같은 날 오후 2시에 기륭전자 여성 비정규직 노조가 51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구로디지털단지 공장을 방문했다.

이들은 그 직후 여성 의원 18명의 연명으로 국회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과 노동부는 중재를 명목으로 사측에만 힘을 실어주는 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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