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매카시즘 광풍과 변혁적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길 전국노동자정치협회(2012.6.1)

참된 2014. 6. 9. 18:40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또 다른 시각
매카시즘 광풍과 변혁적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길
전국노동자정치협회
기사입력: 2012/06/01 [23:22]  최종편집: ⓒ 자주민보
 
[통합진보당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자주민보는 이 문제에 대한 발전적 해결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 글은 전국노동자정치협회(http://lmagit.jinbo.net)에서 발간하는 '노동자정치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외부기고문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_ 편집자 주]


 
한국판 매카시즘 광풍

한국판 매카시즘 광기와 저주가 우리 사회 전체를 송두리째 집어 삼키고 있다. 광기와 저주어린 색깔론을 무기로 앞세운 희대의 대소란은 지난 5월 2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가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라는 당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의 폭로 이후에 촉발되어 2주가 지난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 5월 12일 통합진보당 내부 논란이 중앙위원회에서 폭력사태로까지 벌어지면서 광기와 저주의 광풍은 ‘폭력 반대’라는 사회적 명분까지 획득하면서 그 격렬함을 더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매카시즘 광기를 내세워 특정인, 특정 세력에게 가해지는 가공할 파쇼적 정치적 폭력은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내에서 돌발적으로 벌어진 물리적 폭력 보다 수백 배, 수천 배로 위험천만하다.

이 매카시즘 광기에는 새누리당과 정권은 물론이고 관제방송이 동참하고 있으며 그 전면에는 조중동 같은 극우신문이 앞장서서 총궐기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從北주사파 국회 입성]이라는 조선일보의 연재 정치기사와 “'反黨 宗派분자' 이정희”, “從北의 계보학”이라는 조선일보 논설, "이석기, 10년간 패권파 내부서 이론 마련"이라는 중앙일보 정치기사, “간첩논란 통진당 강종헌도 ‘금배지’ 다나?", "김현장씨 '강종헌 수차례 北왕래… 아직도 간첩활동할 것'"라는 무시무시한 기사가 아무런 여과 없이 앞 다퉈 보도되고 있다. 새누리당 역시 15일 "통합진보당, '간첩' 강종헌 후보를 즉각 출당시켜라"라는 논평을 통해 또 다시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나서고 있다.

통합진보당 내의 이른바 ‘당권파’는 이제 ‘종북세력’이라는 악선동도 모자라서 합법적으로 암약해 왔던 ‘간첩당’의 핵심 배후 세력으로 난도질당하고 있다. 그 중심에 북의 지령을 받고 활동하는 ‘경기동부연합’과 그 실세인 이석기가 있고, 이 ‘경기동부’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이라는 대중조직에 지령을 내려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를 배후조종한 것으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통합진보당 내의 ‘당권파’가 사실상 당권으로부터 축출되자 이제 그 색깔론 마수는 ‘종북과의 본격적 동거(同居)’를 하고 있는 민주통합당까지 뻗치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삼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헌법 정신을 부정하며, 한미 안보동맹을 해체시키려는 사람들이 국회의원뿐 아니라 장차관, 청와대 비서관, 정부산하 위원회 등의 자리를 요구하고 실제로 차지할 것이다.(배인준 칼럼, 『미리 보는 민주-통진 공동정권』, 동아일보, 2012.05.15)


이제 통합진보당 당권파 세력에게 가해지는 어마어마한 폭력적 난동을 기회로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갈 운명에 처해 있었던 국가보안법이라는 괴물이 되살아나서 한국사회 전체를 헤집고 다니고 있다. 여기에 진중권 같은 ‘반공진보’ 지식인들은 극우들의 부추김을 받으면서 매카시즘 광기의 대열에 앞장서고 있다. 통합진보당 내의 이른바 비당권파라고 하는 세력들도 이러한 정치적 광기를 든든한 뒷배로 활용해 당권을 탈환했다.

심지어 ‘좌파 진보’언론이라고 하는 참세상조차 “이석기 당선자, 경기동부연합 실세인가 듣보잡인가”, “6년 동안 감췄던 이빨, 이석기 위해 드러냈다”. “한대련 주류와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밀월관계” 식의 저열한 삼류 찌라시 식 악선동에 동참하고 있다. ‘진보진영’ 내에서조차 ‘주사파’, ‘경기동부’, ‘종북주의’ 같은 지배계급이 만들어낸 공안적 조어(造語)를 거칠 것 없이 남발하고 있다. 공안적 조어는 단순히 말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진보적 사고를 마비시켜 가공할만한 매카시즘 공세에 편승하거나 침묵하도록 만들고 있다. 여기에 한국사회 전체를 휘감고 있는 반동적 매카시즘 분위기는 ‘부정선거 척결’, ‘당혁신’, ‘중앙위원회 폭력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무장, 또는 위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 거칠 것 없이 활개를 치고 있다.

특정인,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광기서린 공격은 지금 한국사회가 ‘마녀사냥’이 판치는 중세의 야만 사회로 회귀한 것 같은 연상을 하게 한다. 중세까지 갈 것도 없이 마치 해방 이후 ‘좌우대립’이라는 격동의 역사 속에서 벌어진 극단적인 정치 상황을 연상케 하고 있다.

애초 이 논란은 통합진보당 내부의 ‘선거부정’ 여부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선거부정’이라는 애초의 논란은 이제 설 자리도 없다. 따라서 이 거대한 반동적 흐름을 보면서 우리는 이 사건이 애초의 쟁점을 훨씬 뛰어 넘어 정권과 공안기구, 부르주아 언론이 치밀하게 기조를 맞춰 만들어내는 정치공작적 성격을 띠는 것으로 변질됐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매카시즘 공작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선거부정’ 옹호세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뿐만 아니라 ‘경기동부’ 지지 세력이 되고 ‘간첩비호 세력’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기 때문에 자기검열이 필요하고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거대한 시류(時流), 아니 반동적인 역류(逆流)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야만적 퇴보에 맞서 싸우는 진보세력의 긴급한 임무다. 강령이나 정치적 목표의 차이를 넘어서 ‘진보세력’이라고 자처한다면 국가보안법이라는 공안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된 개인들, 특정 세력들을 이 측면에서는 옹호하고 지지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임무가 되어야 한다. ‘진보진영’ 앞에 공통으로 제기되는 이 급박한 정세적 과제를 종파주의적으로 부정하는 ‘진보세력’은 더 이상 진보세력이라고 할 수 없다.

지배계급에 의한 공안적 공세의 희생양이 되어 전체 한국사회의 공적이 된 통합진보당 내의 ‘당권파’에 대한 정치공작적 차원의 사냥이 끝나면 한국사회의 급진 정치세력들은 물론이고, 자신들한테까지도 불똥이 튈까봐 몸을 사리던 다른 정치세력들에게로 공세가 이어질 것이다. 통합진보당 내에서 ‘혁신과 민주주의’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은 이 정치공작적 흐름을 이용해서 정치적 야욕을 채우는 세력들도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언제든지 두 번째, 세 번째 정치적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 정치적 배경은 다르지만 파시즘이 준동할 시기에 급진 세력이 첫 번째 희생양이 되는 것을 종파주의적으로 방치한 결과 사민주의 세력, 자유주의 세력, 기독교 세력들까지 차례차례 파쇼의 희생양이 됐던 역사가 한국사회에서 반복될 수 있다.

정권과 극우 진영이 자행하는 파쇼적 공세는, 그 동안 몰계급적 이었지만 ‘당권파’ 측이 고수했던 반제자주 측면마저도 없애버리려 하는 목표도 있다. 또한 직접적으로는 이명박정권의 총체적 비리, 총리실 사찰, 광우병 쇠고기 수입 파동, 한미FTA, 언론파업, 철도 사유화, 쌍용차 정리해고 등 모든 사회적 쟁점을 일순간에 묻어 버리려는 정치적 의도도 있다. 총선 이후에 저들의 정치공작적 공안 몰이는 직접적으로 정권 연장을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공세는 대선 전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분단이라는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레드 콤플렉스’를 선정적으로 자극하는 정치공작을 주도하는 것은 극우 파쇼적 세력이기 때문에 이 공세의 방향은 저들이 기획하는 데로 얼마든지 일파만파로 번져갈 수 있다.


추악한 의회주의 3자 야합과 신(新) 3자야합의 파멸

통합진보당 ‘선거부정’ 논란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통합진보당의 존립 자체를 뒤흔들 정도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지난 5월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당권파’가 ‘비당권파’에 의해 사실상 당권에서 축출된 뒤인 14일에는 한 당원의 비극적인 분신 사태가 벌어지면서 당내 갈등과 대립은 훨씬 첨예해지고 있다. 12일 중앙위원회 이후 통합진보당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지만 구 ‘당권파’가 참여하지 않고 새로운 비대위를 꾸리면서 통합진보당은 사실상 이중권력 상태에 빠져 있다.

이번 사태는 현상적으로는 ‘선거부정’ 논란으로 출발했지만, 색깔론 공세가 뒤덮고 있어서 본질이 사장되고, 돌발적인 사건이 중첩돼 현상이 복잡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사태의 진정한 본질을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동시대의 사건들, 그것도 바로 우리 눈앞에서 하루하루 빠르게 변화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의 본질을 추적해 들어가는 것은 훨씬 더 힘들다.

97년 총파업 투쟁 이후에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대중적인 열망을 안고 출발해서 민주노동당으로부터 통합진보당 결성으로 총선을 치르고 3당이 된 상황에서 통합진보당은 격렬한 내부 갈등에 휩싸여 있다.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 운동을 사실상 배타적으로 대변해 왔기 때문에 이 당의 급작스런 파산 직전 상황을 제대로 평가해야만 이후의 전망을 올바르게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선거부정’이 통합진보당 사태의 핵심적 본질은 아니라고 본다. 이 사태는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에 의해 ‘당권파’의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로 발표됐지만 사실은 비례대표 후보 조정을 둘러싸고 국민참여당 계열 노항래와 민주노총 노동계 몫으로 추천된 이영희의 후보 조정 문제로 촉발되었다. 이 후보조정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추천하는 노동계 지분을 요구하면서 이영희가 비례대표 우선순위를 부여받는 것으로 됐다.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에 의해 언론에 폭로된 총체적 부정선거 주장도 상당 부분 부실조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부정의 당사자들은 사태를 축소, 은폐하려고 하는 반면, 진상조사위원회는 그것을 더 철저하게 파헤치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는 '총체적 부정선거'의 당사자들이 앞장서서 엄격한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고, 진상조사위는 한사코 이를 회피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진상조사위를 비롯한 ‘비당권파’는 부분적인 부실 조사를 인정하면서도 철저한 추가 조사로 진상규명을 하는 대신 ‘국민적 눈높이’, ‘여론’을 앞세워 ‘부정선거’ 진상 규명을 회피한 채 비례대표 후보사퇴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 시대의 지배적 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이다”는 맑스의 말처럼,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라는 것은 조중동을 위시로 한 지배적 언론에 의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철저하게 조직된 여론이다. 유시민은 ‘대중적 진보정당’ 운운하며 당행사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말고 애국가를 부르자고 주장했다. 유시민은 ‘자유주의적 신념’조차도 내팽개친 채 당 내 권력투쟁에서 승리하고 국민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국가주의의 사악한 사도가 된 것이다.

우리는 이 사건의 본질이 ‘선거부정’이 아니라 ‘선거부정’논란을 현상으로 하는 의회주의적 3자 야합과 신(新) 3자 야합에 있다고 본다. 원래 야합은 공통의 목표 속에서 각자 계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종북주의’를 내세워 국가보안법 구속자를 종파주의적으로 매도하고 분당에 앞장서 진보신당 창당을 주도했다가 다시 진보신당을 탈당해서 3자 야합의 한 축이 된 심상정, 노회찬 등 진보신당 탈당파, 과거 지배계급 정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일부가 만든 국민참여당 계파,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분열된 민주노동당 계파 같이 이질적인 세력들이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정당이 통합진보당이다. 이 3계파는 철저하게 지분 나눠 먹기 식으로 당권을 차지하고, 비례대표 후보 조정 등 총선에서의 승리라는 의회주의적 공통의 목표 아래 움직였다.

총선에서는 한미FTA 철폐, 미군철수, 국가보안법과 한미일 제국주의 동맹 철폐,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 등 최소강령적 의의를 가지고 있는 요구들과 쌍용차 정리해고,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KTX사유화, 언론탄압 등 사활이 걸린 현안 문제를 정면으로 내걸지 않았다. 대신 부르주아 체제의 합리적 개혁 요구인 '재벌해체', '재벌개혁' 요구가 전면에 내걸렸다.

정치광고 기획사를 통해 사활을 걸고 만든 총선 TV광고는 운동성이라는 것은 조금도 없는 부르주아 이미지 정치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때는 3자 야합 세력이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몰계급적 야권연대의 목표인 총선 과반 의석 차지, 원내교섭 단체 구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자 자해적, 자멸적인 폭로와 극단적 상호비난을 하는 3자 야합의 추악한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3자 야합의 한 축으로 같은 민주노동당 출신이면서도 비례대표 상위권에서 소외됐던 ‘비당권파’ 측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당권파를 겨냥하여 벌인 ‘총체적 선거 부정’ 폭로가 그 당내 권력투쟁의 중대한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총선 이전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갈등을 벌였던 구 국민참여당 계파와 구 민주노동당 출신의 ‘비당권파’, 진보신당 탈당파는 이제 신3자 야합을 결성하여 ‘당권파’가 주로 차지한 비례대표 당선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한폭로에 나서게 됐던 것이다. 각 계파가 사이좋게 나눠먹을 파이가 줄어들자 작은 파이 조각의 재분배를 둘러싸고 추악한 아귀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이후 중앙위원회 성원 문제를 가지고 벌어졌던 심각한 갈등은 마침내 폭력사태로까지 비화됐다. 중앙위 성원도 사실 3자 야합으로 총선용 통합 과정에서 급조해서 지분 배분을 했던 것인데, 첨예한 권력다툼이 벌어진 상황에서는 성원 문제가 심각한 쟁점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벌어졌던 지역구 위장전입 논란이나 이정희 국회의원 후보의 사퇴를 낳은 관악을 야권연대 후보 선출 과정에서 벌어졌던 부정선거 사건도 다 선거에서 자신의 계파를 후보로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졌다. 통합진보당 ‘당권파’에 의한 ‘선거부정’ 문제는 당 안팎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부풀려지고 과장되긴 했지만, 부정이라 하든 부실이라 하든 상관없이 수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의혹들은 ‘선거 부정’ 척결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속내는 자기 계파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한 과정에서 제기되었다. 08년 분당 사태도 명목적으로는 종북주의, 패권주의 논란으로 분당됐지만 갈등의 출발점은 대선패배로부터 출발해서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벌어졌다.

부르주아 언론을 포함한 다수 언론은 비당권파=선, 당권파=악이라며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비당권파’를 일방적으로 편들고 있다. 조준호를 마치 선거부정을 파헤치다가 테러를 당한 비운의 양심세력으로 띄어주고 있지만 과거 기아자동차 위원장 시절과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에 그는 노사협조주의의 대명사였다. 게다가 비정규직 투쟁을 탄압했던 현대차 전 지부장 이경훈이 통합진보당 남구갑 예비후보로 출마하자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추천후보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가 됐던 이영희는 이경훈이 현대차 지부장으로 출마할 때 이경훈을 적극 지원하면서 이경훈이 과거의 어용 이미지를 세탁하고 지부장으로 당선되는데 공을 세운 선거 공신이다. 이러한 전력을 가진 자들이 민주노총 상층부의 지원을 받는 ‘비당권파’들이고, 언론에서 양심세력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권파’는 공안적 여론을 등에 업은 진보신당 탈당파, 국민참여당 계열, 구 민주노동당 출신 ‘비당권파’의 신 3자 야합 세력들에 의해 ‘당권’을 탈취당하고 축출당할 상황에까지 놓여있다. 그러나 이는 ‘당권파’ 스스로가 자초한 업보이자 자업자득이기도 하다. ‘당권파’는 의회주의에 눈멀어 운동진영의 수많은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본가 세력인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강행해 왔다. 심지어 진보신당과 통합 논의가 되는 시점에서도 ‘당권파’ 이정희는 유시민과 북 콘서트를 개최하며 국민참여당과 합당하는데 앞장서 왔다.

민주통합당과의 몰계급적 야권연대→총선용으로 급조된 3자 야합으로 통합진보당 결성→야권의 총선 과반수 의석 차지와 원내교섭 단체 구성→대선에서 야권연대로 연립정부 구성→2017년 단독 권력 장악 시나리오가 ‘당권파’의 전략적 목표였다. 이러한 의회주의 정치세력화가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을 마미시키고 현장을 분열시키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타락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폭력 사태로 인해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통과된 당강령 개정안 전문의 핵심은 ‘자본주의 폐해 극복’이고 강령 본문은 ‘국가권력의 민주적 개편’, ‘국정원, 기무사 등 특수권력 기관의 민주적 통제 강화’, ‘협동조합, 노동자 자주관리 기업, 사회적 기업 등 대안적 소유 지배구조를 갖춘 중소기업 육성’ 등의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이 강령 개정안 중 핵심 정치강령은 자본주의와 국가권력 타도가 아닌 폐해 극복과 민주적 개편, 파쇼적 공안기구 해체가 아닌 민주적 통제 강화로 자본주의 국가를 개혁한다는 국가물신주의에 빠져 있다. 경제강령 핵심 역시 재벌 몰수와 국유화가 아닌 자본주의 생산관계 내에서의 자본주의적 극복이라는 자본주의 생산관계 물신주의에 빠져 있다. 사실 중앙위원회에서의 격렬한 충돌이 이런 우경적 강령에 대한 내부 투쟁이었다면 운동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데 이러한 강령 개정안은 통합진보당 내 ‘당권파’든 ‘비당권파’든 가리지 않고 동의되어 추진된 내용에 불과한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폐허 위에서 다시 노동자 정치세력화

우리는 전 세계 공황과 총대선 국면이 있는 2012년이 정치세력이 급속도로 재편되는 중대한 정세 변화의 시기라는 정세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애초의 정세인식 보다도 훨씬 빠르고 다양하게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반면, ‘진보진영’의 재편과 분열이 더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급변하는 정세에서는 평소 몇 달 동안에 벌어지는 일들이 하루 만에 벌어질 정도로 정세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진보정당’ 운동을 사실상 독점해 왔던 통합진보당이 붕괴 직전의 상태가 되었고, 앞으로 공황의 심화와 노동자 총파업, 정권 말기 현상의 가속화, 대선이라는 거대한 정치국면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정세는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계획을 발표했으나 총선 이전에는 총선에 올인하면서, 총선 이후에는 통합진보당 분란 사태에 휩쓸리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언론 노동자 투쟁과 다른 당면 투쟁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힘을 효과적으로 모아내지 못하고 있다. 6월말 총파업 조직화 전선 역시 심각하게 파괴당하고 있다. 대중투쟁을 중심에 두지 않는 의회주의 정당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대중투쟁마저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면서 지난 5월 12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공동대표단 및 경쟁부문 비례후보 총사퇴, 당직자 보직사퇴를 포함한 후속조치안이 책임 있게 집행되기를 요구하며 혁신비대위 구성은 강도 높은 쇄신”이라는 결정을 했다. 5월 16일 통합진보당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이 방문한 자리에서 김영훈 위원장 역시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18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조건부 지지 철회’를 결정하면서 통합진보당 철수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조건부 지지 철회는 조건이 바뀌면 여전히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우회적 표현이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상층 지도부는 통합진보당을 강력하게 비판하지만 사실은 그 몰계급적 노선을 패권적으로 추진하여 현장을 분열, 약화시키고 노동자계급 의식을 마비시키는데 일조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지배계급에 의해 조직된 여론에 의해 통합진보당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일자 이러한 우경화된 여론의 눈치를 보며 자신들의 원죄를 교묘하게 세탁하며 마치 ‘쇄신’을 요구하는 주체인체 하고 있다.

의회주의 신 3자 야합 세력들이 말하는 근본적인 쇄신은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대중적 진보정당' 노선이다. 통합진보당 결성으로 강화돼 왔던 국민정당화 노선에 박차를 가하는 더 우경적인 노선이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지도부가 요구하는 ‘강도 높은 쇄신’ 요구는 의회주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통렬한 자기비판과 반성이 없는 기만적인 대(對) 노동자 사기극에 불과하다.

진보신당은 총선에서 1.1% 득표로 법적 등록이 취소된 뒤 ‘새로운 진보좌파정당’으로 당을 재구성하고 대선 독자후보로 돌파구를 열려 하고 있다. 총선에서 진보신당은 청소 노동자 출신인 김순자 후보를 비례대표 1순위로 내세우고 쌍용차 정리해고, 희망텐트 등 노동자 투쟁에 집중하였다. 그러나 진보신당 역시 핵심 요구로 ‘재벌개혁’이라는 독점자본 합리화 요구를 내걸었고, 경영참가, 기본소득제, 사회적 기업 같은 개량주의적, 노사협조주의적인 요구가 강령의 핵심이다. ‘진보좌파정당’이라는 ‘좌파’ 수사를 내건다 하더라도 진보신당은 노동자계급 중심성을 상실하고 부문주의적 요구를 나열하는 ‘신좌파’의 ‘평화적 이행’ 전략에 기초한 또 다른 의회주의 정당에 불과하다. 진보신당은 ‘종북주의 반대’라는 반공주의 태생을 가지고 있고 ‘조선노동당 반대’를 내걸었던 사회당과의 통합으로 ‘반공진보’의 쌍두마차이다. 새노추는 ‘좌파 노동자회’를 건설하여 ‘새로운 진보좌파정당’ 건설에 참여하려 하고 있으나 진보신당의 우경적인 강령내용을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못하고 있다.

다함께는 그 동안 트로츠키주의를 내걸고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 내에서 활동하다가 최근 통합진보당의 당내 분란 이후 “긴급 특별대의원협의회를 열어 통합진보당 집단 탈당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파행을 보며』, 다함께 운영위원회, <레프트21> 81호, 2012-05-14)라며 집단탈당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다함께는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에 대해 ‘막장 양아치’라는 거친 단어를 사용하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다함께는 통합진보당 탈당의 근거로 ‘당권파’에 의한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와 민주주의 파괴, ‘선거부정’의 이유를 대고 있다. 다함께는 현상적이고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함으로써 통합진보당 사태를 불러온 근원적인 문제인 의회주의의 문제에 대해 입 닫고 있다. 더욱이 다함께는 진보진영 내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이런 개무시는 스탈린주의의 특징이다.”,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자행된 선거 부정도 목적은 언제나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스탈린주의의 실용주의적 도덕관과 관계있다.”라며 그 몰역사성과 악랄한 종파주의적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그 동안 트로츠키주의 노선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며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내에서 활동했던 다함께가 탈당을 앞두고는 어이없게도 통합진보당 사태를 ‘스탈린주의’ 문제로 둔갑시키며 자신들의 기회주의 행보와 과오를 가리고 면죄부를 부여하려 하고 있다.

사노위는 이미 몇 차례 조직이 분열된 상태에서 사회주의당 건설을 둘러싸고 최종적인 분열직전에 있다. 트로츠키 진영과 절충적으로 합의했던 강령은 과학적, 역사적 분석이 결여돼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 투쟁의 무기가 되지 못하고 있다. 조직적 지도구심이 없고 조직적 신뢰와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서 조직적 결합력도 취약한 상태에 있다. 사노위의 사회주의당 건설 노선은 분열과 대립만을 일삼다가 당건설에 대한 회의감과 패배주의만을 심어주며 사실상 파산 선고만을 앞두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의 우경화와 기존 정치조직들의 당건설 실패, 어느 조직도 전국적 현장투쟁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국적 현장투쟁 강화와 노동자정치세력화에 대한 현장의 요구, 활동가들의 열망이 현장활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변혁적 노동자 정치세력화 움직임으로 조직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계급정당 흐름은 여러 한계와 취약함이 있으나 통합진보당의 폐허 위에서 현장 활동가들이 능동성, 주도성을 발휘해서 새롭게 싹을 틔우고 있는 노동자의 변혁적,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소중한 흐름들이다.

이미 통합진보당은 저 거대한 갈등과 분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조직적으로는 누구도 당을 깨고 나오려 하지 않고 있다. 지금 격렬한 내분이 절충적으로 해결될지 분당으로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통합진보당은 정치적으로는 완전 파산했다. 노동자 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열망을 배신해 왔던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파산을 딛고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변혁적,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새롭게 추진해야 한다. 이런 대안이 없다면 통합진보당의 사실상의 좌초는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 자체에 대한 패배주의와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맑스-레닌주의 원칙과 사상을 더 분명하게 해야 한다. 맑스-레닌주의의 사상적, 조직적 독자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다양한 수준에서 대중운동, 선진 활동가가 중심이 되는 정치활동에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결합해 들어가서 세력을 확장해야 한다. 노동자의 계급 중심성을 분명하게 내세우고, 계급 문제를 중심으로 반제투쟁을 결합시켜야 한다. 의회를 계급투쟁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도 진보신당 유의 ‘신좌파’적 국가물신주의와 평화이행 노선을 철저하게 부정해야 한다. 사회주의에 대한 좌익 청산주의 흐름을 일소해야 한다.

동지들! 이제 다시 변혁적 노동자 정치 세력화의 대장정에 돌입하자! <노/정/협>

출처 :  노동자정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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