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 이끌고 울산화학 공단으로 출근하면서 철탑의 안부를 묻는다
기름 때 묻은 작업복 입고 퇴근 해 철탑의 뛰는 심장 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인다
의봉이가, 병승이가 자기 생을 매단 곳은
허공이 아니라
흔들리고 포기하고 싶고 도망가는 싶은 동지의 가슴이다
내장이 다 상하도록 자본의 탄압을 견디고 있는 동지의 삶이다
단결 앞에서 오래도록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적들의 탄압 보다 전망이 보이지 않을 때가 더 힘들고
등 돌리며 떠나는 동지들의 뒷모습이 더 고통스럽다는 걸
타협이 때로 불가피할 때도 있지만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자본이 설치한 분열의 덫이었다
정규직 임금노예가 되겠다고 투쟁 해 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투쟁이 저물기도 전에 이미 운동 자체가 자본을 닮아버렸을 때
경쟁이 투쟁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었을 때
우리는 승리하지 못했다
언제나 문제는 주체적 힘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지금 자기싸움을 하는 사람은 회유를, 포섭을, 분열을 허용하지 않는 사람이다
지금 자기싸움을 하는 사람은 더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어서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람이다
지금 자기싸움을 하는 사람은 비가 땅에 스미듯 세상의 더 낮은 곳으로 스미는 사람이다
지금 자기싸움을 하는 사람은 전 생을 걸어 땅처럼 평등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이다
전체 조합원이 죽봉을 들어 무장한 시간과 철탑 고공농성의 시간 사이에
우리가 평가하고 토론하면서 가야할 길이 있다
우리가 계급으로 무장했을 때 자본은 공포를 느꼈고
우리가 개인으로 흔들렸을 때 자본은 자신감을 회복했다
스스로를 계급으로 조직하는 일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기 전 생을 걸어야 하는 결단이다
불신과 분열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고
비로소 동지를 만나고 사랑하는 방법이다
철탑은 과신도 절망도 하지 않는다
굴종하려면
차라리 최선을 다해 패배할 것이다
철탑의 새벽은 전 생을 걸고 온다
(2012년10월26일)
▲ 22일 촛불집회. 비가 내리자 촛불을 켜지 못하고 1만5000볼트 전기가 흐르는 송전탑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집회 참석자들. | |
ⓒ 오마이뉴스 용석록 |
철탑의 새벽은 전 생을 걸고 온다
[식물성 투쟁의지](42) 철탑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의봉이, 병승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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