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하청노조 초대 조직부장 이 모씨(40)가 22일 오후 5시 20분경 자신이 살던 아파트 19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씨는 어제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 최 모씨의 자살 소식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소식을 듣고 매우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이 씨는 어제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 최 모씨의 자살 소식을 듣고 조성웅 전 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손이 떨려 운전을 못 하겠다"고 얘기했고 오늘 평소 친하게 지내던 현대중공업 정규직 강 모씨와 함께 병원에 찾아가 진료를 받았다. 당시 이 씨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하면서 두들겨 맞는 것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제대로 도와주지 못 해서 그런 것 아니냐"면서 심하게 자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병원에 다녀온 후 올해 5월 입주한 자신의 집이 있는 동구 방어동 영구 임대 아파트 19층에서 뛰어내렸다. 이 씨가 투신하는 모습을 목격한 아파트 경비가 즉시 신고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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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등 울산지역 노동계 관계자들이 울산대병원 장례식장에 모여 대책을 논의 중이다. |
시신에 외상이 크게 없어 경찰은 부검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씨의 가족들이 전라도와 서울 등지에 살고 있어 아직 도착하지 못 해 부검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시신은 울산대병원에 안치되어 있지만 아직 영안실조차 차리지 못 한 상태이다.
이 씨는 98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에 입사해 2003년 현대중공업 하청노조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초대 조직부장을 역임했다. 2004년 역시 현대중공업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박일수 씨가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하자 이 씨등 3명이 '현대중공업과 하청업체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하다 5시간만에 사측 경비대에 두들겨 맞고 끌려 내려왔다. 이후 생활고에 시달려 택배배달 등을 했고 최근에는 택시기사를 하고 있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현실
죽음 내모는 하청노조 탄압
제2, 제3의 이운남 없어야
22일 현대중공업 해고 하청노동자 이운남 씨가 19층에서 몸을 던져 일생을 마감했다. 한진중공업의 최강서 씨와 함께 이틀 동안 두 분의 노동자가 세상을 등졌다. 한편에선 대통령 당선의 축배를 들 때 한켠에선 절망의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야하는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2만 2,000여명으로 정규직의 수를 넘어선 현중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세계 제일 조선소의 주축이면서도 차별대우에 허덕인다. 기본급 차이는 물론 비슷한 처지인 현대차 비정규직 하고도 현격한 성과급의 차이가 존재한다. 교육비 지원 등 복지혜택도 열악하다. 더욱이 폭등한 동구 지역의 전세값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위축된 소비는 지역 골목상권을 고사 직전으로 몰고 있다. 이 같은 동구 주민의 다수를 이루어가는 하청노동자들의 불안정은 동구지역의 어두운 미래 전망의 주요 원인이다.
저임금의 현실보다 하청노동자들을 절망으로 모는 것은 헌법상 보장되는 정당한 권리인 노동조합의 활동을 방해하고 원천 봉쇄하는 현대중공업 사측의 노조 탄압이다. 이미 정규직 노조는 자본의 협조자가 되어 버렸기에 하청노조 활동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측은 하청업체를 통해 교묘하고 지능적인 방법으로 노조를 통제하고 있다. 하청노동자의 노조가입 사실이 알려지면 온갖 회유와 압력을 통해 탈퇴를 이끌어 내며, 불응시 왕따를 시켜 배겨내질 못하게 하는 등 정상적 노조 활동이 불가능 하게 만들고 있단다.
심지어는 하청업체의 노조원 가입 수에 따라 하청계약 해지까지 당한다는 풍문이니 그 상황에서 어떻게 정상적 노조 활동을 하며 버텨 낼 수 있겠는가? 그러기에 산재은폐는 빈발할 수밖에 없고 침묵의 카르텔이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동구청이 운영하는 비정규직 센터에는 상담시 신원공개를 꺼리는 하청노동자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 동구지역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하면서 조사대상 대다수가 불이익을 두려워해 신원공개를 꺼려 어려움을 겪었다. 이운남 씨는 하청노조 발기인 동료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자괴감을 토로하며 몸을 던졌다 한다. 2004년 해고 뒤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암울한 현실에 좌절 했을 것이다.
자유로운 노조 활동이 가능하고 복직의 희망으로 동료들에게 돌아 갈수 있었더라면 19층에서 몸을 던질 생각이 들었을까 반문해본다.
노동자의 양심을 허물어뜨리고 하청노조의 활동을 원천봉쇄하고 탄압하는 강고한 현대중공업이 이운남 씨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이운남 씨는 현대중공업의 하청노조 탄압에 따른 희생자다. 이운남 씨의 죽음은 한 노동자의 양심을 짓밟고 마냥 모르쇠로 하청노조 탄압을 계속하며 돌아갈 곳의 희망을 뭉개버린 현대중공업에 의한 간접살인이요, 사회적 타살이다.
오늘 전하동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이 휘황 찬란하다. 그러나 추위에 웅크리며 퇴근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지친 모습에서 양심에 따른 행동을 죽음으로서 표현하고 하청노조 활동의 자유를 갈망했던 이운남 씨의 모습이 드리우며 가슴이 먹먹하다.
17년간 싸우고 있는 정규직 해고자 네 분도 아직 직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의 풍요로움 뒤켠에 노동자의 양심이 유린되고 음습한 노조탄압이 횡행하는 현대중공업은 이미 세계일류기업의 자격과 도덕성을 상실했다. 이런 모습이 되풀이 되는 한 현대중공업 존재하는 이곳 동구의 모습은 문명사회라 얘기 할 수 없다. 아직도 2004년 당시의 해고 하청노조원 100여 명이 뿔뿔이 흩어져 당시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제 다시는 제2, 제3의 이운남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현대중공업은 더 늦기 전에 전근대적인 노사관을 버리고 노조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해고자들을 일터로 돌아가게 하라. 더 이상 노동자들의 양심을 훼손하고 억압하는 노조탄압은 중단되어야 한다. 더 이상 현대중공업이 문명의 사각지대가 되어선 안 된다.
부디 차별없는 하늘나라에서 다시는 양심이 허물어지시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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