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란님

인터넷카페 ‘엄마의 노란 손수건’…“자식 둔 엄마이기에 행동 나선 것”

참된 2015. 4. 5. 15:25

인터넷카페 ‘엄마의 노란 손수건’…“자식 둔 엄마이기에 행동 나선 것”

등록 :2014-07-23 21:33수정 :2014-07-24 12:05      한겨레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눠온 인터넷 카페 ‘엄마의 노란 손수건’을 만든 오혜란(왼쪽)·정세경 공동대표.
[세월호 100일]
“수많은 죽음 지켜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전국 14개 지역서 9천명

보수언론 색깔론 덧씌워도
뉴욕·토론토·시드니서도
특별법 서명운동 등 나서
“이 땅에선 이제 행동하지 않는 엄마는 더 이상 엄마라고 불릴 자격이 없게 됐습니다. 그저 자식을 둔 엄마들이기에,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고 슬퍼할 줄 아는 인간이기에, 우리는 지금껏 행동했고 앞으로도 행동할 것입니다.”

지난 22일 오후 6시30분께 세월호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한 엄마들의 모임인 인터넷 카페 ‘엄마의 노란 손수건’ 공동대표 정세경(45)씨와 오혜란(44)씨를 만났다.

공장 일을 마치고 작업복도 갈아입지 못한 채 분향소 옆 천막에 막 들어선 정씨는 “수많은 죽음을 지켜보면서 답답해 하는 엄마들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슬픔을 함께하고 분노하고 행동하는 공간”이라고 ‘엄마의 노란 손수건을 소개했다.

“세월호 사고가 난 뒤 단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는 정씨는 “처음에는 아이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했지만 무책임하고 지지부진한 구조작업을 보며 좌절감만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오씨와 김미금(41)씨 등 엄마 3명과 무력감을 토로하다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 없지 않으냐”고 의견을 모았고, 4월28일 곧바로 인터넷 카페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다림을 상징하는 노란색에 밭일이나 부엌일을 하기 전 머리에 수건을 두르던 옛 어머니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노란색 천을 끊어다 머리에 두르고 ‘행동’에 나섰다. 사고 이후 날마다 안산 문화광장에서 열린 촛불추모제에 나가 ‘잊지 말자. 진실을 규명하자’고 호소했다. 놀랍게도 카페 개설 일주일 만에 회원 수는 6천여명을 넘어섰다. ‘행동하는 엄마’의 날갯짓에 엄마들이 ‘행동’으로 화답한 것이다.

그러나 난관도 없지 않았다. 23년 동안 공장 노동자로 일해온 정씨가 진보정당 당원이라는 사실을 들춰낸 한 보수 언론은 이 카페를 ‘불순한 이력을 지닌 아줌마들의 선동부대’라는 식으로 헐뜯었다. 하지만 엄마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식 잃은 슬픔을 함께하고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정부를 비판하는데 웬 색깔론이냐”며 오히려 결속을 다졌다. 현재는 전국 14개 지역에서 9천여명에 육박하는 ‘엄마’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바지런한 일꾼이 됐다. 특히 이런 움직임이 해외에도 알려지면서 지금은 미국 뉴욕과, 캐나다 토론토,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등에도 엄마의 노란 손수건이 휘날리고 있다.

정씨와 친구이자 카페 공동대표인 오씨는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은 지금도 솔직히 무슨 벽하고 얘기하는 것 같다. 국민을 위한 국가가 존재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족들은 물론 국민의 슬픔과 분노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은 특별법을 통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밖에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절망에 빠진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 옆에 아무도 바싹 다가서지 못할 때 가장 먼저 이들을 대신했던 ‘엄마의 노란 손수건’ 회원들은 지난 5월5일 ‘1차 엄마 공동 행동’을 시작한 데 이어 지금까지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씨와 오씨는 “아이들의 원통한 죽음의 한을 풀고, 또 다른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선 반드시 조사위원회가 수사권을 갖는 특별법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일부 세력이 이를 막는 것은 특별법이 제정됐을 때 자신들이 조사 또는 수사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 엄마들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행동하는 엄마, 용기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 나섰다’는 이들은 그러나 세월호에서 희생된 이웃집 아이들을 떠올릴 때는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안산/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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