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사람

“비정규직 없는 노동해방 세상에 다시 살아오소서” 26일, 이운남 열사 영결식 엄수

참된 2012. 12. 27. 15:58

 

동지를 사랑하는 것이 혁명이었던 사람

[식물성 투쟁의지](50) 고마워, 미안해 운남아!

“형, 힘들 때마다 전화할께요
그래 자주 연락하며 살자”

너의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
넌 마지막 잎새를 남기고 갔는데
난 또 다시 헐벗고 딱딱한 겨울나무로 살아남았네

미안해
운남아!

타고나기를 너무 선하게 태어난 사람
물푸레나무처럼 동지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
동지를 사랑하는 것이 혁명이었던 사람
너무 섬세하고 아름다워
이 자본주의에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던 사람
“동지, 싸우자”
박일수 열사의 꿈을 쫓아 기꺼이 지프크레인에 올랐던 사람
현대중공업의 살인적인 폭력을 몸에 저장함으로써
자본가계급을 용서하지 않았던 사람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의 고통을
최강서 열사의 죽음을
자기 삶으로
마침내 받아들였던 사람
그렇게 시대를 앓았던 사람
물푸레나무처럼 사랑이 아니었으면 살 수 없었던 사람

그래 운남아!
더이상 미안해하지마
넌 이미 충분했어
네 젊은 꿈,
혁명가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후회 없는 삶이었잖아
넌 할 일을 다했잖아
넌 충분히 아름다웠잖아
네 탓이 아니잖아
운남아!

투쟁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을 드러낸 체력,
절망처럼 두려운 일이 또 있을까
긴장으로 딱딱해진 겨울나무 같은 우리 몸
네가 남긴 마지막 잎새의 다짐처럼
절망과 타협하지 않을거야
널 기억할거야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고
싹을 품는 삶
스스로가 전망이 되는 삶
널 기억할거야
운남아!

고마워
미안해

잘가
운남아!

(2012년12월25일 새벽에)

 

 

“비정규직 없는 노동해방 세상에 다시 살아오소서”

26일, 이운남 열사 영결식 엄수

“탄압 받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의 고통을 혼자 짊어지고 산산이 부서진 이운남 열사여, 부디 억압 없고 노동탄압 없는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에서 영면하소서……”

  12월26일 이운남 열사 영결식을 마친 노동자, 시민들이 노제를 지내기 위해 행진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안정환]

이운남 열사의 영결식이 12월26일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열렸다. 열사를 외롭게 보낼 수 없어 울산지역 노동자들과 활동가들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조문객들이 찾았다. “살 때 보지 못하고 죽고 나서 찾아와 미안하다. 후배인 네가 늘 먼저 연락하곤 했는데, 더 자주 말 걸고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구나. 십여년의 세월 동안 너와 함께 하면서도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낸 기억이 없구나. 올해 크리스마스는 너와 함께 보내야겠다. 못난 선배를 용서하려마 운남아.” 추도사를 통해 영안실 방명록에 남겨진 글이 소개되면서 참석자들을 숙연케 했다.

  2월26일 열린 이운남 열사 영결식에서 하창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장이 호상 인사를 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안정환]

한영선 집행위원장(노조 울산지부장)의 사회로 거행된 영결식은 김주철 장례위원장(민주노총 울산본부 본부장)의 추도사, 조성웅 현대중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의 추모시, 하창민 현대중 사내하청지회장의 호상 인사, 열사 유족의 인사, 추모공연, 참석자 단체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영결식을 마친 참석자들은 1Km를 행진해 열사가 출근하던 현대중공업 전하문 옆에서 노제를 지낸 뒤, 고인이 살던 아파트 주변을 돌아 울산 동구 공영화장장으로 향했다. 하관식은 오후 1시 양산 솥발산 열사묘역에서 열렸다.

  12월26일 이운남 열사 영결식을 마친 노동자, 시민들이 열사의 영정을 들고 노제를 지내기 위해 행진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조 안정환]

이운남 열사는 현대중 자본의 폭력과 탄압의 아픔 속에서 오랫동안 신음하다 지난 22일 19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고 이운남 동지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창립발기인이자 첫 조직부장이었으며, 노조설립 한 달 만에 부당해고를 당했다. (제휴=금속노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