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m 굴뚝에 올라간 지 나흘째, 금속노조 스타케미칼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차광호 대표는 분할 매각 중단과 공장 재가동의 목소리를 높였다. 차광호 대표가 내려다본 45m 아래 공장 정문 앞은 그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100여 명의 노동자가 있었다.
차광호 대표는 27일 오전 홀로 공장 안 굴뚝에 올랐다. 지난해 1월 사측의 일방적 공장 가동 중단 이후 1년 5개월이 지난 이달 공장 설비 전체 매각 사실이 확인됐다. 해복투는 분할 매각 없는 고용 승계를 주장했으나, 금속노조 스타케미칼지회는 사측과 ‘자산 매각과 관련해 어떤 행위도 하지 않는다’고 합의서를 작성했다. 노조가 해고자 위로기금을 이유로 사실상 분할매각에 면죄부를 작성해준 셈이었다. 한일합섬 시절 5년간 고용승계 투쟁을 함께 벌였던 이들은 사측의 권고사직안을 받아들인 데 이어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해고자를 외면하고 말았다.
5월 30일 저녁, 스타케미칼 공장 앞은 화물연대, KEC지회, 경북일반노조 등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로 들어찼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오로지 하나였다. 스타케미칼 분할 매각 저지와 공장 재가동을 요구하며 굴뚝 농성에 돌입한 차광호 대표에게 힘을 건네고 함께 싸워나가기 위함이었다.
최해술 민주노총 경주지부장은 “2005년 금강화섬 투쟁을 위해 이 공단에 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 당시 지금은 비록 힘들지만 10년, 20년 지나면 더 나은 삶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았다. 자신들 이익을 위해 아이들 죽음으로 내몰고도 돈 아끼는 나라, 돈을 더 벌기 위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나라에서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 생각을 많이 했다. 정답은 목숨을 내걸고 싸우는 동지와 함께 투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훈 금속노조 KEC지회장은 “경북지역 경찰이 모조리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도대체 경찰은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 홀로 고공농성을 하는 노동자인가, 공장을 이렇게 만든 먹튀자본인가. 국가기관이 하는 일이 늘 저렇다”며 “우리는 스타케미칼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이곳에 모여야 한다. 우리가 가진 쟁의권이 너무 소중하다. 체력을 길러 단결된 힘으로 투쟁을 벌여나가자”고 말했다.
호텔신라노조 고진수 사무장, 전교조 경북지부 이용기 지부장의 지지 발언과 KEC지회 조합원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차광호 대표는 “지난해 1월 4일 자본이 파업을 예고하자 어용노조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권고사직, 위로금을 챙기며 자본에 동조했다. 도저히 용서되지 않는다. 어용의 진실을 밝히고 싶다. 또, 5년 만에 재가동한 공장인데 다시 일자리를 잃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투쟁을 시작했다”며 “여기에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죄송하고 고맙다”고 화답했다.
한편, 스타케미칼 해복투와 민주노총 구미지부는 매일 농성장을 지키며 오는 6월 12일 집중집회를 예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