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비정규직 철폐투쟁

정치권, 현대차 정규직노조 표밭이 두려운가

참된 2012. 12. 29. 22:43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최병승, 천의봉 조합원이 농성중인 현대차 울산공장 앞 송전철탑 앞에 '단결투쟁' 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현수막 옆에 정규직노조의 동조농성 천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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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다 수백억 원의 손배소송과 해고, 구속을 당하면서  '철탑농성'이라는 마지막 배수진을 친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고립무원에 빠졌다.


27 일 혹한에다 폭설까지 내린 최악의 상태에서도 29일로 74일을 현대차울산공장 앞 철탑위에서 맞은 최병승, 천의봉 조합원. 이들은 "철탑에 오를 당시 현대차는 당장 다음 주라도 신규채용을 강행하겠다고 했고, 신규채용을 막지 못하면 대법 판결 이행도, 정규직 쟁취투쟁도 힘들다고 생각해 철탑에 오른 것"이라고 편지를 썼다.

하지만 4만5천여 조합원을 가진 현대차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노조가 그토록 반대하는 회사 측의 3500명 신규채용안을 잠정합의하려다 막히자 "불법파견 특별교섭 봉쇄를 용납할 수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그 어떠한 정치 논리가 작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비정규직들이 10여 년을 싸워 온 정규직화를 정치논리로 갈무리한 것이다.

그동안 당장이라도 정규직화를 해줄 것 같이 연대를 다짐하던 정치권은 정규직노조의 이같은 논리에 한마디 말도 못하고 있다. 진보정치가 활발한 울산에서 정치적 기반이자 선거 때 표밭이 되는 현대차 정규직노조의 심기를 건드리기 싫은 것은 아닐까.

정규직노조는 왜 신규채용 안을 받아들이려 하나

현대차노조 홈페이지 메인면을 장식하는 사진은 '주간연속 2교대 실현'과 '비정규직철폐' '공정분배'다.

지 난 수년간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민주노총의 상징이자 살인적인 야간근무의 바로미터인 현대차노조의 주간연속 2교대 쟁취 투쟁을 응원해 왔다. 그에 힘입어 현대에서는 내년 3월부터 심야 야간근무가 없어지게 됐다. 하지만 시민사회 응원의 밑바탕에는 막강한 정규직노조의 힘으로 비정규직 철폐를 이뤄달라는 것도 포함됐었다.

현대차 정규직노조는 "최병승 동지를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하고 100여 명의 해고자를 복직시키는 사측 제시안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며 "수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도출해 내고자 노력 중이었다"고 항변한다. 그러면서 "올해 안에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주간 연속 2교대의 안정적 정착과 제도완성에 주력코자 했다"고 밝혔다.

어떤 식으로든 올해 안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를 마무리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정규직노조의 입장은 최병승, 천의봉씨가 편지로 표현했던 그대로다. "철탑에 오를 때 모든 것을 걸었는데, 이제와서 신규채용안에 잠정합의하겠다는 건가? 연내타결이 아무리 중요해도 비정규직 노동자 목숨보다 중요한가"는 것이다.

이 같은 정규직노조의 신규채용 합의 입장에 그동안 신규채용 반대를 외치던 민주당,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침묵하고 있다. 대선 기간 빈발하게 내던 성명이나 논평 한 줄 못 내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진보 진영의 최대 표밭인 막강 노조의 심기를 건드리기 싫기 때문이 아니라고 그 누가 말할 수 있는가.

비정규직노조가 믿었던 정규직노조와 정치권이지만...

 2010년 2월 대법원 판결 이후 변화가 없자 그해 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1공장에서 점거 파업을 벌였던 비정규직노조가 농성 당시 농성장으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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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의 대두는 지난 2004년 노동부가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9234개 공정을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2005년 투쟁에 나선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집단폭행, 감금, 납치, 정직, 해고, 수배, 구속이었다.

이후 언론과 정치권은 현대차 정규직노조의 투쟁에 초점을 맞춰왔고, 상대적으로 비정규직노조는 부각되지 못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대표자로 소송에 나선 최병승 조합원의 법정 투쟁이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의 "현대차 사내하청제도 불법파견" 판결로 새삼 부각됐다. 그해 11월 15일 시작해 25일간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후 현대차 정규직노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 높아지게 됐다.

하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 오히려 비정규직들에겐 고통이 더 가중됐다. 수백억 원의 손배 소송과 해고, 구속이 이어졌고, 결국 소송 당사자인 최병승씨와 노조 사무장 천의봉씨는 비정규직을 대표해 고압이 흐르는 송전철탑 농성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송전탑에 오르자 정치권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현대차 비정규직 농성장을 잇달아 방문해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대 선 기간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현대차 불법파견을 재조사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 했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현대차가 대법 판결대로 조속히 정규직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후보의 지지자들도 이에 동조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와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도 한결같이 정규직화를 부르짖었고 울산시당도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 기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현대차 비정규직의 질의에 "현행법상 소송결과는 이를 제기한 당사자에게만 적용되고, 소송 당사자가 아닌 경우에는 새로이 소송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회사측과 같은 입장을 보이고, 새누리당 울산시의원들이 정규직 전환 촉구 결의안마저 부결시키면서 비정규직들이 새누리당에 기대하지 않았다. 반면 그 반대 급부로 야권에 대한 기대는 그만큼 컸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고, 믿었던 정규직노조마저 등을 돌려도, 우군이던 정치권은 "왜 그러냐"며 한마디 말도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만 '고립무원'이 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