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인터뷰] 백수련 "'귀향'으로 40년 만에 찾은 본명, 황화순"

참된 2016. 3. 20. 02:30

 

[인터뷰] 백수련 "'귀향'으로 40년 만에 찾은 본명, 황화순"

"조정래 감독 내외의 진심에 감동해 '귀향' 출연 결정"
"'귀향'의 흥행…우리나라 국민이 만들어낸 기적"

등록: 2016-03-19 09:00 수정: 2016-03-19 10:43  포커스 뉴스

 

영화
(서울=포커스뉴스) 영화 '귀향'에서 무속인 송희 역을 맡은 배우 황화순(백수련)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17 양지웅 기자 yangdoo@focus.kr

(서울=포커스뉴스) "위안부로 생을 달리한 분들의 혼백을 우리 곁으로 다시 불러오고 싶다. 그렇게 조정래 감독이 '귀향'을 말했지. 그 말처럼 저도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으로 귀향하는 느낌이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고 본명을 쓴 거죠. 그러고 보니 저에게도 '귀향'인 작품이네요."

배우 백수련이 40년 동안 불리었던 자신의 이름을 내려놨다. 백수련은 대중들에게 좀 더 알려진 이름이지만, 부모님이 지어주신 황화순 본명을 쓰기로 했다. '귀향'의 의미를 담는 데 필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가슴 아픈 역사의 한 면인 위안부 이야기를 담는 영화에 진정한 본인의 모습으로 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먹었든, 아니든, 과감히 적극성을 한 번 보이자 했지. '귀향'이라는 영화가 평범한 영화가 아니잖아요. 물론, (활동명을 바꿔서) 손해가 있을 수 있지. 실제로 '황화순이 누구야?'라는 말을 듣기도 했고. 제가 황화순으로 얼마나 활동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고 싶었어. 나는 그런 마음 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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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영화 '귀향'에서 무속인 송희 역을 맡은 배우 황화순(백수련)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17 양지웅 기자 yangdoo@focus.kr

황화순은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귀향'에서 송희 역을 맡았다. 위안부의 과거를 가진 영옥(손숙 분)과 절친한 친구이자, 만신이다. 만신은 무녀를 높이 일컫는 호칭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별로 내키지 않는" 무녀 역할을 제안받았고, 출연료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출연 결정까지 고민이 없었을 리 없다.

"세 번을 만났나? 조정래 감독, 부인, 그리고 임성철 프로듀서를 처음 만났어요. 자기들이 오랜 시간 동안 해온 노력을 말하더라고. 이 작품을 완성하려고 10년 동안 부부가 아이도 안 가졌대요. '이 사람들은 정말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구나' 하고 마음이 움직였지. 그리고 시나리오를 받아서 읽어봤는데, 단숨에 읽었어. 원래 그런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귀향'은 감정이 목까지 차오르더라고.

그런데 사실, 난 돈이 급한 사람이거든요. '귀향'은 출연료를 받기가 어렵잖아요. 국민이 보내준 만원, 만원을 모아 시작하려고 한다는데 거기에 내가 어떻게 돈을 달라고 하겠어요. 작품이 좋으니까, 결정한 거야. 가슴 아픈 이야기잖아. 관객들처럼 나도 분통과 분노를 느꼈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다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애정을 갖고 참여한 작품이기에 예상치 못한 흥행에 성공했을 때의 감동은 더욱 컸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어. 우리는 한 50만 관객수 정도로 예상했어요. 한국에서 거의 상영관을 잡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거든요. 우리나라 국민이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극 중 송희(황화순 분)는 씻김굿을 한다. 친구 영옥과 위안부로 가슴 아픈 과거를 가진 혼백을 달래기 위함이다. 해당 장면을 위해 김명자 선생님에게 배움의 과정이 있었다. 황화순은 그때 배운 내용을 녹음해서 계속 듣고 다녔다. "'언젠가는 이 소리를 해야지'하고 녹음해 놓은 게 있어요. 차에서 내가 가사를 붙여 소리를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 혼자 할 때도 아직 그런 느낌이 들어요. 감정이 올라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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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화순(백수련)은 영화 '귀향'에서 만신 송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귀향'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제이오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배우 백수련으로도, 황화순으로도 우여곡절 많은 삶이었다. 인터뷰에 임하면서도 이따금 먼 곳을 바라보며 "참, 많은 시련이 있었지"라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청주 출신인 그의 집안 분위기는 엄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우연히 오른 연극으로 무대 이후, 그는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집안의 반대에도 그렇게나 배우가 되고 싶었다.

배우가 된 뒤에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1981년 KBS 드라마 '길'로 데뷔한 이후, 1990년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 출연했다. 하지만 3년 뒤에 작품에서 하차했다. 그의 남편인 김인태가 탤런트 협회 회장으로 임하며 배우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한 것이 원인이 됐다. 그 이후 16년이라는 긴 시간 작품에 임하지 못했다. 생활을 위해 장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그에게 큰 빚을 남겼다.

"영화 데뷔는 지난 2009년이에요. 아직 데뷔 7년 차지(웃음). 비교적 늦게 시작했어요. 저를 스크린에 불러준 작품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었죠. 그 작품도 섬에서 엄청나게 고생했지. 그 다음에 찍은 작품이 '아저씨'거든요. 단역이었지만 얼마나 인사를 많이 받았는지. 개미굴 할머니로요. 그리고 TV에 복귀하게 된 게 2014년 드라마 '오만과 편견'이었어요. 김진민 PD에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날 방송 복귀시켜준 사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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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영화 '귀향'에서 무속인 송희 역을 맡은 배우 황화순(백수련)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17 양지웅 기자 yangdoo@focus.kr

후배 여배우 조민수는 황화순에 대해 "정말 멋진 언니"라고 말했다.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커다란 링 귀걸이가 그렇게 잘 어울리는 언니가 없어"라고. 데뷔 당시, 젊은 시절부터 서구적인 미모로 눈길을 끌었던 그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이따금 폭탄 맞은 것 같이 부풀어 오른 머리를 하고,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으로 망토를 꼽는, 스타일을 이끄는 "멋진 언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건 역시, 연기할 때였다.

"어떤 사람이 그래요. '연극배우 백성희 선생님 이후로, 그렇게 무대 위에서 아름다워 보이는 사람은 누님이 처음이다'라고요. 참, 고마운 말이죠. 얼마 전에 '얼빛 아리랑'이라는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 들은 말이에요. 우리나라의 시작부터 6·25전쟁까지 이야기하는 작품이죠. 삼신할머니 역할을 맡았는데, 그 역할 자체가 굉장히 신비로웠어요. 한국을 상징하는 다섯 아이를 품는 역이었거든요."

당시를 회상하는 황화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무대를 이야기할 때 유독 빛난다'고 하자 황화순은 "그래요? 그런 것 같아요? (연기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라고 답하며 미소 지었다. 데뷔가 늦은 만큼 "이제는 닥치는 대로 해야지. 이 나이 먹어서 뭐"라고 말하는 그의 연기 열정 역시 여전하다.

"난 죽어 다시 태어나도 배우다. 그 얘기를 누구한테라도 하지. 그런데 돌아보면, 난 너무 허술하게 한 것 같아. 열심히 한 적도 없는 것 같고, 적극성도 없는 것 같고요. 그래서 다시 태어나면 지금 같이는 안 하고 싶어. 더 열심히 하고 싶지. 한 획을 긋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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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영화 '귀향'에서 무속인 송희 역을 맡은 배우 황화순(백수련)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포커스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17 양지웅 기자 yangdoo@focus.kr


 

조명현 기자 midol13@focu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