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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통일의 사도 홍근수 목사, 영면하소서” 홍근수 목사 영결예배...정당, 노동, 시민사회 각계서 추모

참된 2013. 10. 13. 13:08

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홍근수 목사의 빈소에서 사람들이 조문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평화와 통일의 사도 홍근수 목사, 영면하소서”

홍근수 목사 영결예배...정당, 노동, 시민사회 각계서 추모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민중의 소리
입력 2013-10-11 13:22:07l수정 2013-10-11 14:57:36
고 훙근수 목사 추도사하는 문규현

1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향린교회에서 열린 홍근수 목사 통일 사회장 영결예배에서 문규현 신부가 추도사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 디모데후서 4장 7절 중 -

매향리 폭격장 폐쇄, SOFA 개정 등 반미자주와 평화통일 운동에 앞장서고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을 설립하기도 한 우리 사회 실천적 목회자의 상징인 고 홍근수 목사. 지난 7일 타계한 홍 목사의 영결예배가 11일 오전 9시 그가 담임 목사로 있던 서울 중구 향린교회에서 거행됐다. 

이날 영결예배에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한국진보연대 오종렬 총회의장·박석운 공동대표,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회장,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 씨를 비롯해 정당, 노동, 종교, 시민사회 등 각계 인사가 참석해 홍 목사를 추모했다.

영결예배에 참석한 신도들 200여명도 예배실을 채우고 홍 목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영결예배는 황성규 목사의 "홍 목사를 역사의 현장에서 만나게 해 우리와 손잡게 하고, 향린교회에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감사합니다"라는 기도로 시작됐다.

이어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정의의 월계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라는 성경 구절이 봉독됐다.

향린교회 성가대가 부른 조가는 성스럽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참가자들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홍 목사 생전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오자 예배실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참가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영상에는 미군기지 앞, 노동자 집회, 백악관 앞 등에서 마이크를 들고 연설하고 있는 홍 목사의 모습이 나왔다. 홍 목사는 생전의 육성을 통해 "기독교적인 이상에 따라서 진보적이고 변혁적인 운동이 필요한 것을 절실히 느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고 홍근수 목사 영정에 인사하는 문규현 신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향린교회에서 열린 고 홍근수 목사 통일 사회장 영결예배에서 문규현 신부가 추도사를 마치고 영정에 인사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향린교회 현재 담임 목사인 조헌정 목사는 "민족자주와 민주주의, 민중생존권을 광야에서 온몸으로 외쳐온 평화와 통일의 사도, 모든 생각과 금기를 뛰어 넘어 오로지 진리와 정의에 몸을 맡긴 영원한 자유인"이라고 홍 목사를 회고했다. 

또 조 목사는 "홍 목사는 잠들어 있는 민중을 깨우는 선각자이며 예언자였다"고도 말했다. 이어 "홍 목사는 남한이 유럽처럼 공산당을 허락했을 때 진짜 민주주의라고 이야기하면서 북한 사람들 또한 사랑을 하고 눈물을 흘리는 휴머니스트라고 말해 당시에 북한에 대한 생각에 큰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목사의 저서에 나온 문구를 소개했다. 

"하나님 나라의 정치는 인간을 위해 약속하는 것이지 내세를 위해 악속된 것이 아니다. 교회도 인간의 정치를 보고 필요하면 항거하고 혁명해야하는 사명이 있다.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의 정치가 인간에 정치와 같게 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지듯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리라'하는 주기도문의 뜻은 이것이다"

마지막으로 조 목사는 "앞서 읽은 디모데후서의 구절은 사도 바울의 유언과 같은 고백"이라며 "많은 장례식에서 말하는 구절이지만 홍 목사 만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부활은 한반도 분단을 뒤엎을 민중이다"

이날 영결예배에서는 홍 목사와 교류하고 함께 실천했던 여러 종교인들의 추모사도 이어졌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명예대표인 김상근 목사는 이날 추도사에서 홍 목사를 형이라 불렀다. 김 목사는 "근수 형, 대한문 앞으로 달려가 앉아 있고, 밀양과 제주 강정에도 함께 하고, 한반도 정전을 끝내자고 외칠 당신인데 누워있더니 떠났다"며 "평화와 통일의 사도라고 오래도록 기억될 근수형, 당신을 평생 그렇게 살게 하신 그분의 품 안에서 쉬시라"고 애도했다.

평통사 상임대표인 문규현 신부는 "홍 목사를 떠나보내는 지금 역사의 시간이 거꾸로 가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평화와 정의, 민주, 통일을 위해 온전히 희생했던 목사의 노고가 부질없는 것처럼 흩어지고 있어 암담하다"며 "그러나 목사께서 누워있던 얼마간은 제 스스로 힘과 지혜를 튼튼히 하도록 내어주신 가르침의 시간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함께 있던 모든 시간과 우정이 정말 고맙다"고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그러면서 문익환 목사가 함석헌 목사의 영전에 바친 추모를 인용해 "예수의 부활이 로마제국을 뒤엎은 갈릴리 민중의 부활이듯이, 우리의 부활은 분단을 뒤엎을 민중"이라며 "홍 목사의 고귀한 가르침과 영혼은 여기 남아 민주, 자주, 민중, 평화, 통일의 완성을 위한 위대한 출애굽의 여정을 함께 할 것을 믿는다"고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원불교 경기인천 김인경 교구장은 "핍박과 어려움 속에서도 종교인의 양심 저버리지 않고 민족의 아픔과 문제를 외면하지 않은 홍 목사는 원불교 신도들에게 성직자의 양심을 일깨운 분"이라며 "향린교회에서 진보적 목회를 펼치는 한편, 현실과 직접 대면하고 행동한 홍 목사를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결예배 마지막에는 홍 목사의 부인인 김영 씨를 비롯한 유족들이 참가자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고, 참가자들은 위로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영결예배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서울시청 인근 대한문까지 운구 행렬을 하고 대한문에서 노제를 치른다. 노제를 마친 홍 목사 운구는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안치된다.

고 홍근수 목사 영결예배에 참석한 이정희 대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향린교회에서 열린 홍근수 목사 통일 사회장 영결예배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고 홍근수 목사 부인인 김영 여사가 국화를

1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향린교회에서 열린 홍근수 목사 통일 사회장 영결예배에서 부인인 김영 여사가 국화꽃 향을 맡으며 슬픔 참고 있다.ⓒ김철수 기자

고 홍근수 목사 추모행진

1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향린교회에서 열린 고 홍근수 목사 통일 사회장 영결예배를 마치고 유족들과 지인들이 노제 장소인 대한문까지 추모행진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고 홍근수 목사 노제장소인 대한문을 향해 추모행진

11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향린교회에서 열린 고 홍근수 목사 통일 사회장 영결예배를 마치고 유족들과 지인들이 노제 장소인 대한문까지 추모행진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홍근수 목사 빈소 찾은 사람들

9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홍근수 목사의 빈소에서 사람들이 조문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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