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 노동자 자살, 자본에 의한 타살"
대책위, 투쟁선포식 진행... "개인비리 연루" 일부 주장에 노조 "고인 뜻 폄훼13.07.19 14:05최종 업데이트 13.07.19 17:50
▲ 지역노동계는 고 박정식 사무장의 죽음은 현대차 자본에 의한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 |
ⓒ 충남시사 이정구 |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박정식 열사의 죽음은 현대차 자본의 불법파견과 탄압으로 야기된 현대차 자본에 의한 타살이다.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정몽구를 구속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을 쟁취하자."
지난 15일(월) 낮 12시30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박정식(35) 사무장이 자택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이에 지역노동계는 고 박 사무장의 죽음은 현대차 자본에 의한 타살이라며, '고 박정식 열사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8일(목) 정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진행했다.
이날 투쟁선포식에는 현대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를 비롯한 100여명의 지역 노동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현대자동차 내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업을 중단한 채 고 박정식씨의 죽음을 추모했다.
박씨는 유서를 통해 "무엇을 위해, 무엇을 얻고자 이렇게 달려왔는지 모르겠다"며 "비겁한 세상에서 비겁자로 먼저 세상을 떠나려 한다, 꿈과 희망의 끈을 놓지 마라,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이어 어머니 앞으로도 "못난 아들이 먼저 떠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남겼다.
송성훈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장은 "박정식 열사는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했고, 언제나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한 소중한 동지"라며 "대법원이 판결한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적반하장식으로 비정규직지회에 온갖 탄압을 일삼고 무력화시킨 정몽구는 고 박정식 열사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현대자동차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비정규직 탄압에 대한 책임있는 해명과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고인은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것"이라며 장례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개인비리 의혹... 비정규직 탄압 물타기 반발
▲ 현대차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는 ‘고 박정식 열사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18일 정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가졌다. | |
ⓒ 충남시사 이정구 |
한편 일각에선 박씨가 개인비리에 연루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상급단체 감사에서 조합비 문제로 지적을 받아 고민해 왔다는 것이다. 자체 감사에서 박 사무장이 조합비 1000여 만원을 유용한 정황이 나와 총회를 통해 이를 알리려했고, 집행부가 사퇴할 예정이었다는 내용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집행부 책임론과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국금속노조'와 '대책위'는 사측과 일부 언론이 노조의 회계부정 의혹을 부풀리며 명예훼손을 통해 고인의 뜻을 폄훼하고 있다며 당장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금속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고 박정식 열사는 현대차 투쟁으로 징계를 당한 후, 사측의 급여가압류로 막대한 생계곤란 상황에 닥쳤다"면서 "이후 400만 원을 개인대출 하는 과정에서 절차와 과정이 미숙했다, 카드 사용 오류로 발행한 35만 원은 회계규정상 유용을 확인했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1000여 만 원 유용 의혹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 지역시민단체도 비정규직 철폐 요구에 목소리를 더했다. | |
ⓒ 충남시사 이정구 |
또 "허위 사실로 열사의 죽음을 매도하고 왜곡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금속노조는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며 "현대차 자본은 불법파견과 노조탄압으로 야기된 열사의 죽음에 겸허하게 사죄하고 열사가 그토록 염원하던 뜻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그 책임을 다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고 박정식 열사 대책위도 "열사투쟁이 종료된 후 회계감사를 통해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잘잘못이 가려질 것"이라며 "온갖 추측성 보도와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박정식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할 것"이라며 "해고를 비롯해 잔인한 탄압을 자행하는 현대차 자본과 정몽구를 향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노동탄압, 인권유린, 차별대우, 직·간접적 산업재해로 죽어간 비정규직 노동자 사례는 일일이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라며 "사측의 악질적인 비정규직 노동탄압 문제를 민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노조의 자체 문제와 결부시켜 물타기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정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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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아산공장은 이날 공장내 분향소 취재를 요청하는 취재기자들의 출입을 거칠게 막으며 통제했다. | |
ⓒ 충남시사 이정구 |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무엇을 위해 무엇을 얻고자 이렇게 달려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비겁한 세상에 저 또한 비겁자로서 이렇게 먼저 세상을 떠나려 합니다. 저를 아끼고 사랑해준 모든 이에게 죄송합니다. 또한 저를 위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 미안합니다. 같은 꿈과 희망을 쫒았던 분들에게 전 그 꿈과 희망마저 버리고 비겁한 겁쟁이로 불려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로 인해 그 꿈과 희망을 찾는 끈을 놓지 마시고 꼭 이루시길....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어머님께
어머님 못난 아들이 이렇게 먼저 떠납니다. 죄송합니다.
고 박정식씨가 남긴 유서 전문이다. 고인의 빈소는 충남 아산시 온양장례식장에 차려져 있다. 고 박정식씨는 충북 음성출신으로 2004년 8월부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엔진부에서 근무해 왔다. 2010년 8월 노동조합에 가입해 2011년 노동조합 선전부장을 역임하고, 2012년부터 노동조합 사무장을 맡아 왔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은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사내 분향소 취재를 요청하는 취재기자들의 출입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시사>와 <교차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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