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1-25 14:28:57ㅣ수정 : 2012-01-25 14:28:57 경향신문
- 단국대 노래패 '통일의 함성'이 들려주는 민중가요 이야기
- "운동권 노래 아니에요?"
"집회현장에서 부르는 노래요"
"뭔가 낯설고 딱딱해요"
"잘 모르겠어요"
"민중가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주변 대학생들이 내놓은 답변이다. 민중가요는 주로 8,90년대 대학가와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널리 불리던 저항가요들을 말한다. 공통된 음악적 형식을 취하고 있지는 않지만 노랫말이 대부분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 등 사회운동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장르로 구분된다. 민중가요는 87년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이후 전국의 대학과 노동조합에 수많은 노래패들이 생겨나면서 학생운동과함께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학생운동이 쇠퇴하면서 노래패들 역시 거의 자취를 감춰갔고 그렇게 민중가요도 조금씩 잊혀져 갔다.
이제는 한물 가버린 민중가요를 아직도 부르고 있는 대학생들을 만났다. 단국대 법대 노래패 '통일의 함성'의 이야기다. 다른 동아리로 치면 회장 격인 패짱 정명근(2학년)군과 가창부장 김현지(2학년)양 그리고 동아리 집행부 정우연(2학년)양을 만나 민중가요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단국대 노래패 통일의 함성 집행부 정우연(2학년·왼쪽)양과 패짱 정명근(2학년·오른쪽)군
8,90년대에 비해 민중가요가 대학문화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많이 줄어들었다. 노래패가 없는 대학들도 많다. 왜 아직도 민중가요를 부르나?
명근) 처음 대학에 들어와 그저 좋아하는 선배들을 따라 노래패에 들어갔어요. 처음에는 선배들이 좋아 단순히 따라서 부르는 수준이었는데 점차 민중가요의 매력에 빠져든게 된거죠. 1학년 동안 공연도 여러번 하고 민중가요와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이젠 저와도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버렸어요. 대중가요와 달리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가사들과 쉬운 멜로디 때문에 더 중독(?)된 것 같습니다.
현지) 제가 민중가요를 부르는 이유는 가사와 멜로디가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민중가요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아직 사회에는 여러문제들이 계속해서 되풀이되고 있고 누군가는 그것에 대해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점점 타인에 대해 무관심해져가는 사회에서 그저 대화로만 다가가기는 너무 힘들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좋은 노래는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고 점점 가사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관심을가지도록 이끌어 주잖아요? 민중가요엔 좋은 노래들이 많으니까 사람들이 여러 문제들을 다시 돌아보고 생각하게 해줄꺼라고 믿고 있어요.
우연) 처음 민중가요를 불렀을땐 민중가요인지도 몰랐어요. 생각보다 예쁜 가사들도 많고 노래도 쉬워서 동요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민중가요랑 쉽게 친숙해졌어요. 나도 모르게 선배들이 부르던 노래들 따라부르게 되더라고요. 나중에는 제가 스스로 더 많은 민중가요를 찾아보게되고 투쟁가도 불러보고 하게 됐어요.
나에게 있어 민중가요란?
명근) 민중가요는 제게 있어서 정말 소중한 대학생활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이 노래들로 인해 지금 제 주위에 있는 동기들을 만났고,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또 다른 학교 노래패 사람들과도 만났고, 평소엔 힙합만 부르던 저를 시간만 나면 민중가요를 흥얼거리게 만들었으니까요.
현지) 민중가요는 제 앞에 놓여있는 악보책의 이름처럼 저에게 있어 삶의 노래인것 같아요. 민중가요는 여러 사람들의 삶을 모아 만들어졌고 그 삶의 노래들은 저에게 여러 만남들과 경험들로 이어져 제 삶의 일부가 되었어요. 민중가요는 제게 있어서 삶과 삶을 이어주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심을 끊기게 하지 않는 없어져서는 안될 노래라고 생각해요.
우연) 민중가요가 사회운동, 집회현장 등에서 불려지던 노래였던 만큼 투쟁적이고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들이 많은데요. 그런 사회의 잘못된 점들이 민중가요를 부르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노래를 통해 그 당시의 역사를 배울수도있고, 민중가요를 함께부르며 다른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단국대 노래패 통일의 함성 가창부장 김현지(2학년·왼쪽)양과 정우연(2학년·오른쪽)양
민중가요는 언제나 그 당시의 시대상황과 민중들의 삶을 반영해왔다. 여기 앉아있는 모두가 대학생인데, 민중가요는 대학생들의 삶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명근) 이 점에 있어서는 현재 민중가요들이 가지는 한계라 생각합니다. 민중가요가 부흥했던 시기는 80년대에서 90년대 사이였고, 그 시기에는 독재정부에 대해 반대하는 민중가요가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아무래도 민중가요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다 보니 민중가요가 계속해서 생겨나지 않았고 결국 저희는 십년전에 불렀던 노래를 계속해서 부르고 있게 되더라고요. 물론 이전 노래들이 비판했던 사회문제들 중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많지만 현재 대학생들의 삶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고는 말하기 힘들죠. 그래서 각 학교 노래패들이 모여 노래캠프를 열고 민중가요 창작등 민중가요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현지) 지금 불리고 있는 노래들은 거의 대부분이 예전에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에 지금의 대학생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든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야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의 대학생들이 직접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덧붙이 노래가 더 진정성을 가지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지 않을까요. 마침 서울지역대학생노래패연합(준)이 창작을 주제로 한 노래캠프를 기획하고 있어요!
우연) 처음에는 민중가요가 단순히 사회비판의 감정들을 표현하기 위한 노래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점점 많은 민중가요를 알게되다보니 통일, 우정, 희망, 등 정말 다양한 주제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노래더라구요. 현재 대학생들의 삶을 반영한 민중가요 수가 아직 많지는 않지만 ‘해보는거에요’란 노래를 들으면서 대학생, 청춘들의 희망, 의지를 느낄수 있었어요. 이런 대학생들의 삶을 반영한 노래가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통일의함성 2011년 정기공연
통일의함성 2011년 정기공연
타학교에도 노래패가 아직 많이 남아있는가? 서울지역대학생노래패연합 참여하는 민중가요 노래패들엔 어떤 곳들이 있는지?
명근) 8-90년대에 비하면 그 수가 많이 줄었지만 경기대 중앙노래패 비나리, 서울여대 중앙 노래패 소리마당, 성공회대 중앙노래패 애오라지, 경희대 한의대 노래패 소리결 등이 함께 하고 있어요.
현지) 덕성여대 어울지기두요!
민중가요를 좋아하는 대학생 입장으로서 민중가요를 좀 더 대중적인 장르로 만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명근) 민중가요의 장점이라면 아무래도 대중가요와 달리 자극적이지 않고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가사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민중가요가 좀 더 대중적으로 변하려면 이런 장점들을 잘 살려야겠죠. 물론 투쟁가와 같은 강한 리듬의 민중가요도 있지만 지금 저희 새대들에서 그런 민중가요는 좋은 호응을 얻지 못하더라고요. 따뜻한 가사, 공감되는 가사, 투쟁의 가사 ,멜로디를 적절히 섞은 민중가요가 많이 나온다면 아무래도 대중들의 관심을 더 잘 끌 수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현지) 전성기가 지났음에도 민중가요가 계속해서 불려지고 있는 이유는 슬프지만 아직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채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전만큼 민중가요가 호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생긴 새로운 문제들과 삶들에 대한 노래들이 부족해서 예전맘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노래패 활동을 하는 친구가 아니거나 집회에 나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접하기 힘들기도 하구요. 민중가요가 대중들에게 사랑받으려면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노래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 우연) 민중가요의 전성기는 지났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 정치문제들이 많잖아요? 길거리 촛불시위처럼 민중가요도 그런 표현방법 중의 하나로서 없어져서는 않된다고 생각해요. 대학교 민중가요 노래패들의 노력도 계속 되고 있고요. 요즘 민중가요 노래패끼리 교류도 많고 노래캠프라는것도 매년 진행되고있고, 거기서 노래창작등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지금은 오래된 민중가요가 더 많지만, 저런 노력들이 계속되어서 현재 우리들이 조금 더 공감할수있는 노래들이 많아진다면 민중가요가 더 발전할 것같아요.
김명진/인터넷 경향신문 대학생 기자 (웹場 baram.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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