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운동

"지역과 현장에서 출발, 노동정치의 백년둥지 만들자" [인터뷰] 양경규 노동자정당추진회의 대표와의 대화 ②(2012.11.21)

참된 2013. 1. 11. 03:49

"지역과 현장에서 출발,
노동정치의 백년둥지 만들자"

[인터뷰] 양경규 노동자정당추진회의 대표와의 대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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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경규 노동자정당추진회의 대표와의 인터뷰 1회에 이어 2회분을 게재한다. 인터뷰 1회 ‘무너지는 노동정치, 다시 세워야’는 여기를. <편집자>

***

정종권 : 97년 총파업과 국민승리 이후 15년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이 좌절로 끝났다는 지적들이 많다. 과연 좌절한 것인지, 그 원인과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그리고 새로운 노동정치가 과거의 정치세력화 경로와 무엇이 달라야 한다고 보는가?

 

양경규 : 실패와 오류는 조금 다르다고 본다. 노동정치 1기의 역사가 오류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길을 걸었던 것이 오류였다면 시작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이고, 그 길에서 실패했다고 한다면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고, 다시 새롭게 재출발해야 한다.

노동정치 1기는 8,90년대 진보정당 운동의 실패의 경험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이전 시기의 대중적 토대의 부재와 이념의 혼란을 민주노조운동의 조직적 결합과 사회주의적 이상과 가치라는 지향으로 통일시키며 대중적이면서도 계급적인 진보정당 운동의 길을 연 것이다.

 

여기서 진보정당 운동의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의회주의, 당내 민주주의의 실종, 평당원의 실천적인 참여구조의 부재, 진보정당으로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강령의 잇따른 개정 등은 논외로 하겠다. 노동자 정치운동으로 이야기를 좁혀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노동자정치세력화란 노동계급의 독자적인 세력화를 통해 노동자의 정당을 건설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한다. 따라서 이는 분명하게 노동자나 노동조합의 당면한 과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해 주거나 도움을 주기 위한 전술적 방편의 문제가 아니다.

 

또 노동자당의 집권으로만 협소하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단순하게 권력을 쥐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극복을 위해서는 사회적인 헤게모니를 노동자들이 어떻게 잡을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의회주의나 대리주의가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실패를 말할 때 먼저 생각해 볼 지점은 바로 이러한 근본적 지향이 대중적으로 정확하게 공유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뼈아프지만 국민승리21이나 민주노동당의 창당이 현실의 노동운동의 현안투쟁, 정확하게는 96-97의 노동법총파업으로 비롯된 문제도 있었다. 투쟁의 승리가 일순간에 의회라는 구조 속에서 무력화되었던 것이 정치세력화를 앞당긴 것은 사실이다. 노동자 국회의원이 있었으면 이라는 바람이 그것이었다.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본말이 전도된 사고였다. 노동자정치세력화의 본질은 ‘노개투’(노동악법 개정 투쟁)에 있었다는 사실이 자주 잊혀졌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이후 민주노동당이 일정하게 의회권력을 갖게 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현장에서 민주노동당과 노동자, 노동조합의 관계를 계속 협소한 틀로 묶어 놓았다. 노동정치의 의미를 확장하지 못한 책임이 민주노조운동에 있었다. 물론 이를 발판으로 삼았던 당의 명망가 정치도 문제였다.

 

두 번째로는 토대의 문제이다. 노동계급의 대중적 토대는 노동자정치세력화의 기본적인 전제이다. 이는 가치의 문제이기도 하고 실질적인 기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민주노조운동의 위기와 함께 계급대표성을 상실한 민주노총 조합원 중심의 노동자정치세력화는 노동가치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여기다가 실질적인 기반으로서의 노동자의 대중적 기반이 취약하기 짝이 없었다. 비정규직과 중소영세 노동자의 비율은 매우 작았다.

민주노총의 조합원이 다수였는데 이들은 당의 주체적 참여에 관심은 없었다. 지역운동과 현장투쟁의 결합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아니 그런 결합의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채 그저 대상화가 되고 말았다. 돈대고 이름 걸고 표 찍어 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돈만 대고 이름만 걸고 선거 때 한 표 찍어 주는 것만 해온 것, 그것이 전부였던 것이 노동자정치운동의 문제였다.

 

정종권 : 조금 의외다. 양경규 대표는 민주노총의 정치위원장을 맡았었고,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 방침을 결정하는데 주동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양경규 : 진보정당의 대중적 기반이 되었던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정치세력화를 실현한다’고 했던 정치방침은 아주 나쁜 독이 되었다. 소위 배타적 지지방침이라고 부르는 방침이다.

이 방침은 내가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을 맡았던 시기에 많은 반발과 이견 속에서 만들었던 대의원대회 방침이다.

초기 진보정당운동의 성장에 순기능의 역할을 했던 이 방침은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오히려 왜곡시키는 것이 되고 말았다. 당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와 조합원들을 대상화하는 방침이 되고 말았다. 이제 다시 민주노총의 방침에 의해 특정한 노동자 정당을 건설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 되었다.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이런 평가 속에서 이를 극복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는 그 근본적인 지향을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공유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확인함으로써 기존의 진보정당운동, 그리고 현존하는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과의 차별성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그럴 때 어떤 세력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자신의 ‘내용’을 갖는 진보정당 운동, 노동자정치세력화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본다.

또 하나 더, 새로운 노동정치는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노동자가 정치의 주체로 등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내가 속해있는 공공운수연맹 과학기술노조의 노동자들이 대전 유성구에서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많이 출마했다. 득표율도 낮지 않았다. 노동자 지방의원들도 여럿 배출했다. 노동자들은 이 지역구에서 현장활동과 지역활동을 묶어내는 노력들을 통해 노동자가 지역정치의 중심이 되고자 했다.

그러나 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런 노동자 정치의 성과들이나 흔적들이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노동조합, 노동자 지방의원, 지역단체들이 모여서 민중의 집과 같은 생활적이고 구체적인 노동자 정치의 결과물들을 남기지 못했다.

노동자 밀집도시인 창원과 울산에서 노동자와 지역주민이 만나고 현장투쟁과 지역운동이 결합하는 거점 하나도 없는 것이 오늘 우리 운동, 노동자 정치운동의 현주소다. 이런 지점에서 우리는 과거의 노동정치를 돌아보고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종권 : 그렇다면 앞으로 노동자정치세력화, 노동자 정치운동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양경규 : 이제 단순히 노동자들을 모아냄으로써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진보정당이 건설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어떤 실천의 과정을 통해 노동자를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실질적인 주체로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나는 현장의 조합원이 현장투쟁과 지역운동을 묶어낼 때 노동자정치세력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양경규 노동자정당추진회의 대표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고 중심이 되어, 현장과 지역에서 구체적인 활동,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동참할 수 있는 근거지, 주장과 담론을 체감하고 느끼게 할 수 있는 활동의 사례와 경험을 만들어가고 그것을 축적해가는 것이다.

제안자 모임을 해소하고 추진회의를 결성하면서 우리는 다시는 또 갈라지고 분열되는 당을 만들지 말자고 했다. 대중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이제는 정말 100년 가는 노동자정당을 준비하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우리 추진회의의 이름이 ‘지역과 현장의 백년둥지, 노동자정당추진회의’이다. 무언가를 빨리 이루려기보다는 정말 끈질기게 대중과 함께 새로운 길을 열어가보고 싶다는 것이 추진회의의 생각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정치세력화, 새로운 진보정당은 과거의 오류를 틀림없이 반복할 것이다. 추진회의는 이러한 실천적인 과정을 거쳐 그 성과를 모으는 노동자정치세력화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노동자가 참여하는 주체로 서는 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정종권 : 잠깐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번 18대 대선에서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 외에 김소연, 김순자 후보가 노동자 대통령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독자 완주하는 노동자 대통령 후보라는 점에서 비슷한데 또 다르다. 이 후보들에 대한 추진회의 입장은 무엇인가?

 

양경규 : 거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평하거나 코멘트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두 분 다 노동자 민중의 진보정치를 다시 만들어보자는 취지와 의지를 갖고 출마한 것이라고 본다.

김소연 동지나 김순자 동지, 모두 노동현장의 어려움과 고단함함, 노동자들의 고통과 불만을 잘 알고 있는 동지들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김소연 동지는 비정규 투쟁 주체들과의 논의와 토론을 통해 후보 결의를 했고,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의 연장선에서 대선투쟁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잠깐 언급했지만 대선의 독자 후보를 출마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진보세력의 독자적인 출마를 통해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정의당, 진보신당 등으로 쪼개지고 나뉘어져 있고, 노동운동의 전현직 간부들이 보수정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수행원으로 전락하고, 현장의 노동자들은 노동정치와 진보정치에 대해 환멸과 냉소를 보내고, 민주노총의 존재감과 발언권, 사회적 권위는 땅에 떨어진 지금 시점에서 대선에 독자적으로 출마한다면, 그것은 무너지고 있는 노동정치의 현실을 복원하고 재건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범진보 범좌파진영의 통일된 대응과 공동투쟁이 공유되면서 독자후보 논의가 진행되고, 또 그 성과가 대선 이후의 노동정치 재건으로 맞춰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의 독자후보, 노동자 대통령 후보의 출마 과정이 그렇게 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87년 이후 25년 만에 찍을 후보가 없는 선거인가 싶었다. 그런데 노동자후보가 2명이나 출사표를 던졌다.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아쉬움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현장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새로운 노동자의 정치를 말하고 있는 지금, 추진회의가 어떤 입장이든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과정을 세세하게 알지 못하는 노동자대중에게 이 두 후보에 대해 어떤 변별력으로 설명해야 하나? 고민이다.

과정이야 어떻게 되었든 출사표를 던진 김소연 후보나 김순자 후보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 독자후보 논의에서 철수했던 추진회의지만 이제 새로운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김순자 후보도 훌륭한 노동자후보이지만 오랜 기간 투쟁의 현장에서 우리와 함께 싸워왔고 전국 비정규직 투쟁의 중심이 되어 왔던 김소연 후보에 대한 동지적 연대가 더 크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 의견과는 별개로 추진회의는 추진회의의 판단의 기준에 근거하여 자기 방침을 가질 것이다. 당연히 대선 이후 새로운 노동정치, 제대로 된 진보좌파정당의 재건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기여할 수 있는가 라는 점이 기준이 될 것으로 본다.

추진회의는 결성대회에서 지역별 토론을 통해 대선방침을 수렴하고 운영위를 열어 대선에 대한 방침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조만간 논의를 할 예정이다.

 

정종권 : 최근 노동현장에서 진보정당과 노동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강화되면서, 오히려 지금은 정당운동이 노동운동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라며 당분간은 현장과 노동운동 중심으로 역량을 복원하는 것에 치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즉 어떤 의미에서는 정당에서의 철수론과 같은데,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양경규 : 노동운동의 성장과 발전은 일그러지고 왜곡된 진보정치에서 철수한다고, 노동정치는 당분간 쉬고 노동운동에만 전념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왜냐면 노동운동은 이미 조합주의적 운동이 아니라 정치적인 운동이고, 노동자의 삶과 노동현장의 싸움터에서 정치는 무관한 어떤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운동의 어려움과 진보정치의 왜곡이라는 정당한 ‘진단’에서 우리가 내려야 할 ‘처방’은 진보정치로부터의 철수가 아니라 왜곡된 진보정치를 제대로 된 노동정치로 전환하고 바꿔내는 것이어야 한다.

진보정치의 난맥상에 눈을 감고 외면한다고 노동운동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노동운동 전.현직 지도급 인사들의 보수정치에 대한 투항과 그 영향력이다. 진보정치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할 때 보수정치와 자본의 정치가 우리 노동자 사이로 침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노동운동의 현재 조건에 비추어 현재의 민주노조운동의 틀 안에서의 새로운 혁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는 비정규직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비정규직의 문제가 노조가 있는 사업장 내의 비정규직이나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물론 현장투쟁을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현재의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을 건드리는 핵심적인 문제가 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어떤 사업장의 문제가 해결되면 이 체제는 이를 사회적으로 누군가에게 전가하고 있다.

동네 골목골목에 가보아라. 음식점, 편의점, 영세공장, 중소병원 모두가 비정규직이다. 노동운동의 혁신은 사업장의 비정규직 문제를 넘어서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현장에서의 투쟁이 지역운동과 결합할 때 가능하다. 비정규직 운동이 현장 내부의 투쟁에서 지역운동으로 사회연대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동자의 정치를 말하고 새로운 노동정치를 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노동자 정치운동이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혁신과 구분되는 별도의 영역의 과제가 아니다.

노동정치 철수론이, 결코 그런 의미로 이야기한 것은 아니더라도, 가뜩이나 민주노조운동의 자기 방어를 통한 조직노동자 이기주의의 방편이나 탈계급적이고 탈정치적인 노동운동의 논리적 무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종권 : 추진회의가 과거 노동운동의 중앙파들이 결집한 조직이고, 그런 의미에서 또 하나의 정파조직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양경규 : 우려스러운 질문이다. 추진회의는 통진당과 진정당이 진보정당일 수 없다는 생각, 노동정치의 근본이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는 생각,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노동정치그룹들이 통일되어야 하고 당의 건설과정은 노동자를 정치의 주체로 세우는 실천의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노동정치 조직이다.

정파란 같은 의견과 입장을 갖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니 이 또한 정파다라고 말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부끄러운 규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앙파가 결집해서 만든 또 하나의 정파조직이라는 말은 사실관계도 아니고 편견에 근거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해 참여하고 있는 수많은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그런 이름이 붙여진다면 불쾌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추진회의 참여하고 있는 몇 사람이 과거에 중앙파로 불렸다는 이유로 추진회의의 운동이 재단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중앙파라는 이름표가 참 오랫동안 따라 붙는다는 생각을 한다.

꼭 답해야 한다면 적절하지 않더라도 해보자. 중앙파는 노동정치가 분열 분화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동질적 집단으로서의 의미를 사라졌다. 누구는 통진당에 합류하고 진보정의당에 참여하고 또 누구는 노동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추진회의는 중앙파라는 기존의 정파가 만들거나 결집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각각의 개인이 지역과 현장에서의 토론을 통해 동의하면서 함께 함으로써 이루어진 조직이다.

처음 제안자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하며 무슨무슨 위원회 따위의 명칭을 붙이지 않은 것도 다양한 세력,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제안자모임을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추진회의라는 이름이 우리가 부정하더라도 특정한 그룹이 중심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해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노동정치 통일을 위한 각 그룹간 논의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나는, 추진회의는 큰 틀속에서 하루빨리 발전적으로 해소되고 모든 그룹, 모든 사람이 함께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그것이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대중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정종권 : 추진회의 이후 활동계획, 당의 건설 경로 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양경규 : 과거 제안자모임이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활동보다는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토론하며 조심스럽게 행보를 해왔다면 추진회의 출범 이후에는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노동정치의 새로운 토대를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노동자대중에게 새로운 노동정치의 내용을 알려냄과 동시에 여러 갈래로 복잡하고 다기한 노동자 정치운동을 묶어내는 노력을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추진회의 자체의 조직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현재 추진회의는 제주와 강원을 제외한 지역에 추진회의를 두고 있다. 기존의 지역추진위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미조직 지역에서 추진위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대중사업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것은 전국단위의 노동자 정치신문인 ‘지역과 현장’의 발간이다. 아울러 지역추진위가 주관하여 일제히 노동자정치학교를 개설할 예정이다. 새로운 선전과 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노동정치의 의미를 공유하고 토대를 구축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성대회에서 추진회의는 지역별 3대 의무사업을 확정했다. ①모든 지역추진위는 지역의 비정규직 조직화 전략사업을 수행할 것, ②지역의 현안투쟁 사업에 대해서 지역추진위는 책임있는 결합을 할 것, ③ 현장투쟁과 지역운동의 결합을 위해 ‘민중의 집’ 혹은 ‘노동자의 집’을 지역추진위가 주체가 되어 건설준비위를 반드시 구성할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노동정치가 바로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실천의 성과를 모아 이루어져야 한다는 우리의 의지를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이런 실천의 성과를 모아 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완결되지 않는 한 당 건설은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실천이 진행되면서 당 건설 논의도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새로운 당이 건설되더라도 이 사업은 계속 진행될 것이고 그를 통해 노동자가 주체로 서는 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당 건설을 위한 노동정치의 통일을 위한 사업도 책임있게 진행하려고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임을 통해 올해까지는 노동정치의 내용과 당 건설의 경로에 관한 논의를 할 예정으로 하고 있다. 대선 이후 노동정치의 통일을 위한 공식적인 기구도 가능하다면 함께 논의하여 꾸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 연장선에서 당 건설 논의를 노동정치 밖의 그룹들과 진행하려고 한다. 그 시기가 언제라고 감히 단언하거나 한정할 수는 없다. 한편으로 실천의 성과를 모아내고 한편으로 노동정치의 통일을 만들어가면서 그 시기를 가늠해 볼 생각이다.

 

정종권 :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