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피케티에 열광하는가
토마 피케티. 올해 43세의 프랑스 경제학자이자 교수인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무명에 가까웠다. 프랑스 내에서조차 소장학자 축에 들었다.
하지만 지난 4월 그의 책 한권이 미국에서 출간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이 출간되자마자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인기는 이달 한국어판이 출간되면서 그대로 한국으로 옮아왔다.
지난 19일 그의 첫 방한행사였던 '1%대 99%' 토론회장에는 한국의 유명 경제학자와 경제관료, 심지어 정치인까지 몰려들어 그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한국어판 출간기념회에서는 그의 사인을 받으려는 독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국어판 '21세기 자본'은 출간 일주일만에 베스트셀러 7위에 올랐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하루에 3백권 정도 나간다"며 "교보문고 집계만 놓고 보면 베스트셀러 3위"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피케티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는 그의 주장이 단순명료하고 서술방식도 쉽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부유층에게 누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해 돈이 많은 사람들은 자본축적으로 인해 노동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벌 수 있고, 자본은 세습되기 때문에 부의 불평등이 확대된다는 주장이다. 자본의 세습으로 부의 불평등이 확대될 경우 이는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는만큼 정부가 개입해 부유층에게는 고율의 누진소득세 등을 부과해야 한다는 말이다.
피케티의 이같은 주장에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등 진보진영은 양극화와 분배의 문제로 바라보며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정 원장은 '피케티의 주장이 한국에서도 대체로 확인된다'며 "한국의 자본수익률이 세계평균과 유사하고 인구 고령화 등으로 경제성장률도 정체한다면 더 빠른 속도로 부의 집중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경제학자들은 피케티에 대해 '남의 부를 배 아파하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있다. 현진권 자유기업원장은 "피케티는 남이 얼마나 갖고 있는지에 대해 배 아파하고 그것이 나쁜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고 폄하했다.
이들 보수경제학자들은 또 '21세기 자본'을 반박하는 '북콘서트'를 잇따라 여는 등 극도의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가 피케티에 열광하는 것은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피케티가 문제제기하고 있는 '소득 불평등'과 '부의 세습', '사교육비' 등은 현재 한국사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경제학을 모르더라도 그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이라며 "2년전 마이클 샌들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피케티의 주장은 소득격차 자체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소득이 자본화되어 대물림되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부의 대물림에 대한) 불만과 허탈감이 피케티 열풍의 이면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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