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인터뷰
심상정(사진)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4일 “(당내) 중요한 결정에 책임지지 않는 권력이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일종의 지하정부의 형태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권파 내부에 드러나지 않는 소수의 핵심 의사결정기구가 패권적 행태를 보여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심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한겨레> 인터뷰에서 “합당 전에 당권파가 이정희 대표를 내세우는 걸 보고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합당해 보니 실제로 이 대표를 떠받치고 있었던 것은 정당적 질서라기보다 (당권파의) 정파적 구조였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이석기 의원과 관련해 “폭력사태가 일어났던 중앙위원회 전날 이 의원을 처음 만났다”며 “(이 의원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특정 정파의 ‘음모’와 내부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보고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석기 의원이 (비례대표 경선) 출마 이후 1만2천표를 공언하고 다녔다”며 “당원이 이름 석자도 모르는 사람이 1만2천표로 최다 득표를 하는 건 대중정당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말 예정된 당대표 선거
당권파가 출마하려는 것은
국민들을 이기려고 하는 것
그는 씨앤피전략그룹과 관련해 “2008년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다음날, 씨앤피그룹에서 빚 갚으라고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당의 부채 중에 40% 가까웠다.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비중이 한 업체에 집중돼 돈의 용처라든지, 증빙서류, 입찰 절차 등이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 자료가 불미했기 때문에 그걸 못 갖추면 당이 한 방에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권파가 이달 말로 예정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재기하려는 것에 대해 “그건 국민을 이기려고 하는 것이며, 우리 당과 본인들에게 아주 혹독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이 의원 등 당권파 등을 겨냥해 새누리당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색깔론에 대해 “우리 내부에서 그건 상수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며 “그것으로 우리 내부의 혁신과 책임을 늦추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6월 말 예정된 당대표 선거에 대해서는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저를 포함해 책임 있는 사람들이 당을 바로 세우는 데 어떻게 책임을 다할지 깊은 고뇌를 하고 있다”며 “그보다는 다음 당대표와 집행부의 임무가 무엇인지 먼저 공론화되고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거 부정을 처음 인지한 것은 언제인가?
“비례대표 후보 등록 이틀 전 밤에 대표단 회의가 소집돼 거기서 처음 들었다. 그때는 주로 오프라인 선거 상황만 보고됐는데 머리가 띵했다. 옛날부터 있었던 선거 관리의 부실한 시스템을 각 정파 그룹이 최대한 악용한 것이었다. 4년 만에 나선형 계단을 한 바퀴 타고 올라가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갈라졌던) 2008년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분당 직전 비대위원장으로 혁신을 추진했으나 다수파에 의해 좌절됐고, 나는 분당의 책임자가 됐다. 제때에 혁신과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곱절로 되돌아오는 것 아닌가. 2008년 혁신의 실패로부터 오늘의 사태는 예고된 것이다.”
모든 걸 권력투쟁으로 보는
이석기씨 만나고 깜짝 놀라
문제해결 어렵겠다고 느껴
-통합 이후에도 당권파가 달라진 게 없다고 느낀 것인가?
“좋지 않은 관행들이 4년 동안 더 뿌리가 깊어지고 구조화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정희 대표가 좋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실제 이정희 대표를 떠받친 것은 정당적 질서라기보다 정파적 구조였다. 2008년에 비판·견제 세력(평등파, 진보신당)이 떨어져 나감으로써 정파 연합이 곧 당이 됐다. 갈등의 폭이 협소해지니 국민과의 관계에서 균형 감각이라든지, 당내 다원성을 인정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이 대단히 취약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 당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파적 사고에서 정당적 사고로 일대 전환을 하는 것이다.”
-경쟁 부문 비례대표 사퇴 결정을 수용하라고 당권파를 설득해봤나?
“이석기씨를 중앙위원회 전날 만났다. 중앙위 의장으로서 파국을 막기 위한 노력은 해야겠다 생각했다. 만나면서 ‘문제해결이 어렵겠구나’ 느꼈다. 깜짝 놀란 건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음모와 내부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3당, 공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하는 자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석기씨의 자질이나 책임과 별개로, 당원이 이름 석자도 모르는 사람이 1만2천표 최다 득표를 하는 건 대중정당으로서 자격이 없는 거다. 당원이 당의 회원이 아니라 정파 회원으로서의 정체성, ‘투표 권력’에 의해 대상화된 측면이 많다.”
▶ 비당권파인 천호선이 전하는 진보당 사태
-정파의 경쟁은 불가피한데, 어떤 점에서 ‘투표 권력’이라고 표현하는가?
“핵심은 정파 간의 대립이 아니라 ‘낡은 과거의 그림자’와 ‘미래의 씨앗’ 사이의 갈등이다. 정파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당 발전을 위한 노선 제시는 없고, 투표 권력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문제다. 두번째는 권력과 책임은 같이 가는 건데 책임을 묻기 어려운 비가시적인, 일종의 지하정부 같은 존재가 문제다. 이런 낡은 정파 구조를 해체해야 된다. 이석기 의원의 경우도 정당의 대표가 아니라 정파에서 승인된 사람을, 정파의 회원으로서 뽑은 거다. 정파 활동가들이 당원들을 투표 권력의 대상으로 삼아 활동해왔다는 거다. (더구나) 당의 중요한 정책을 어느 정파의 누가 어떻게 결정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석기씨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주도했다 얘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그런 책임지지 않는 권력, 보이지 않는 조직, 지하정부와 같은 행태가 당의 공적 의사구조를 왜곡하고, 다원성이 존중되는 민주주의를 봉쇄한다.”
2008년 당 비대위원장 맡은뒤
CNP서 빚상환 내용증명 보내
당부채 40%나 차지해 놀랐다
-진보신당으로 떠난 뒤 기대했던 진보정치의 재구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다시 통합에 참여했는데?
“지난해 제가 통합을 선택한 것은 분당에 대한 성찰과 좌절을 딛고 혁신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위기의 중심에서 내게 부여된 진보 혁신의 과제를 매듭지으려고 온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지금 선거 부정과 부실 문제로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지만, 두자릿수 지지율, 13석, 제3당이라는 위상 변화 없이는 (이런 관심이) 불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문제가 전면에 드러난 것 그 자체를 혁신의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통합진보당의 혁신이 바로 정권교체의 입구이자, 한국 정치 혁신의 출발점이다. 지금은 국민들에게 우환거리가 되고 있지만 늦었을 때가 빠른 때다. 보란 듯이 혁신하면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진보진영 전체, 지식인 사회까지 다 망라해 진보정당의 이념과 노선, 정책, 쟁점까지 뜻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런 정체성에 동의하는 세력이 모여서 제2창당을 완성해야 한다. 그런 힘으로 2014년 지방선거를 대비해야 한다.”
-종북 논란에 관한 생각은?
“개인적으로 종북이라는 단어를 써본 적이 없다. 2008년 분당 때도 ‘편향적 친북행위’라 표현했다. 저는 적어도 북한을 추종하는 행위라는 실체적 측면에서 종북론자는 없다고 본다. 다만 남북관계, 평화통일에 관한 것은 공당인 만큼 전당적 토론을 통해 자기 방침을 결정해야 한다. 사상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공안기관과 보수언론의) 색깔 공세를 방패막이로 삼아 책임을 회피하고 합리화하는 논리는 일종의 ‘적대적 공존관계’로 비판될 수밖에 없다.”
글 조혜정 석진환 기자 zesty@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다음은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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