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민중사

미국의 경제 아작내기와 베네수엘라 야당의 ‘자해 공격’(2016.5.27)

참된 2017. 1. 27. 19:20

미국의 경제 아작내기와 베네수엘라 야당의 ‘자해 공격’


편집자주/베네수엘라의 정치, 경제적 위기는 더 이상 뉴스는 아니다. 하지만 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극단적으로 편이 갈린다. 차베스식의 석유의존과 고정환율, 복지정책이 위기를 낳았다는 서방의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반대로 미국과 기득권층의 ‘경제전쟁’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대안매체인 카운터펀치에 실린 글을 소개한다. 저자인 Eric Draitser는 StopImperialism.org의 창립자이면서 카운터펀치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지정학연구자다. 원문은 Venezuela’s Opposition:Attacking Its Own People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본에 의해 장악된 언론이 베네수엘라 때리기를 본격화했다. 이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정치적-경제적 와해가 임박한, 인권운동가나 민주주의를 외치는 반정부 인사들을 툭하면 감옥에 넣는 독재국가다. 베네수엘라의 민영매체와 미국 주류 언론의 논조는 모두 똑같다. 부패하고 폭압적인 베네수엘라 좌파 정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절실히 필요한 개혁을 요구하는 야권을 탄압한다는 것이다.


12일 열린 시위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국가선거관리위원회로 행진하기 위해 경찰이 쳐놓은 바리케이트를 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야권 진영은 선관위가 대통령 소환 투표를 늦추려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2일 열린 시위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국가선거관리위원회로 행진하기 위해 경찰이 쳐놓은 바리케이트를 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야권 진영은 선관위가 대통령 소환 투표를 늦추려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AP/뉴시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실은 정반대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1998~2013)의 ‘볼리바르 혁명’이 공격을 받아 약해지고 불안정해지는 것이 베네수엘라의 슬픈 현실이다. 권력 장악이 유일한 목표인 야권이, 집권당인 베네수엘라 연합사회당(PSUV)과 차베스주의 활동가와 언론인을 비롯한 각종 좌파 세력을 부당하게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의회를 장악한 야권은 “자유”나 “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숭고한 용어를 써가며, 늘 그랬듯 미국의 그릇된 목표들에 복무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중대한 범죄를 계속 저지르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감추려 한다.

(베네수엘라의 과거 지배 엘리트의 집합에 불과한) 소위 “야권”이 원하는 것은, 다름 아닌 볼리바르 혁명의 모든 성과를 뒤엎는 것, 차베스주의의 종말, 베네수엘라를 미국의 석유 식민지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경제 뒤흔들기, 거리 폭력, 정치적 암살, 이데올로기적 심리전은 이 기막힌 목표를 위해 동원되는 강력한 수단의 일부에 불과하다.

경제 ‘아작내기’

미국 제국주의가 남미에서 지난 50년간 저지른 최악의 만행은, 헨리 키신저 국무부 장관의 주도하에 리처드 닉슨 정권이 1972년 칠레의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을 전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공개된 미국 CIA의 기밀 문서에 따르면 닉슨은 CIA에게 “칠레 경제를 아작내라”고 지시했다. 칠레 정부를 와해하거나 쿠데타로 전복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미국의 금융계과 칠레의 재계 엘리트를 활용해 칠레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려고 했다. 안타깝게도 미국의 시도는 성공했고, 이는 거의 20년간 유지된 폭압적 독재로 이어졌다.

이와 똑같은 시도가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이뤄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우익 야권과 그 배후에 있는 미국의 음흉한 노력으로 베네수엘라가 엄청난 경제난을 겪게 된 것이다. 친재벌 언론은 ‘상품난’을 무능하고 부패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2013~현재)의 탓으로 돌리며, 지난 2년간 텅텅 빈 상점들을 선정적이고 충격적인 사진으로 수없이 많이 보여줬다. 하지만 이런 상품난이 애초에 왜 생겼는지를 검토하는 기사는 찾아볼 수가 없다.

부패(물론 중요한 문제다)나 높은 대출 문턱 외에도 수없이 많은 복합적인 이유로 상품난을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도 문제의 핵심을 논하지 않는다. 가난한 노동자들의 삶이 어려워져야 이익을 얻는 우파 엘리트가 상품의 공급과 배분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 말이다.

우익이 의회를 장악하게 된 2015년 12월 총선의 전야에 저명한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인 훌리오 에스칼로나 전 유엔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수입과 유통망의 대부분을 엘리트가 쥐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절실히 필요한 많은 물품이 브라질과 콜롬비아로 빼돌려진다. 우리가 겪고 있는 상품난은 정부를 약화시키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은 국민에게 겁을 줘서 정부와 사회주의 자체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려는 심리전이다”라고.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적인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것이다. 몇 시간씩 상점 앞에서 줄을 서야 하는 고된 일상이 생필품난과 맞물렸으니,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강성 차베스주의자도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버리거나 최소한 의문을 품지 않겠는가. 바로 이것이 우파의 목표다. 경제를 아작내서 차베스주의자들의 입을 막으려는 것이다.

생필품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슈퍼마켓 앞에 줄을 서는 것은 일상이 됐다. 사진은 수도 카라카스에서 2014년 5월에 촬영된 것임.
생필품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슈퍼마켓 앞에 줄을 서는 것은 일상이 됐다. 사진은 수도 카라카스에서 2014년 5월에 촬영된 것임.ⓒ신화/뉴시스

극심한 상품난이 정치적 목표를 위해 조장됐음은 거의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는 우파 민주연합원탁회의(MUD)의 총선 승리 직후 상품난이 눈에 띌 정도로 완화됐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베네수엘라 대기업들은 게다가 기본 소비재를 대량 사재기해 창고에 쌓아놓고 있으니, 우익 야권과 엘리트층이 자기 나라의 경제를 아작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알 수 있다.

유가의 폭락은 단순히 경제의 산물일까

그리고 가장 큰 경제적 문제인 석유가 있다. OPEC에 따르면 석유는 베네수엘라 수출의 95%를, 에너지 분야는 베네수엘라 GDP의 1/4 정도를 차지한다. 그런데 2014년 4월부터 2016년 1월까지, 18개월간 유가는 배럴당 108 달러에서 30달러로 거의 75% 떨어졌다. 유가의 폭락은 베네수엘라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이 줄어 기본적인 서비스부터 공공주택의 지속적인 공급까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마두로 대통령이 긴축재정을 거부하고 있어도 유가의 폭락이 경제 전반에 미친 영향은 분명히 크다.

그런데, 유가의 폭락은 뉴욕타임즈가 최근 말했듯 단순히 경제의 산물일까? 아니면 산유국에 대한 미국의 조율된 공격의 결과물일까?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후자라는 것을 넌지시 암시한 바 있다. 그는 유가가 폭락하기 시작하던 2014년 후반, “유가 하락의 이유를 둘러싸고 많은 애기가 나온다. 이란을 응징하고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경제를 약화시키기 위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합의에 따른 것일까? 그럴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유가 폭락은 미국의 세계 전략과 미국의 비호를 받는 베네수엘라의 야권에게는 참으로 절묘한 시기에 찾아왔고, 정치에 뚜렷하고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환투기도 야권이 활용하는 경제적 무기 중 하나다. 나라 밖으로 상품과 베네수엘라 화폐를 빼돌리는 것부터 외화가 거래되는 암시장을 조성하고 활성화한 것까지, 이들의 노력으로 베네수엘라의 물가는 끝없이 치솟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경제정책과 부실 경영도 한몫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화폐인] 볼리바르도 현재의 경제 전쟁의 희생자 중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요즘의 베네수엘라처럼 경제적 어려움과 국내의 경제 전복 노력이 한꺼번에 일어나면 어떤 나라라도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여기다가 정치적 폭력이 난무하고 이데올로기적 심리전까지 치르고 있으니, 베네수엘라의 불안정성은 차원이 달라졌다.

정치적 도구로서의 폭력과 심리전

‘베네수엘라에서의 폭력’이라 하면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은 언론으로 접했던 베네수엘라 거리의 폭력이나 정권의 ‘폭압적’ 시위 진압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진짜’ 정치적 폭력은 우익 야권과 의회내의 동조세력,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미국이 자행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베네수엘라 사회주의에 미친 영향력으로 보면 2014년의 로버트 세라 의원의 암살사건 만한 것이 없다. 연합사회당의 떠오르는 샛별이었던 세라는 스스로를 볼리바르 혁명의 적이라 자처했던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전 대통령(2002~2010 재임)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살해됐다. 많은 이들이 연합사회당과 차베스주의의 미래를 책임질 지도자로 세라를 꼽았던 만큼, 그의 암살은 베네수엘라의 혁명과 미래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우파와 그들의 국제적 동료들이 후원하는 무리가 자행한 암살은 올해에만 여럿이다. 지난 1월, 저명한 언론인 출신으로 마두로 대통령의 최측근인 리카르도 두란 전 국회 대변인이 카라카스에 있는 자택 앞에서 암살됐다. 마찬가지로 3월에는, 아이티의 독재를 피해 망명한 연합사회당의 활동가 프리츠 세인트루이스가 자택에서 암살됐다.

안타깝게도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암살된 이들이 많다. 이런 정치적 폭력은 볼리바르 혁명과 베네수엘라 정권에 맞서 (남미에서는 너무나 익숙한) ‘더러운 전쟁’이 다시 치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다.

이런 폭력이 베네수엘라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네 권리를 주장하지 말라. 혁명을 옹호하지 말라.

사실상 우익 야권과 미국의 선전도구에 불과한 우파 매체가 이런 메시지를 계속 주입한다. 저술가이자 탐사보도 기자인 에바 고링거가 2007년에 밝혔듯이 미국은 차베스와 볼리바르 혁명에 적대적인 언론인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우파 매체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베네수엘라 국민이 그들의 정부를 저버리도록 애쓴 것이다. 이런 노력은 오늘도 계속 이어진다. 모든 역정보와 거짓정보를 활용해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를 허물려고 하는 것이다.

야권과 그들을 지원하는 미국은 쉴새없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부르짖지만,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나 인권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이들은 말 그대로 베네수엘라 국민의 입에 들어갈 식량을 빼앗고 차베스주의 활동가와 지지자들, 시민을 구별없이 죽이고 있다. 이런 야권은 반동주의자, 반민주주의자를 넘어 범죄자로 전락했다.

볼리바르 공화국이 극심한 정치-경제적 혼란에 빠진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소위 말하는 “야권”이 누구인가이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이런 야권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될 경우, 베네수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