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진보인사가 민주당으로 간 까닭은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2012 08/28ㅣ주간경향 990호
ㆍ민주당의 진보의제 흡수로 기대 높아지고 통합진보당 분열로 ‘이동’
8월 12일 민주당 손학규 대선 경선 후보 캠프는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안을 발표했다. 주대환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 의장도 손 후보의 선대위에 합류했다. 1980년대부터 진보정당 창당을 추진해온 주 전 의장은 진보정당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1990년대 한국노동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에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주 전 의장이 진보정당을 떠난 건 2008년이다. 민주노동당 분당사태로 탈당한 이후 진보신당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3년여의 무소속 생활을 접고 지난 1월 민주당에 입당했다. 손학규 후보 캠프에서는 경제민주화 정책위원장의 직함을 갖고, 노동자 도시인 울산·광주 등의 지역을 돌며 조직화와 선거운동을 담당할 계획이다.
손학규 후보 측이 진보의 상징적 인물을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민주노총 대변인 출신이자 심상정 의원 보좌관으로 주요 경제정책을 담당했던 손낙구씨를 보좌관으로 영입했다. 협동조합법 등 손학규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 및 법안들은 대부분 손낙구 보좌관의 작품이다.
진보정당 인물들 손학규 캠프에 합류
진보정당의 상징적인 인물들이 연달아 손학규 후보 쪽으로 움직이면서 손 후보의 진보적 색채도 부각됐다. 손 후보의 정치이력은 독특하다. 1970년대 빈민운동에 주력했던 그는 김영삼 정권 때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 입당했다. 2007년 탈당할 때까지 15년 가까이 보수정당에서 정치활동을 해온 셈이다. 민주당에 입당한 후 지난 5년간 ‘한나라당’ 출신 이력은 주홍글씨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손낙구 보좌관을 영입하고 진보적인 경제정책들을 발표하면서 그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 떼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지금 손학규 후보는 1990년대 정치적 경험을 거슬러 그 이전의 빈민운동 시기와 다시 만나려고 한다. 이러한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공해 손 후보의 정치이력에서 1990년대는 점점 예외가 되고 있다. 손 후보 측에서 진보정당 출신을 영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진보 인사의 영입 흐름은 손학규 후보 캠프뿐만이 아니다. 당 차원에서도 진보정당 출신들이 대거 등용되고 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과 최재천 의원실의 송태경 보좌관, 민병두 의원실의 최병천 보좌관 등은 모두 진보정당 출신이다. ‘진보’가 ‘민주당’으로 향하는 배경에는 민주당의 변화가 있다. 역사적으로 민주당은 이념정당이라기보다는 실용주의 정당으로 간주돼 왔다.
1960년까지 민주당은 토지개혁을 반대한 ‘반공지주정당’의 보수적 색채를 띠고 있었다. 1960년대 이후 김영삼과 김대중의 리더십 으로 독재에 저항하는 반권위주의 야당의 면모를 보이기는 했지만, 사회경제적 분야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민주당은 사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명확하게 이념을 표방하지 않아서 자유주의 정당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했다. 한국 사회가 불평등이 심해지고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 시대적 과제가 되면서 민주당이 여기에 대해 입장을 갖기 시작한 것이고, 이러한 시도가 현재 진행 중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출신의 최병천 보좌관(민병두 의원실)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최 보좌관은 “민주당은 집권여당에 반대를 주로 하던 정당이었지 사회경제적인 문제에는 관심이 적었다. 김대중, 노무현 등의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어왔지만 당이 지향하는 비전이나 명확한 상은 없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막연한 좌표나마 갖기 시작했고, 이는 민주당으로서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사회적 불평등 및 계층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진보정당을 떠나 민주당으로 향하는 것도 ‘변절’ ‘배신’이 아니라 진보의 ‘분화’ 정도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주대환 손학규 캠프 경제민주화 정책위원장은 “손학규 후보 캠프에 합류하기 전에 진보정당에서 같이 일했던 옛 동지들 수십명에게 의견을 물어봤다”며 “의외로 말리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진보적 의제를 흡수하면서 진보정당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민주당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행은 ‘변절’이 아니라 ‘분화’
통합진보당 사건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진보정당이 2008년부터 거듭되고 있는 분열로 제도정치권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사이 진보정당이 내걸었던 의제는 민주당으로 흡수됐다. 박용진 대변인은 10여년 전 민주노동당이 내걸었던 무상교육, 무상의료, 부유세 정책을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민주당이 도입한 점을 지적했다. 이후 민주당이 복지국가라는 틀거리를 제도권으로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앞으로도 복지국가 문제에 대해서 민주당에서는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며 “진보정당이 계속해서 진보적 의제들을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을 따져본다면 이를 민주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분열과 혼란을 거듭하면서 결과적으로 진보정당이 민주당의 정책의제 개발연구소로 전락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과거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에서 발의됐을 법안들도 민주당 의원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에서는 과도한 단기 외화 유출입을 막는 ‘토빈세’ 도입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토빈세는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심상정 의원 등이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법안을 준비 중인 최병천 보좌관은 토빈세 외에도 진보적인 경제정책 법안을 구상 중에 있다. 공정대출법, 한국은행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금융안정성 4대 법안을 준비 중이다. 진보신당 출신인 송태경 보좌관(최재천 의원실)도 불법대부업 피해자에 대한 상담 및 무료 법률지원활동 등 진보적인 경제 현안에 주력하고 있다.
현 한국정치는 양당제의 기로에
이러한 흐름들은 한국 사회도 미국처럼 양당제로 제도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박상훈 대표는 “통합진보당 사건으로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당 실험이 완전히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후에 이들이 정치적인 전망이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지난 총선에서 창원과 울산이 무너진 것을 지적하며 이미 진보정당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진보정치가 진보정당이라는 틀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민주당 틀에서 진보정치가 하나의 세력을 점하고 이들이 책임감 있게 진보정치를 하는 것이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당내당’으로서 민주당 내 진보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대환 위원장 또한 “민주당이라는 큰 대중정당 안에서 진보와 노동이 ‘당내당’으로 위치하는 새로운 비전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보세력이 민주당 내에서 가지는 입지는 아직 단단하지 않다. 진보신당 전 부대표로 하나의 세력을 형성해 민주당에 입당한 박용진 대변인도 19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는 쓴 잔을 마셔야 했다. 특정 이념을 내세우기보다는 ‘표가 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온 민주당의 행보 또한 변수다. 만약 진보와 복지를 원하는 여론의 압박이 약해지다 보면 민주당의 이념지형 또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 진보’라는 ‘당내당’을 전제로 한 양당제의 제도화를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진보적인 의제를 담아내려고는 하지만 진보정당으로 질적으로 전환할 수 없는 한계도 지적됐다.
진보신당 김종철 부대표는 “민주당이 지금 전향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것이 질적으로 다른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새누리당과 수치적인 부분에서 차별적일 뿐 사회구조 개혁까지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라며 “특히 집권한다고 하면 중요한 개혁을 완수해야 하는데 이것은 이미 참여정부 때 한 차례 실패한 바 있다. 진보정당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세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상훈 대표는 현재 한국 정치는 양당제의 기로에 섰다고 진단했다. 아직은 ‘양당제’가 아니라 정당이 ‘양극화’되어 있을 뿐이라는 진단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당 간에 이념과 정책 차이는 크지 않지만 갈등은 격렬하다는 점에서 한국의 정당구조는 ‘양극화’다. 이 양극에 수렴되지 않는 대중들의 에너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 에너지는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에게 13석을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 에너지가 존재하는 한 진보정당에도 기회는 남아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중의 지지기반을 심각하게 잃은 상태에서 이 에너지가 진보정당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는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특징상 양당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종철 부대표는 “현재 양당제라고 볼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정도인데 이들은 1950년대 이후에 줄곧 호황이었고 강대국의 지위를 누려왔다. 기득권을 가졌기 때문에 제3세력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 사회는 양극화와 사회분열 정도가 너무 크다. 사회안전망과 사회복지가 제대로 갖춰진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제3정당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양당제 향방을 가늠할 또 하나의 변곡점은 통합진보당의 지지를 철회한 민주노총의 향방이다. 민주노총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하게 된다면 진보정당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김종철 부대표는 민주노총이 민주당을 지지하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박상훈 대표도 “민주노총에는 노동운동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쉽게 민주당 지지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일반조합원들이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가 약한 만큼 지도부에서 일부 변화가 생긴다면 미국이나 일본처럼 민주당 지지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8월 12일 민주당 손학규 대선 경선 후보 캠프는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안을 발표했다. 주대환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 의장도 손 후보의 선대위에 합류했다. 1980년대부터 진보정당 창당을 추진해온 주 전 의장은 진보정당운동의 상징적 인물이다. 1990년대 한국노동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에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주 전 의장이 진보정당을 떠난 건 2008년이다. 민주노동당 분당사태로 탈당한 이후 진보신당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3년여의 무소속 생활을 접고 지난 1월 민주당에 입당했다. 손학규 후보 캠프에서는 경제민주화 정책위원장의 직함을 갖고, 노동자 도시인 울산·광주 등의 지역을 돌며 조직화와 선거운동을 담당할 계획이다.
2011년 6월 진보진영 통합에 합의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운데)와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 등 협상단. | 박민규 기자
손학규 후보 측이 진보의 상징적 인물을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민주노총 대변인 출신이자 심상정 의원 보좌관으로 주요 경제정책을 담당했던 손낙구씨를 보좌관으로 영입했다. 협동조합법 등 손학규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 및 법안들은 대부분 손낙구 보좌관의 작품이다.
진보정당 인물들 손학규 캠프에 합류
진보정당의 상징적인 인물들이 연달아 손학규 후보 쪽으로 움직이면서 손 후보의 진보적 색채도 부각됐다. 손 후보의 정치이력은 독특하다. 1970년대 빈민운동에 주력했던 그는 김영삼 정권 때 새누리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 입당했다. 2007년 탈당할 때까지 15년 가까이 보수정당에서 정치활동을 해온 셈이다. 민주당에 입당한 후 지난 5년간 ‘한나라당’ 출신 이력은 주홍글씨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하지만 손낙구 보좌관을 영입하고 진보적인 경제정책들을 발표하면서 그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 떼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지금 손학규 후보는 1990년대 정치적 경험을 거슬러 그 이전의 빈민운동 시기와 다시 만나려고 한다. 이러한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공해 손 후보의 정치이력에서 1990년대는 점점 예외가 되고 있다. 손 후보 측에서 진보정당 출신을 영입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진보 인사의 영입 흐름은 손학규 후보 캠프뿐만이 아니다. 당 차원에서도 진보정당 출신들이 대거 등용되고 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과 최재천 의원실의 송태경 보좌관, 민병두 의원실의 최병천 보좌관 등은 모두 진보정당 출신이다. ‘진보’가 ‘민주당’으로 향하는 배경에는 민주당의 변화가 있다. 역사적으로 민주당은 이념정당이라기보다는 실용주의 정당으로 간주돼 왔다.
1960년까지 민주당은 토지개혁을 반대한 ‘반공지주정당’의 보수적 색채를 띠고 있었다. 1960년대 이후 김영삼과 김대중의 리더십 으로 독재에 저항하는 반권위주의 야당의 면모를 보이기는 했지만, 사회경제적 분야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민주당은 사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명확하게 이념을 표방하지 않아서 자유주의 정당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했다. 한국 사회가 불평등이 심해지고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 시대적 과제가 되면서 민주당이 여기에 대해 입장을 갖기 시작한 것이고, 이러한 시도가 현재 진행 중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출신의 최병천 보좌관(민병두 의원실)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최 보좌관은 “민주당은 집권여당에 반대를 주로 하던 정당이었지 사회경제적인 문제에는 관심이 적었다. 김대중, 노무현 등의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어왔지만 당이 지향하는 비전이나 명확한 상은 없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막연한 좌표나마 갖기 시작했고, 이는 민주당으로서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사회적 불평등 및 계층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진보정당을 떠나 민주당으로 향하는 것도 ‘변절’ ‘배신’이 아니라 진보의 ‘분화’ 정도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주대환 손학규 캠프 경제민주화 정책위원장은 “손학규 후보 캠프에 합류하기 전에 진보정당에서 같이 일했던 옛 동지들 수십명에게 의견을 물어봤다”며 “의외로 말리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진보적 의제를 흡수하면서 진보정당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민주당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행은 ‘변절’이 아니라 ‘분화’
통합진보당 사건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진보정당이 2008년부터 거듭되고 있는 분열로 제도정치권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사이 진보정당이 내걸었던 의제는 민주당으로 흡수됐다. 박용진 대변인은 10여년 전 민주노동당이 내걸었던 무상교육, 무상의료, 부유세 정책을 2010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민주당이 도입한 점을 지적했다. 이후 민주당이 복지국가라는 틀거리를 제도권으로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앞으로도 복지국가 문제에 대해서 민주당에서는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며 “진보정당이 계속해서 진보적 의제들을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을 따져본다면 이를 민주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분열과 혼란을 거듭하면서 결과적으로 진보정당이 민주당의 정책의제 개발연구소로 전락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과거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에서 발의됐을 법안들도 민주당 의원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에서는 과도한 단기 외화 유출입을 막는 ‘토빈세’ 도입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토빈세는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심상정 의원 등이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법안을 준비 중인 최병천 보좌관은 토빈세 외에도 진보적인 경제정책 법안을 구상 중에 있다. 공정대출법, 한국은행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금융안정성 4대 법안을 준비 중이다. 진보신당 출신인 송태경 보좌관(최재천 의원실)도 불법대부업 피해자에 대한 상담 및 무료 법률지원활동 등 진보적인 경제 현안에 주력하고 있다.
현 한국정치는 양당제의 기로에
이러한 흐름들은 한국 사회도 미국처럼 양당제로 제도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박상훈 대표는 “통합진보당 사건으로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당 실험이 완전히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후에 이들이 정치적인 전망이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지난 총선에서 창원과 울산이 무너진 것을 지적하며 이미 진보정당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진보정치가 진보정당이라는 틀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민주당 틀에서 진보정치가 하나의 세력을 점하고 이들이 책임감 있게 진보정치를 하는 것이 국민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당내당’으로서 민주당 내 진보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대환 위원장 또한 “민주당이라는 큰 대중정당 안에서 진보와 노동이 ‘당내당’으로 위치하는 새로운 비전과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주대환 손학규캠프 경제민주화 정책위원장 | 주간경향,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 | 서성일 기자, 손낙구 보좌관 | 김기남 기자
하지만 진보세력이 민주당 내에서 가지는 입지는 아직 단단하지 않다. 진보신당 전 부대표로 하나의 세력을 형성해 민주당에 입당한 박용진 대변인도 19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는 쓴 잔을 마셔야 했다. 특정 이념을 내세우기보다는 ‘표가 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온 민주당의 행보 또한 변수다. 만약 진보와 복지를 원하는 여론의 압박이 약해지다 보면 민주당의 이념지형 또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 진보’라는 ‘당내당’을 전제로 한 양당제의 제도화를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진보적인 의제를 담아내려고는 하지만 진보정당으로 질적으로 전환할 수 없는 한계도 지적됐다.
진보신당 김종철 부대표는 “민주당이 지금 전향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것이 질적으로 다른 목소리라고 하기에는 불충분하다. 새누리당과 수치적인 부분에서 차별적일 뿐 사회구조 개혁까지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라며 “특히 집권한다고 하면 중요한 개혁을 완수해야 하는데 이것은 이미 참여정부 때 한 차례 실패한 바 있다. 진보정당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세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상훈 대표는 현재 한국 정치는 양당제의 기로에 섰다고 진단했다. 아직은 ‘양당제’가 아니라 정당이 ‘양극화’되어 있을 뿐이라는 진단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당 간에 이념과 정책 차이는 크지 않지만 갈등은 격렬하다는 점에서 한국의 정당구조는 ‘양극화’다. 이 양극에 수렴되지 않는 대중들의 에너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 에너지는 지난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에게 13석을 만들어주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 에너지가 존재하는 한 진보정당에도 기회는 남아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중의 지지기반을 심각하게 잃은 상태에서 이 에너지가 진보정당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는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특징상 양당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종철 부대표는 “현재 양당제라고 볼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정도인데 이들은 1950년대 이후에 줄곧 호황이었고 강대국의 지위를 누려왔다. 기득권을 가졌기 때문에 제3세력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 사회는 양극화와 사회분열 정도가 너무 크다. 사회안전망과 사회복지가 제대로 갖춰진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제3정당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양당제 향방을 가늠할 또 하나의 변곡점은 통합진보당의 지지를 철회한 민주노총의 향방이다. 민주노총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하게 된다면 진보정당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김종철 부대표는 민주노총이 민주당을 지지하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박상훈 대표도 “민주노총에는 노동운동의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쉽게 민주당 지지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일반조합원들이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가 약한 만큼 지도부에서 일부 변화가 생긴다면 미국이나 일본처럼 민주당 지지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진보정당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쓰여질 당사와 만들어갈 미래를 위하여] 진보정당, 학생운동에 말을 걸다 박용진 (0) | 2012.12.23 |
---|---|
[스크랩] [레디앙기사] "제주 맑스" 송태경의 당 침투 10년 (0) | 2012.12.23 |
‘야권연대’와 진보정치 파산이 의미하는 것 (0) | 2012.12.20 |
“김소연이 없으면 문재인 공약은 현실화되지 않는다” [김소연선투본 김혜진 정책위원 인터뷰(2)] “정리해고·비정규직, 변화의 핵심” (0) | 2012.12.18 |
“문재인의 진정성만으론 재벌을 규제할 수 없다” [김소연선투본 김혜진 정책위원 인터뷰(1)] 문재인 너머의 김소연 (0) | 2012.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