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심상정 “진보정당내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권력 존재한다”

참된 2012. 6. 6. 20:23

심상정 “진보정당내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권력 존재한다”

글 조혜정 석진환 기자 zesty@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한겨레  등록 : 2012.06.04 21:01 수정 : 2012.06.05 14:06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인터뷰

심상정(사진)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4일 “(당내) 중요한 결정에 책임지지 않는 권력이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일종의 지하정부의 형태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권파 내부에 드러나지 않는 소수의 핵심 의사결정기구가 패권적 행태를 보여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심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한겨레> 인터뷰에서 “합당 전에 당권파가 이정희 대표를 내세우는 걸 보고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구나’라고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합당해 보니 실제로 이 대표를 떠받치고 있었던 것은 정당적 질서라기보다 (당권파의) 정파적 구조였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이석기 의원과 관련해 “폭력사태가 일어났던 중앙위원회 전날 이 의원을 처음 만났다”며 “(이 의원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특정 정파의 ‘음모’와 내부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보고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이석기 의원이 (비례대표 경선) 출마 이후 1만2천표를 공언하고 다녔다”며 “당원이 이름 석자도 모르는 사람이 1만2천표로 최다 득표를 하는 건 대중정당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말 예정된 당대표 선거
당권파가 출마하려는 것은
국민들을 이기려고 하는 것

그는 씨앤피전략그룹과 관련해 “2008년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다음날, 씨앤피그룹에서 빚 갚으라고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당의 부채 중에 40% 가까웠다.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비중이 한 업체에 집중돼 돈의 용처라든지, 증빙서류, 입찰 절차 등이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 자료가 불미했기 때문에 그걸 못 갖추면 당이 한 방에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당권파가 이달 말로 예정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재기하려는 것에 대해 “그건 국민을 이기려고 하는 것이며, 우리 당과 본인들에게 아주 혹독한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이 의원 등 당권파 등을 겨냥해 새누리당 등에서 제기하고 있는 색깔론에 대해 “우리 내부에서 그건 상수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며 “그것으로 우리 내부의 혁신과 책임을 늦추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6월 말 예정된 당대표 선거에 대해서는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저를 포함해 책임 있는 사람들이 당을 바로 세우는 데 어떻게 책임을 다할지 깊은 고뇌를 하고 있다”며 “그보다는 다음 당대표와 집행부의 임무가 무엇인지 먼저 공론화되고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거 부정을 처음 인지한 것은 언제인가?

“비례대표 후보 등록 이틀 전 밤에 대표단 회의가 소집돼 거기서 처음 들었다. 그때는 주로 오프라인 선거 상황만 보고됐는데 머리가 띵했다. 옛날부터 있었던 선거 관리의 부실한 시스템을 각 정파 그룹이 최대한 악용한 것이었다. 4년 만에 나선형 계단을 한 바퀴 타고 올라가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갈라졌던) 2008년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분당 직전 비대위원장으로 혁신을 추진했으나 다수파에 의해 좌절됐고, 나는 분당의 책임자가 됐다. 제때에 혁신과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곱절로 되돌아오는 것 아닌가. 2008년 혁신의 실패로부터 오늘의 사태는 예고된 것이다.”

모든 걸 권력투쟁으로 보는
이석기씨 만나고 깜짝 놀라
문제해결 어렵겠다고 느껴

-통합 이후에도 당권파가 달라진 게 없다고 느낀 것인가?

“좋지 않은 관행들이 4년 동안 더 뿌리가 깊어지고 구조화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정희 대표가 좋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실제 이정희 대표를 떠받친 것은 정당적 질서라기보다 정파적 구조였다. 2008년에 비판·견제 세력(평등파, 진보신당)이 떨어져 나감으로써 정파 연합이 곧 당이 됐다. 갈등의 폭이 협소해지니 국민과의 관계에서 균형 감각이라든지, 당내 다원성을 인정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이 대단히 취약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리 당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파적 사고에서 정당적 사고로 일대 전환을 하는 것이다.”

-경쟁 부문 비례대표 사퇴 결정을 수용하라고 당권파를 설득해봤나?

“이석기씨를 중앙위원회 전날 만났다. 중앙위 의장으로서 파국을 막기 위한 노력은 해야겠다 생각했다. 만나면서 ‘문제해결이 어렵겠구나’ 느꼈다. 깜짝 놀란 건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음모와 내부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3당, 공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하는 자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석기씨의 자질이나 책임과 별개로, 당원이 이름 석자도 모르는 사람이 1만2천표 최다 득표를 하는 건 대중정당으로서 자격이 없는 거다. 당원이 당의 회원이 아니라 정파 회원으로서의 정체성, ‘투표 권력’에 의해 대상화된 측면이 많다.”

 

▶ 비당권파인 천호선이 전하는 진보당 사태

 

-정파의 경쟁은 불가피한데, 어떤 점에서 ‘투표 권력’이라고 표현하는가?

“핵심은 정파 간의 대립이 아니라 ‘낡은 과거의 그림자’와 ‘미래의 씨앗’ 사이의 갈등이다. 정파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당 발전을 위한 노선 제시는 없고, 투표 권력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문제다. 두번째는 권력과 책임은 같이 가는 건데 책임을 묻기 어려운 비가시적인, 일종의 지하정부 같은 존재가 문제다. 이런 낡은 정파 구조를 해체해야 된다. 이석기 의원의 경우도 정당의 대표가 아니라 정파에서 승인된 사람을, 정파의 회원으로서 뽑은 거다. 정파 활동가들이 당원들을 투표 권력의 대상으로 삼아 활동해왔다는 거다. (더구나) 당의 중요한 정책을 어느 정파의 누가 어떻게 결정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석기씨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주도했다 얘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그런 책임지지 않는 권력, 보이지 않는 조직, 지하정부와 같은 행태가 당의 공적 의사구조를 왜곡하고, 다원성이 존중되는 민주주의를 봉쇄한다.”

2008년 당 비대위원장 맡은뒤
CNP서 빚상환 내용증명 보내
당부채 40%나 차지해 놀랐다

-진보신당으로 떠난 뒤 기대했던 진보정치의 재구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다시 통합에 참여했는데?

“지난해 제가 통합을 선택한 것은 분당에 대한 성찰과 좌절을 딛고 혁신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위기의 중심에서 내게 부여된 진보 혁신의 과제를 매듭지으려고 온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지금 선거 부정과 부실 문제로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지만, 두자릿수 지지율, 13석, 제3당이라는 위상 변화 없이는 (이런 관심이) 불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문제가 전면에 드러난 것 그 자체를 혁신의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통합진보당의 혁신이 바로 정권교체의 입구이자, 한국 정치 혁신의 출발점이다. 지금은 국민들에게 우환거리가 되고 있지만 늦었을 때가 빠른 때다. 보란 듯이 혁신하면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진보진영 전체, 지식인 사회까지 다 망라해 진보정당의 이념과 노선, 정책, 쟁점까지 뜻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런 정체성에 동의하는 세력이 모여서 제2창당을 완성해야 한다. 그런 힘으로 2014년 지방선거를 대비해야 한다.”

-종북 논란에 관한 생각은?

“개인적으로 종북이라는 단어를 써본 적이 없다. 2008년 분당 때도 ‘편향적 친북행위’라 표현했다. 저는 적어도 북한을 추종하는 행위라는 실체적 측면에서 종북론자는 없다고 본다. 다만 남북관계, 평화통일에 관한 것은 공당인 만큼 전당적 토론을 통해 자기 방침을 결정해야 한다. 사상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공안기관과 보수언론의) 색깔 공세를 방패막이로 삼아 책임을 회피하고 합리화하는 논리는 일종의 ‘적대적 공존관계’로 비판될 수밖에 없다.”

글 조혜정 석진환 기자 zesty@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다음은 인터뷰 전문  

 

▶부정선거와 진상조사 문제

 

 -부정선거를 처음 인지한 것은 언제인가. 

=비례대표 후보 등록 이틀 전 밤에 대표단 회의가 소집돼 거기서 처음 들었다. 내 지역구가 녹록치 않았고 비례 후보 관련해 통합연대 쪽은 논란 밖에 있었기 때문에 잘 몰랐다. 그날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했다. 그때는 주로 오프라인 선거 상황만 보고됐는데 머리가 띵했다.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옛날부터 있었던 선거관리의 부실한 시스템, 지역구 사무장, 상근자 한 사람이 (관리)하는 취약한 시스템이 이어지면서 각 정파 그룹이 이런 부실한 시스템을 최대한 악용한 것이다. 굉장히 머리가 띵했다. 그때 당시 후보등록을 이틀 앞두고 진상조사 하기는 어려웠고, 관련된 후보들과 정파의 대표 격인 두 대표들(이정희·유시민 전 공동대표)이 결국 (문제가 된 비례대표 후보 순위) 조정을 해내서, 선거 직후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소급 적용하겠다고 대표단 회의에서 얘기했다.

 이 사태를 보면서 진보정당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터질 게 터졌다고 하지 않나. 2008년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갈라져서 다시 통합됐는데, 나선형 계단을 한 바퀴 타고 올라가서 한 계단 올라가 2008년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그때(분당 직전) 혁신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 혁신의 과제와 지금 과제가 같은 거다. 그때 혁신 과제가 패권주의, 회계 투명성, 편향적인 친북행위 문제였다. 다수파에 의해 그 혁신이 좌절됐다. 대선 참패로부터 비롯된 혁신 국면은, 책임 져야할 세력이 당권을 잡게 됐고, 나는 분당의 책임자가 됐다. 혁신과 변화도 다 때가 있는 것 같다. 제때에 혁신과 변화 이뤄내지 못하면 곱절로 되돌아오는 것 아닌가.

 2008년 혁신의 실패로부터 오늘의 사태는 예고된 것이다. 이 사태로 내가 공동대표로서 발언할 때마다 가슴 속에서 쓴 물이 밀고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왜 발언을 적극적으로 안 하냐는 당원들의 성화도 있었는데, 그때 혁신에 실패한 자책감 같은 것이 굉장히 있고, 과거 엔엘(NL, 자주파)-피디(PD, 평등파)의 낡은 정파 대립으로 왜곡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었다.  

 

 -진상조사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그 부실함이 당권파가 반발하는 빌미를 준 측면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진상조사에 한계가 있었다. 선거 부정이 내부적으로 수습 가능한 문제냐, 아니면 정치적 책임이 불가피한 문제냐. 정치적 책임이라면 어디까지 책임져야 되느냐. 일차적으로 진상조사위는 이걸 밝히는 데 주력했다. ‘윤금순, 오옥만, 노항래, 이영희 문제에서 비롯된 건데 왜 그 조사는 안하고 총체적 부정부실 얘기하느냐. 처음부터 진상조사 의도가 정략적’이라는 문제제기 있는데, 제가 공유한 과정으로 이해하는 바는, 열어 보니까 어느 누구의 책임을 구별해서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고 말 그대로 총체적으로 부실했고, 부정선거가 있었다. 그래서 공직자 추천권을 위임받은 정당으로서 과연 국민들에게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그때도(대표단 회의에서도) 이야기한 게 일단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당내에서 먼저 지고, 실체적·사법적 책임은 구별해서 특별기구 같은 걸 구성해서 규명하자는 거였다. 오랜 관행으로 된 부실한 선거 시스템이라든지, 노동조합이나 농민 조직에서 나타나는 여러 어려움들이 선거 관행으로 굳어진 문제 등을 잘 고려해 시스템을 개선해야 될 건 개선하고, 책임 물을 건 묻고. 그런데 정치적·도의적 책임 영역의 문제에서 실체적 책임이 왜 제대로 규명 안되냐는 게 섞이면서 문제가 복잡해진 것 같다. 진상조사위 보고에 따라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실체적·사법적 책임 문제는 별도의 특위를 구성하겠다는 게 처음부터 전제된 이야기다.

 실체적인 책임 규명의 측면을 보면 진상조사위는 당연히 부실하고 한계가 많다. 그러나 달라진 환경을 봐야 된다. 의석수는 많지 않지만, 제3당으로 부상하지 않았나. 과거에는 소수당으로서 외곽에서 활동했으니까 당내에서 큰소리가 나야 국민들이 관심을 갖지만, 지금은 제3당이고 야권연대의 한 축이기 때문에 메인 스타디움에 나온 격이고, 관중석이 그라운드에 바로 붙어있으니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다. 예전처럼 국민들이 관심 갖지 않는 상황에서, 내부 문제를 다 정리한 다음에 국민들이 쳐다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미성년일 때는 잘못해도 훈계하면 끝나지만, 성년이 되면 엄격한 책임을 묻는 것처럼 우리 당이 제3당으로서 정치적 위상의 변화에 대단히 둔감한 상황이 지금 사태까지 온 배경이다.

 

 -민주노동당 활동, 심상정 비대위, 분당 경험 등을 통해 당권파의 행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데, 선거 전에 부실이나 부정을 막으려는 노력은 안하셨나. 

=통합을 선택한 건 두 가지 이유다. 분당에 대한 성찰, 좌절됐던 혁신. 한국 사회에서 현실적인 의미를 갖는 정당이 두 개 이상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진보정치를 계속 하려면 통합된 틀 안에서 대중적 진보정치의 길을 개척하는 것 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통합에 참여했다. 당연히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가는 길에 주저 없이 혁신의 책임에 서겠다는 각오를 하고 왔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과도적 체제에서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문제가 전면에 드러나게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4인 공동대표 체제에서 내가 가장 소액주주인데, 실제로 통합진보당의 집행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지역구를 맡고 있어서 그런 노력들은 유시민 대표가 비례대표로서, 조준호 대표가 사실상 상임 선대위원장으로서 많이 집행에 관여하고 참여했다.

 

 -통합 이후에도 당권파가 달라진 게 없다고 느낀 것인가? 

=민주노동당을 하던 분들이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에 통합을 결정한 게 아니고, 진보정치인으로서, 한국 사회에서 유의미한 진보정당은 한 개 이상 어렵기 때문에 통합된 틀 안에서 길을 개척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해도 진보신당의 당원들이 ‘절대 변하지 않았다, 당신의 시도가 실패할 거다’ 했을 때 내가 한 얘기가 있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변한 측면도 있다. 그 상징적인 부분이 이정희 대표다. 우리가 경험했던 민주노동당 시절엔 이정희 대표 체제는 상상도 못했던 거 아니냐. 오랫동안 같이 운동한 것도 아니고, 당원생활 오래 한 것도 아닌데 전격적으로 발탁되고 대표까지 세운 건 그만큼 국민과 소통하려는 분명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엄청난 변화다.’ 그렇게 얘기했다. 또 이정희 대표가 ‘유연한 진보’ 이야기할 때, 당내에서 여러 낡은 관행이나 비상식적인 일들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국민의 상식과 어긋나는 일이 벌어졌을 땐 국민의 편에 서지 않겠나 하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와서 보니까 그런 좋지 않은 관행들이 4년 동안 더 뿌리가 깊어지고 구조화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정희 대표가 좋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실제 이정희 대표를 떠받친 것은 정당적 질서라기보다 정파적 구조였다. 2008년에 비판·견제 세력(평등파, 진보신당)이 떨어져나감으로써 당과 정파의 구별이 분명치 않았다. 정파 연합이 곧 당이었고, 그런 속에서 갈등의 폭이라는 게 대단히 제한적이지 않았겠나. 갈등이 협소하면 민주주의의 운용 경험도 대단히 협소하다. 국민과의 관계에서 균형감각이라든지, 당내 다원성을 인정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이 대단히 취약할 수밖에 없었지 않나 생각한다. 정말 우리 당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정파적 사고에서 정당적 사고로 일대 전환을 하는 것이다.

 

 -경쟁 부문 비례대표 사퇴 결정을 수용하라고 당권파를 설득해봤나? 

=이 문제가 더 어려워지는 게, 결국 정파 문제다. 저는 이석기씨를 중앙위원회 전날 만났다. 중앙위 의장으로서 파국을 막기 위한 노력은 해야겠다 생각했다. 유시민 대표는 세 번인가 봤다길래 같이 보자 제안해서 만났는데, 이석기씨를 만나면서, ‘문제해결이 어렵겠구나’ 느꼈다. 깜짝 놀란 건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음모와 내부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진상조사 같은 경우도 진상조사의 방향도 그렇고, 언론 플레이도 다 이석기씨를 정조준해서, 그 그룹을 정조준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식의 문제인식이었다. 내가 이석기씨한테 그랬다. ‘대중정치인의 길을 가려고 출마한 것 아니냐. 대중정치인이 되려면 검증은 당연히 거쳐야 된다. 국민들은 물론 당원들도 이름 석자도 모르는 사람이, 그것도 제3당에서 압도적 1위로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이목이 집중된 건 당연한 거다. 그게 정치의 속성 아니냐. 대중적 검증을 통과해야 대중정치인으로 설 수 있는 거고. 정조준되는 건 다름 아닌 이석기씨가 스스로 기획한 것 아니냐. 한꺼번에 벌떼처럼 달려드는 야단스런 공세, 그 카메라를 감당하기 어려웠다면 당직자 등 단계적 절차를 거쳐서 등장하거나 해야지. 당신이 기획한 거다. 누구 음모가 아니고, 그게 정치 아니냐’ 그런 얘기를 했다. 또 하나는 ‘과거에 소수당 시절에만 (정치를) 해본 거지 않나. 그런데 제3당은 국민들이 다 그라운드의 관중석에 붙어 있다. 일거수 일투족 다 보고 있는 거다’ 그런 얘길 했다.

 당원 총투표 문제에 대해서도 ‘파당적 관점에서 수용을 안 하는 게 아니다. 나는 여러분들하고 같이 살려고 통합을 했는데, 당원 총투표는 희생적 결단에서 국민에게 책임지겠다는 정치적 목적을 100% 상쇄하는 것이다. 대중정치인으로 가고자 하는 당선자에게도 좋지 않은 방법이다. 그래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국민들이 경쟁 부문 비례 후보 총사퇴할 때 얘기한 건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훼손했으니 책임지라는 거지,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라고 한 건 아니다. 우리가 그런 결정을 한 취지도 훼손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 권력 투쟁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진성당원제를 우리 당은 자랑으로 생각하고, 당원에게 공직자 선출권이 있어서 그렇게(당원총투표를) 해야 한다더라. 민주노동당 창당 때부터 진성당원제는 진보정당의 주요한 가치고, 자부심이고, 여전히 진보정당이 가져가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석기씨가 출마한 이후에 1만2천표를 공언하고 다녔다더라. (실제 경선에서도) 그만큼 얻었고. 이석기씨의 자질이나 책임과 별개로, 당원이 이름 석자도 모르는 사람이 1만2천표 최다 득표를 하는 건 대중정당으로서 자격이 없는 거다. 진성당원제의 문제는 당원이 당의 회원이 아니라 정파 회원으로서의 정체성, ‘투표 권력’에 의해 대상화된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래로부터 당원으로서의 주체성, 진성을 회복해서 투표 권력을 해체하는 과정이 당 혁신에서 가장 중요하다. 진성당원제, 당원 민주주의가 거론되는 건 항상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책임을 져야 할 때 그걸 회피하는 문제로 나온다. 그건 진성당원제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고, 진성당원제의 자부심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석기 의원과) 그런 얘기들을 나눴다. 나는 이 문제가 안 풀리고 있는 원인 중에 핵심적인 게 모든 문제를 음모나 권력투쟁의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제3당, 공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하는 자세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앙위 폭력 사태듀 사전에 예상했냐고 나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데, 그날 (오전) 11시에 대표단 회의를 했고, 이정희 대표가 자리 비운다는 얘기는 사전에 안했다. 식사하고 나서 문자가 왔더라. 중앙위 결정에 영향 미치고 싶지 않으니 인사만 하고 자리 비우겠다고. 대표단 마주앉은 자리에서 제가 중앙위 의장이니까 그렇게 얘기했다. ‘이정희 의원이 자리를 뜨면 오늘 중앙위는 안 되겠네.’ (그랬더니 이정희 전 대표가) ‘잘 얘기해뒀다’고 말씀을 하셨다. 워낙 이정희 대표가 자기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힘겨워해 더 이상 얘기도 못했다. 힘든 뒷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이야기도 못했다.

 처음부터 ‘불법 중앙위 중단하라’는 손팻말을 참관인 뿐만 아니라 중앙위원도 상당수 갖고 있었기 때문에, 폭력은 상상도 못했지만 중앙위를 무산시키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상황 인식은 있었다. 제가 중앙위원으로서 중앙위가 무산되면 이 당이 표류하게 될텐데, 당이 그렇게 공중분해되는 상황을 만들 수는 없었다. 어쨌든 중앙위 결정을 통해 당 혁신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임했다. 회의하는 중에도 계속 1, 2번(당 강령과 당헌 개정 안건)만 안건을 (처리)하면 협조를 하겠다는 메시지가 계속 있었는데 타협은 중앙위 의장으로서의 월권이고, 당원과 국민들의 뜻에 반하는 것이라 생각해 수용하지 않았다. (당권파는 3번 안건인) 혁신안은 안된다고 했다. 혁신안에 비례대표 사퇴가 포함돼있으니까. 처음부터 중앙위를 무산시키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처음부터 구호 외치기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그랬다. 이미 불법 중앙위로 규정하고 왔다.

 

 

 

 

 

▶당권파의 문제

 

 -정파의 경쟁은 불가피한데, 어떤 점에서 ‘투표권력’이라고 표현하는가? 

=이걸 정파 대립 문제로만 보는데, 당권파 대 비당권파, 엔엘 대 피디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오늘날 당권을 가진 사람의 문제라면, 내일도 (같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심은 정파 간의 대립이 아니라 ‘낡은 과거의 그림자’와 ‘미래의 씨앗’ 사이의 갈등이다. 정파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정파 문제와 관련해선, 첫 번째로는 보통 세계의 진보정당사에서 보면 진보정당의 노선 발전은 정파들의 공개적인 논쟁 과정을 통해서다. 그런 점에서 정파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누구나 자기와 뜻이 같은 사람과 모여 뜻을 관철시키는 건 본성에 가까운 것이다. 그런데 당 발전을 위한 노선 제시는 없고, 투표 권력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문제다. 두 번째, 권력과 책임은 같이 가는 거다. 그런데 중요한 결정의 책임을 묻기 어려운 비가시적인, 일종의 지하정부 같은 존재가 문제다. 이런 낡은 정파 구조를 해체해야 된다. 당의 발전을 위해 창의적인 견해들이 제기되고, 다원성이 존중되고 그 속에서 서로 논쟁하고 경합하는 게 당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민주적 운영질서를 만드는 게 핵심적인 과제다.

 대중정당, 대중조직은 당원들이 어떤 후보가 있을 때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실천과 주장을 했는지 주체적으로 검증하고 판단해서 투표하는 거다. 그런데 이름 석자도 모르는 후보를, 그것도 공당에서 최다 득표를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건 정당의 대표를 뽑는 게 아니라 정파에서 승인된 사람을, 정파의 회원으로서 뽑는 것이다. (그렇게 뽑힌 사람을) 이 정당의 대중적 지도자로서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 그런 문제의식이다. 컴퓨터 갖고 다니면서 현장에서 누구 찍으라고 얘기하고, 버튼 눌러서 이러는 게 불법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진성당원제의 자부심을 가진 우리 당이 당원 개개인의 주체적인 판단과 선택을 위한 것이냐는 측면에서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 정파 활동가들이 당원들을 투표권력의 대상으로 삼아 활동해왔다는 거다. 이 점이 정파 문제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문제다.

 권력이 있는 데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당의 중요한 정책이 어느 정파의 누가 어떻게 결정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이석기씨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주도했다 얘기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나는 국민참여당 당원들이 굉장히 상처 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누가 결정했는지 언론이 탐사보도를 해야 하는 수준인데, 그런 책임지지 않은 권력, 보이지 않는 조직, 지하정부와 같은 그런 행태는 당의 공적 의사구조를 왜곡하고 당의 다원성이 존중되는 민주주의를 봉쇄하는 것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통합진보당을) 컬러 장면 속에 있는 흑백 화면처럼 보고 있다. 우리 당이 직면한 문제를 내부 권력 투쟁의 관점으로만 보는 건 물타기 하는 것이다. 진보정당의 낡은 과거의 모습, ‘과거의 그림자’와 ‘미래의 씨앗’과의 싸움이다. 우리 모두가 낡은 허물을 벗는 고통을 함께 감수하고, 광장으로, 대중 속으로 가야 한다. 대체로 부정이냐 부실이냐, 얼마만큼 부정이냐, 누가 더 책임져야 되냐, 왜 너희가 그런 의도로 했느냐는 점도 부정과 부실의 실체도 중요한 문제지만, 저처럼 진보정당에서 오래 활동하고, 낡은 관행을 혁신하고자 했고, 좌절했고, 분당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 문제는 우리 당원들, 국민들이 누구를, 어떤 정파를, 어떤 권력투쟁을 이런 관점이 아니다. 진보정당이 가진 낡은 그림자를 떨어내는 혁신으로 가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출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모든 문제가 갑갑해지는데 해법이 있나. 

=제명 절차가 진행 중이다.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절차는 완료될 것이다. 원내는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할 것 없이 비정규직 문제 앞세워 민생 법안 몇 십개씩 내면서 자괴감도 든다. 의원총회를 지금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의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빼고 의총을 하자는 견해가 잘 수용이 안 되고 있다. 진보가 바로서는 데 감수해야 할 고통이라고 생각한다.

 

 -김제남·정진후 의원은 최근에 본 적 있나?

=인사차 임기 시작하고 나서 전화도 하고, 만나서 식사도 했다. 초선 의원으로서 맡은 바 의정활동을 어떻게 잘할 지 착실하게들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당이 초선 의원한테는 경험, 노하우를 뒷받침해주는 게 중요한데 그런 조건이 안되니까 너무 안타깝다.

 

 -당기위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을 결정하더라도, 의원단총회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의원들은 당권파가 더 많아 결국 출당이 안 될 가능성이 높은데. 

=당에서 결론이 나면 의원단에서도 합리적인 결론에 이를 것으로 본다. 새누리당이 그러지만(국회 차원의 제명),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에게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고, 국민의 의사에 반해서 의정활동을 원만하게 하기는 어렵다. 지금 국면과는 다를 거라 본다. 외부 압력에 의해 정리되는 방식을 방치하는 건 직무유기이므로 우리 당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종북 논란에 관한 생각은.

=언론에서 심상정, 노회찬이 종북을 주장했다고 하는데, 나는 종북이라는 단어를 써본 적이 없다. 2008년 분당 때도 ‘편향적 친북행위’라 표현했다. 저는 적어도 북한을 추종하는 행위라는 실체적 측면에서 종북론자는 없다고 본다. 앞으로 이 당에서도 내란죄 등 법에서 용인될 수 없는 행위를 하거나, 민주주의를 폭력으로 훼손하는 이 두 경우를 빼고는 사상의 자유가 보장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남북관계, 평화통일에 관한 것은 공당인 만큼 전당적 토론 통해 자기 방침을 결정해야 한다. 제2창당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우리 당의 분명한 전략과 정책을 제시할 것이다. 문제는 기존 보수 쪽, 일부 언론에서 마녀사냥식으로 하고, 검찰도 부당한 개입하고 있는데 그건 분명히 정략적 의도를 가진 색깔론이다. 그러나 역으로, 분단된 한국 사회에서 보수 권력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색깔론 공세는 상수로 보고 대응해야 된다. 상대의 색깔 공세를 방패막이로 삼아 책임을 회피하고 합리화하는 논리는 일종의 ‘적대적 공존관계’로 비판될 수밖에 없다. 2008년에 그런 얘기 한 적 있다. 국가보안법으로 색깔론의 낡은 무기가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이 한국 현대사에서 얼마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유린했는가.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걸 무기로 우리 진보진영 내부의 폐쇄성을 강화하고, 민주주의를 굴절시켰는지에 대해 안타깝게 얘기한 적이 있다. 수구 보수 세력의 색깔론이나 마녀사냥을 근거로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할 순 없다.

 

 -그 논리에 당권파의 의존이 심하다고 보냐. 

=색깔 공세가 심하죠. 그러니 검찰에 공동대응은 해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혁신을 관철시켜야 되고, 당원들의 심사가 복잡하고 안타까울 것이다. 당권파 친구들이 과도하게 그렇게 한다기보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 복잡하기 때문에. 또 일부 그렇죠. 일부 그런 점을 제기하고 있잖나. 당원들 속에서도 저 쪽(보수)에서 공세를 받고 있는데 (왜 내부에서 책임 문제를 거론하느냐는), 그런 갈등이 있는 것 같다. 색깔론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우리 내부에서 그건 상수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 그것으로 인해 우리 내부의 혁신과 책임을 늦추거나 회피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된다면 일종의 ‘적대적 공존관계’로 비판받을 수 있다.

 -이전 민주노동당 시절 ‘편향적 친북 행위’를 어느 정도로 체감했나. 

=그 얘길 다시 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 어쨌든 저는 종북은 없다고 본다. 과거 통일 운동하던 분들 중에는 ‘편향적 친북 행위’를 하던 분도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가) 아직 전쟁과 분단 상황에 있고 과거 독재 정권이 이것을 색깔론을 악용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혐오하는 흐름이 있다. 보수 쪽에서는 북한을 혐오하는 과잉이 있었고, 그것의 반대로 북한을 온정주의적으로 보는 흐름이 있는데, 한반도 평화체제를 앞으로 가장 앞장서서 운영해나가야 할 세력으로서는 혐오든, 온정주의든 감성적인 태도는 결코 유익하지 않다.

 -당내 회계나 재정 문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는데, 과거 경험이 있나? 

=2008년 당 비대위원장 맡은 다음날, 시앤피 그룹에서 빚 갚으라고 내용증명이 날아왔다. 당의 부채 중에 40% 가까웠고, 한 업체에 이렇게 많은 부채가 있나, 깜짝 놀랐다. 많은 비중이 한 업체에 집중됐었고, 소문이 흉흉했다. 돈의 용처라든지, 증빙 서류, 입찰 절차 등이 투명하지 않았고, 자료가 굉장히 불비해 그걸 못 갖추면 당이 한 방에 날아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공당의 회계가 갖춰야 할 절차와 투명성의 기준으로 볼 때 많이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에 입각한 회계 시스템을 갖춰야 된다는 게 혁신의 제3 과제로 제시될 정도였다. 그 부분은 지금 혁신비대위도 중요한 포인트로 보고 정비하는 걸로 안다.

 

 

 

 

▶통합진보당의 혁신 문제

   

 -민주노동당 혁신이 좌절돼 진보신당을 만들었지만, 기대했던 진보정치의 재구성은 보여주지 못했다. 그 상태에서 다시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과 손을 잡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터질 게 터졌다 하고, (당권파의 문제를) 모르고 갔냐는 말씀을 많이 한다. 지난해 제가 통합을 선택한 것은 분당에 대한 성찰과 좌절을 딛고 혁신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위기를 피해서가 아니라, 위기의 중심에서 내게 부여된 진보 혁신의 과제를 매듭지으려고 온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지금 선거 부정과 부실 문제로 국민의 압박을 받고, 불신을 사고 있지만 바꿔보면 역시 두자릿수 지지율, 13석, 제3당이라는 위상의 변화 없이는 (이런 관심이) 불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문제가 전면에 드러난 것 그 자체를 혁신의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과연 이 당이 혁신이 가능하냐 볼 때 가능하다고 본다. 혁신을 성공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의 혁신이 바로 정권교체의 입구이자, 한국정치 혁신의 출발점이다. 지금은 국민들에게 우환거리가 되고, 천덕꾸러기 같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늦었을 때가 빠른 때다. 보란 듯이 혁신을 통해 대중정당의 가능성, 길을 보여드리는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6월말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계획인지. 

=지금이 진보정당에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다. 이 당의 당원들 뿐만 아니라, 책임 있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 당을 바로세우는 데 책임을 다할지 깊은 고뇌를 하고 있다. 저도 마찬가지다. 그런 고뇌가 모아지면서 당 대표를 누가 할 건지 결정할 거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당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개척할 것이냐다. 그런 점에서 차기 당대표, 집행부가 해야 할 임무가 뭐냐가 먼저 공론화되고 합의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민생 정치를 회복하고 정권교체에 기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제2창당이다. 당의 전망과 관련한 당 대표의 임무는 명실상부한 제2창당을 준비하는 것이다. 진보정당이 명실상부한 대안 세력으로 가기 위해서 질문받고 있는 혁신의 과제는 보다 광범위하고 깊어야 된다. 진보정치 역사가 15년 됐다. 처음 민주노동당을 만들 때 진보정당 이념, 노선, 정책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는데 이후 15년 동안 진보정치가 발전하고, 많은 역사가 있었는데도 진보정치의 이념과 노선, 비전을 업그레이드하고 벼르는 전면적인 실천이 없었다. 오직 단편적인 정책 수준의 합의로, 앙상한 정체성으로 유지되는 상황이었다. 특히 통합하면서 진보당은 뭘 하자는 정당이냐 하는 것이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명실상부한 제2창당의 준비가 돼야 한다. 그 중에서도 진보진영 전체, 지식인 사회까지 다 망라해 진보정당의 이념, 노선, 정책, 쟁점까지 포함해 총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실제 우리 당의 선명한 정체성으로 제시돼야 한다. 그런 정체성에 동의하는 제세력들이 결집해서 제2창당을 완성해야 한다. 그런 힘으로 2014년 지방선거를 대비해야 한다.

 물론 쌍용자동차 문제 같은 절박한 민생현안이 많기 때문에 민생을 주도하는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하고, 정권교체의 한 축으로 기능하는 게 당연한 과제다. 동시에 제2창당 준비를 해서 그야말로 진보정치 시즌2를 만드는 임무가 다음 당대표 선거에서 나오는 집행부에게 맡겨진 미션이다. 이 점을 우리가 당내에서 합의하는 게 당 대표를 누가 하는 것보다 중요하고 선행돼야 할 문제다.

 

 -그런 전제가 합의되고, 대표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하면 나설 거냐. 

=당 대표 문제는 광범위하게, 특히 동요가 심한 노동 쪽 의견을 들어볼 생각이다.

 제2창당 과제와 관련해서도, 과거 운동 정치에서 비롯된 엔엘, 피디 정파 정치를 끝내야 한다. 진보정치 사전에서 엔엘, 피디라는 단어는 사라지도록 해야 된다. 당원들이 주체가 되고,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다원성 존중되는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또 한편 ‘활동가 당원’에서 ‘생활 당원’의 정당으로 대중적 전환을 이뤄야 한다.

 두 번째는 민생 주도의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 진보의 선명성은 민생에 대한 책임성과 일관된 실천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를 선명성의 도구로 삼는 게 아니다. 민생정당으로서, 대한민국의 공당으로서 자기 위상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세 번째로 진보정치의 기초는 역시 노동이다. 쌍용자동차 22번째 희생자가 36살 총각이다. 그 친구가 뛰어내리려 22층 계단을 오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리 진보정당이 그런 분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 그럼 이 당의 존재 이유가 뭘까 그런 생각을 한다. 국민들이 행복해지려면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노동의 대표성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는 토대 위에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한다. 노동 쪽이 통합진보당에 비판적이고 강력한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분들이 혁신에 얼마나 주체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있는지 두루 들어볼 생각이다.

 

 -당권파 쪽이 당대표 선거에 나온다면 어떻게 할지. 

=그건 국민을 이기려고 하는 거다. 그 어떤 정치인이나 정치 세력도 국민을 이기려는 세력이 성공한 사례를 볼 수 없다. 결과는 우리 당과 본인들에게도 아주 혹독한 대가가 되지 않겠나.

 

 -올해 대선에 출마할 계획이 있나. 

=지금 우리 당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드리는 상황, 지지율이 반토막난 상황에서 대선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본다. 대선으로 나가면 새누리당을 비판하고 민주당을 응대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너나 잘하세요’ 한마디 하면…. 빨리 당을 혁신하고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돼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어가면서 지지율이 회복될 때 고민할 문제다. 무슨 얼굴로 명함을 내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