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대투쟁 심포지엄] “단서 없이 독자후보 가야” VS “현 시기 주요과제는 선거연합”
김용욱 기자 참세상
“노동자민중후보 출마는 독자후보다. 그걸로 끝이다. 다시 (완주 여부를) 논의한다느니 야권연대를 한다느니 이런 얘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97년 50년 만에 야당인 김대중이 집권한다고 할 때도 독자후보를 냈다. 그때 독자후보로 가자에 단서는 달지 않았다. 그렇지만 중간에 논의는 한번 했다. 그러고도 끝까지 갔다. 자꾸 야권연대 얘기가 나오니 신뢰를 못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후보 얘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독자후보는 단서 없이 그냥 가는 것이다” - 양경규 전 공공운수연맹 위원장(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제안자 모임)-
“마치 야권연대가 악의 축 비슷한 개념이 됐는데 굉장히 잘못된 논법이다. 현 시기 기본과제인 진보통합과 함께 주요과제는 민주진보 선거연합이다. 선거연합은 다수세력의 집권전략과 소수세력의 교두보 전략이 변증법적으로 가는 것이다. 이걸 무시하고 계속 매도하는 것은 비과학적 태도다. 개인적으로 선거연합을 하자는 것은 확고하지만, 진보진영 전체의 통합을 위해 제 견해를 조정할 수 있다. 이런 태도로 (독자 후보를) 만들어가자” -박석운 노동인권회관 소장-
통진당이 19대 국회 비례대표 부정 경선으로 분당사태와 진보정치에 대한 희화화를 불러온 가운데 대선을 앞둔 노동진보정치 세력들은 다가올 19대 대선에서 노동진보정치 복원의 단초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 100일을 앞둔 각 노동정치 세력들은 대선 노동자민중 독자후보 방침엔 대부분 동의하지만, 야권연대와 완주 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민주노총, 참세상, 레디앙, 매일노동뉴스 주최 87년 노동자 대투쟁 25주년 기념 심포지엄 행사로 열린 ‘진보정치의 위기와 노동정치의 재구성’ 토론회에선, 대선 노동자민중 독자후보 전술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양성윤, “독자후보 완주 목표지만, 사퇴여부 막바지 판단”
양성윤 민주노총 새정치 특위 운영위원장은 “민주노총의 통진당 지지 철회 결정은 올 대선에서 예전처럼 진보정당을 통해 대선 투쟁을 벌여나갈 수 없게 된 상황을 의미한다”며 “현 시기 진보정치 운동의 난맥상을 타개할 유일한 방도로서 기존 정당 체계가 아닌 진보민중진영의 합의 추대로 세워진 ‘노동자민중 독자 후보’를 통해 대선 투쟁을 돌파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독자후보 전술은 완주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양성윤 위원장은 “노동자민중 독자후보 전술은 완주를 목표로(하지만) 대선 막바지 정치 상황에 따라 최종 판단을 남겨두는 열린 후보”라며 “대선 이후 노동자민중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의 근거를 확보하고, 노동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할 정치적 조직적 토대가 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진보민중운동 진영의 합의 추대로 노동자민중 독자후보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참가한 (독자후보 추대) 진보민중진영 연석회의를 거쳐 민주노총 임시대의원 대회에서 승인하는 방식으로 후보를 추대하자”며 “범진보진영에서 후보가 난립하지 않도록 민주노총과 진보민중진영이 세운 독자후보가 전체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후보가 되도록 정치협상을 진행하고, 후보 난립 시에는 민중경선제 등을 추후 판단하자”고 설명했다.
양경규, “독자후보에 단서 달지 말아야”
민주노총의 독자후보 제안을 두고 양경규 전 공공운수연맹 위원장과 김소연 현장변혁실천 모임 공동 소집권자는 강하게 비판했다.
양경규 전 위원장은 “(노동정치 세력의) 대선 논의는 민주노총, 노동자민중 후보 추대 연석회의, 변혁정치 모임, 진보신당 등 네 갈래로 진행 중”이라며 “이정희를 중심으로 하는 구당권파는 차치하더라고 다른 결을 가진 네 그룹이 통일을 못하면 대선의 혼란으로 이후 당 운동이나 노동정치 운동이 심각하게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경규 전 위원장은 “노동자민중 독자후보 전술로 이 국면을 돌파해야 하며, 정확히 노동자독자후보를 가지고 가면 된다. 나중에 어떻게 하자는 단서는 숱한 오해를 낳는다”면서 “끝까지 완주해야 한다고 단서를 다는 것도 실력과 돈이 있어야 한다. 이것도 과학적 방침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양경규 전 위원장은 이어 “나중에 사퇴할 수 있다는 것도 웃긴 얘기다. 독자후보를 하기로 했으면 가면 된다”며 “사전에 예단해서 대선 전선을 흩뜨리는 것은 치명적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97년 국민승리 21 당시, 대선 상근본부에 60명이 있었고, 당시 25억이 들었다. 민주노총에서 15억을 모아 대선 본부에 가져왔지만, 2007년 대선 때는 민주노총이 60억을 결의했는데 3억 2천 밖에 못 모았다”며 “올해는 얼마나 걷히겠나.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며, 이 국면을 책임 있게 돌파하겠다는 결의가 중요하다. 독자 후보에 잡설을 붙이지 않는 것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양경규 전 위원장은 “나중에 독자후보를 완주할지 말지 단서를 다는데 (선거를 하다보면) 정황 판단을 하게 되고 논의하게 돼 있다”며 “97년 김대중이 50년 만에 정권교체를 한다고 할 때도 끝까지 완주했다”고 덧붙였다.
양 전 위원장은 “이 문제에는 이렇게 접근하지 않아야 문제가 해결되고 대선 전선이 통일된다”며 “민주노총은 대선 방침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독자후보는 사설이 필요 없이 그냥 가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소연, “야권연대 반대가 전제”
김소연 소집권자도 “통진당 사태로 주변 식구들마저도 ‘너희는 권력다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회사 사장과 실무협의에 나가서도 국회의원 하려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이 나온다. 이에 대한 주책임은 민노당을 만들고 배타적 지지한 민주노총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정치세력화는 민노당보다 한 발 더 나아가 투쟁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에는 투쟁하는 노동자 대통령 후보를 내고, 거대 양당 프레임에 갇히지 않게 투쟁으로 돌파하자”고 제안했다.
김 소집권자는 변혁정치 모임 단독 후보를 낼 계획이냐는 질문엔 “변혁정치 모임이 제안하는 의제로 함께 투쟁하는 것에 동의하는 후보를 내자는 것”이라며 “야권연대는 기본적으로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민주노총은, 이번 통진당 사태에 책임이 있는 동지들이 또 상층 중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책임에) 침묵하면서, 다시 지지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며 “민주당과 연대할 수 있지만 함께 할 수는 없다. 그들의 본질은 자유주의 세력이고 자본가에 맞서 싸우지 않는 세력”이라고 밝혔다.
박석운 소장은 “요새처럼 대중조직의 투쟁력이 바닥인 상황이 없다. 대중과 대중조직이 도탄에 빠진 상황에서 어디에서 파열구를 내야 할지 고민이다. 투쟁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며 “투쟁과 함께 제도권에서 숨 쉴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87년 민주항쟁과 함께 열린 공간에서 노동자 대투쟁이 폭발해 나온 것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소장은 “전략적 기조로 본다면 2010년 지방선거 당시부터 진보민중 진영의 기본과제는 진보정치 대통합이고, 현 시기 주요과제는 민주진보 진영의 선거연합”이라며 “대선 대중투쟁과 후보전술이 같이 가야한다“고 밝혔다.
박석운 소장은 또 “마치 야권연대가 악의 축 비슷한 개념이 됐는데 굉장히 잘못된 논법”이라며 “선거연합은 다수세력의 집권전략과 소수세력의 교두보 전략이 변증법적으로 가는 것이다. 독자후보를 출전시켜 비정규직 관련법을 개정하고,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대선 결선투표제를 확보할 수 있다면 (민주당과) 선거 연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현 시기 기본과제인 진보통합을 위해 적극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며 “제 입장은 명확하지만 전체 진보 통합을 위해 제 견해를 양보하고 조정할 수 있다. 이런 태도로 (독자후보를)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박석운 소장은 노동자민중 후보 추대 연석회의 운영방안 초안을 소개했다. 박석운 소장은 “연석회의에서는 후보방침으로 ‘후보는 완주를 기본으로 하되, 노동자민중의 관점에서 주객관적 조건을 고려해 최종방침을 추후 결정한다’고 결정했지만 대표자회의 등에서 논의에 따라 방침을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석회의는 또한 노동자민중 후보 추대와 동시에 연석회의를 대선운동본부로 전환한다. 선거운동본부는 대선운동을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모색하기로 하고, 산하에 진보정당 건설 추진위를 둘 수 있다고 했다. 연석회의는 3차례 준비소위를 거쳤으며, 오는 12일 1차 대표자 연석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운영원칙 등은 대표자 회의에서 논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박석운 소장은 “독자후보 연석회의 추진은 민주노총의 독자후보 제안에 부응해 출발한 측면이 크다”며 “연석회의 흐름과 민주노총 대선방침이 만나고, 진보민중진영의 각 정치세력이 함께 합류한다면 노동 중심으로 대선 국면에서 크게 힘을 합치는 출발점이 되고, 향후 제2의 노동자민중 정치세력화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석운 소장은 특히 “대선 독자후보 운동의 핵심은 단일 후보를 세우는 데 있다”며 “민중경선 과정에서 노동자민중 독자후보 운동의 가치와 취지에 찬동하는 모든 세력에 문호를 개방하고, 문호개방에도 빠져 나가 별도의 후보를 세우는 경우 민주노총 등 기층 대중조직에서 조직적 차원의 실질적인 응징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좌파 헤게모니 전략 문제설정 강조
조희연 교수는 87년 민주화 이후 포스트 민주화 시대 대중의 감수성과 저항성이 변화되는 지점에서 중도 자유주의 정당의 헤게모니가 균열되고 나온 정치공간의 공백에 좌파 헤게모니 전략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좌파 헤게모니 전략을 구사할 연합정치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자는 것이다.
조희연 교수는 “국민정치 공간에서 민주당이 독점하지 못하는 공간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것이 연합정치 5+4 식으로 표현됐다”며 “대선에서 효과적 쟁취를 위해선 좌파 헤게모니 전략이라는 문제 설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희연 교수는 “진보 연석회의의 향후 방향은 헤게모니 쟁투의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민주노총이 진보 연석회의의 중심이 되고 민주노총과 노동좌파가 효과적인 헤게모니 전략을 통해 대선에서 주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교수는 또한 “(연석회의에) 진보좌파의 입장을 넣기 위해 노력했다. 저희가 생각하는 최대치가 아닌 운동 공동체의 접점을 만들어가자”며 “순수한 형태로 완전히 동질적인 이념이 모이고 가는 상황이나 공간은 없다. 차이와 적대가 우리 앞에 놓여있고 그걸 관리하면서 가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권연대 완주여부 중요 쟁점 확인”
구당권파 그룹인 이영록 민주노동자전국회의 집행위원장은 “독자후보 안이 대선 투쟁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지만 발제문의 새 노동자 정당 창당 목표엔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며 “민주노총은 총선을 앞두고도 그랬고, 대선 목표도 야권연대를 통한 진보적 정권교체가 계획이었고, 지금도 (그 계획은) 변하지 않았다. 분명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전병덕 현장실천 노동자연대 부의장은 “대선 전술을 현장 조합원들에게 얘기하면 ‘너무 엉뚱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며 “진보정치에 실망이 큰 상황에서 민주노총 주도의 대선 후보가 별로 도움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병덕 부의장은 “독자 후보가 완주하느냐 마느냐의 입장이 있지만, 합의될 수 없다고 본다”며 “후보 전술보다는 우리 목적을 정해서 분열된 대중조직을 모아내고 노동의제를 부각해 노동자 중심 정당의 토대를 구축하자는 것으로 모아낼 수 있을 것이다. 첫 단추를 우리의 단결로 삼아야 하는데 후보 논의가 먼저 됐다”고 진단했다.
양성윤 새정치 특위 운영위원장은 이런 쟁점들에 대해 “민주노총에 쏟아지는 조언과 비판을 겸허히 받겠다”며 “야권연대로 표현되는 완주 여부가 굉장한 쟁점임을 확인하고, 한편 이것이 노동자 독자후보를 위한 큰 틀을 만드는 가장 큰 제한적 요인인지에 대해선 큰 틀에서 함께 녹여갈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다만 야권연대와 중도포기를 전제로 하는 흐름이 강하게 있기 때문에 계속 말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노총은 이런 쟁점을 피하지 않고 새정치 특위와 상집 논의를 책임 있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