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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울산저널] |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합원 A씨는 2010년 공장 점거 투쟁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2011년 2월 해고됐다. A씨처럼 해고된 조합원들은 노동조합 산하의 ‘해고자투쟁위원회’에 소속돼 정규직 전환 투쟁을 하고 있다. 해고되지 않은 조합원들이 매달 조금씩 돈을 걷어 해고자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있는데 월평균 6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해고 후 A씨의 가족은 원래 살고 있던 전셋집에서 나와 월세집으로 옮겨야만 했다. 전세금을 올려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세값이 많이 올라 가지고 있던 보증금으로는 쓸만한 집을 구할 수가 없어서 결국 월세집으로 이사왔다. 남은 보증금으로는 해고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빌린 돈을 갚았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던 A씨의 아내도 작년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내가 받는 돈은 매달 70만원이다. A씨가 가져오는 돈을 합하면 매달 130만원 정도의 수입이 들어온다. 그 돈으로 월세 35만원과 도시가스비, 전기세 등의 공과금, 식비, 핸드폰요금, 유류비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이 한 푼도 없다. 보험은 해약한지 오래다.
A씨는 “얼마 후면 설인데 고향집에 갈 때 아무것도 못 사갈 것 같다”고 말했다. 3월부터 올해 5살이 된 아이가 유치원에 가는데 보육료는 지원되지만 그 외에도 입학금, 식비, 교재비, 원복, 가방, 체육복 등의 명목으로 한 학기에 100만원 가까운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A씨의 아내는 “아이 친구들은 모두 집에서 ‘학습지’를 시켜서 하는데 아이에게 못 해줘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3공장에서 협력업체 직원으로 11년째 일하고 있는 B씨(39)는 4개월째 월급이 150만원 밖에 나오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으로 파업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노조의 파업으로 손해를 봤다며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월급을 가압류했다.
가압류 전 그의 연봉은 4,500만원 정도였다. 주간조일 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낮에 일을 하고 일요일 저녁 5시부터 월요일 아침 8시까지 특근을 했다. 야간조일 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근무를 하고 토요일 저녁 5시부터 일요일 아침 8시까지 특근을 했다. 그러다보니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 7일 연속 야간 근무를 하곤 했었다. 그렇게 한 달에 특근을 4~5회 해서 받은 임금이 180만원 정도였다. 보너스가 있는 달에는 320만원 정도를 받았다. 평균으로 따지면 월 250만원 정도였다.
가압류 된 이후에는 150만원을 받는다.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 100만원 정도로 남는 50만원으로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사람 만나기가 꺼려진다. B씨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그동안 매달 20만원씩을 용돈으로 드려왔다. 어머니에게는 차마 월급이 가압류됐다고 말할 수가 없어서 어머니께 드리는 용돈은 줄일 수가 없다.
대신 여자친구를 만날 때 쓰는 데이트 비용이 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원래 작년에 결혼을 하려고 했지만 투쟁이 다시 시작되면서 기약 없이 미뤄졌다. B씨는 “현대차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정이 나도 안 지키는데 없는 사람들에게는 손배, 가압류 등 법이 너무 엄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직 노조와 조합원을 상대로 총 98억 6천만원을 배상하라는 11건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이다. 그 중 6건, 82억원은 2010년 점거농성 때문이고 나머지 5건, 16억 6천만원은 2012년 투쟁으로 인한 것이다. 이밖에도 현대차는 2010년 11~12월 울산공장 점거 농성 참가 조합원 90여명의 통장과, 2012년 파업 참가 조합원 중 8명의 월급, 2명의 부동산에 대해 가압류를 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노조가 2010년 11월 15일부터 25일간 울산1공장을 점거해 1천억원 이상, 2012년 8월 이후 여러 차례 파업을 해 178억원 이상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가 주장하는 생산차질액은 점거 또는 파업을 한 기간 동안 생산을 못한 차량대수에 일정한 가격을 곱한 금액이다.
그러나 새날 법률사무소 정기호 변호사는 “차를 만들었다고 다 팔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 차질을 빚은 차량 전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파업 이후 특근 등으로 부족한 생산량을 채워주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부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경주 발레오만도 공장에서 노동조합이 연장근로 거부와 태업을 하자 회사는 노조에 손해배상금 1억 2천6백만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대구고등법원은 “설 연휴 기간 공장을 가동해 부족 생산량을 채울 수 있었다”며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정기호 변호사는 “현대차가 그동안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끝까지 간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현대차가 비정규직 노조와 조합원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는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사제휴=울산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