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주대환·최규엽은 안된다
[신승근의 도전인터뷰]
“정파 대결은 자멸, 민중에서 대표 뽑자”고 주장하는 민주노동당 김혜경 전 대표…당에 장애 준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최고홍보책임자는 2기 선거 나올 자격 없어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한겨레 21
10·26 재보선 패배 직후인 지난 10월31일 지도부의 총사퇴를 이끌며 물러난 김혜경 전 민주노동당 대표.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밀린 집안일을 돌보고, 동네 아줌마들과 수다도 떨고, 그동안 만나지 못한 지인들을 찾아서는 등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대표직을 사퇴한 지 꼭 한 달 만인 12월1일 <한겨레21>을 만나 지난 1년4개월 동안 당을 이끌며 절감한 민주노동당 내부의 치부와 한계, 문제점을 털어놨다. 그는 “민주노동당이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 처한 데는 대표인 나의 무능과 책임이 크다”고 먼저 처절한 자기반성을 했다.
취임 직후부터 정파 권력 문제로 갈등
그러나 그는 “나 한 사람의 무능과 잘못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는 민주노동당을 다시 살릴 수 없다”면서 정파적 이해에 매몰된 채 당을 이용해 권력을 다지려 했던 최고위원들과 당직자들의 치부, 의원들의 무관심을 공개하며 그들의 맹성을 촉구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밖으로의 정치를 해야 하는데 당 안의 자기 정치에만 몰두했다.” 김 전 대표 자신과 민주노동당 당직자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뼈아픈 질책과 한국 진보정당의 현주소에 대한 적나라한 고백도 이어졌다. 그는 또 당내 각 정파들이 인물난을 이유로 총사퇴한 핵심 지도부 인사들을 내년 1월에 있을 2기 지도부 선거에 재출마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당원에 대한 치욕이며 결국 민주노동당을 자멸로 이끄는 길”이라며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최고홍보책임자는 당의 현실에 막강한 장애를 준 만큼 절대 선거에 나오면 안 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오늘로 퇴임한 지 꼭 한 달이다. 내년 1월 임기를 마치면 되는데 왜 그렇게 갑작스레 사퇴했나.
=난 결코 10·26 재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만으로 사퇴한 게 아니다. 지난 1년4개월 동안 당 대표로 일하면서 지금의 민주노동당, 특히 지도부가 지도력을 제대로 발휘했는가라는 깊은 자성과 자기 평가 속에서 더 이상 이 지도부를 이대로 이끌고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무엇이 그리 큰 문제였는가.
=2000년 창당 뒤 5년이 지났다.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을 때도 힘은 들었지만 단결된 모습으로 열심히 했고, 2004년 정치 판갈이를 통해 국회의원이 10명이나 생겼다. 원내 진출의 감동과 감격은 컸다. 하지만 어떻게 당을 운영할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이 원내와 원외로 이원화되고, 지역 당에서 활동한 사람은 거의 없고 당 밖의 각 부문(운동)에서 활동한 사람 중심으로 최고위원회의가 구성됐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정파 그룹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짜였다. 당연히 당 운영은 어려웠다. 난 정파하고 관련이 없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 대표 취임 직후부터 정파들의 권력 문제로 고민하고 갈등했다. 당 지도부가 일목요연한 정책을 갖고 힘있고 단일화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당의 인력 구성에서부터 정파적 힘을 겨루는 구도로 흘러갔다. 당력을 키우려는 노력보다는 정파의 힘을 키우려는 노력들이 많았다. 당 대표로서 굉장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며 1년4개월을 끌어왔다. 하지만 당에 인력은 많은데 제대로 일하지 못했고, 집중하지도 못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우린 대선·총선 때 부유세 도입을 외쳤고, 원내 진출 뒤 3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 가난한 사람에게 무상교육·무상의료를 하겠다고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단계적 로드맵을 만들어 2004년 정기국회에 10가지 법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세, 간이세금 등을 놓고 최고위원회에서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다.
최고위원들이 부유세 도입에 소극적이라며 당을 떠난 윤종훈 회계사 사퇴 파동을 얘기한 것인가.
=그렇다. 다 알고 있지 않나. 당의 약속을 실천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최고위원들이 그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고, 나중에는 남 탓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었다. 올바른 정책을 수용하려는 태도가 부족했다. 그런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결합하지 못해
당 대표가 힘있게 밀고 나갔다면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물론, 그런 요구가 있었다. 그러나 당 대표는 최고위원들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거기에 따라 인력을 더 보강해주는 것이라는 요구가 들어왔다. 최고위원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보좌하는 게 대표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런 요구는 나에게 굉장한 압력이 됐다.
대표의 위상을 그렇게 제약하고, 그런 요구를 한 주체는 누군가. 당내 힘있는 몇몇 정파인가.
=그런 것들이 많이 작용했다. 객관적으로 사태를 평가하고, 전체 당력을 강화하고, 당 중심성을 가지고 판단하려는 노력보다는 그런 것들(정파적 이해)이 많이 작용했다. 대표가 전체를 책임져야 하지만, 최고위원도 공동의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데 과연 그들이 성실하게 제 역할을 했는가.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이 한창일 때 민생 현안을 외면한 채 정치투쟁만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런 요구를 수용해 민생투쟁을 함께 했어야 하는데 다수 최고위원들의 마인드는 다른 부분에 가 있었다. 당 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구성한 최고위원들이 그런 (정치적) 성향으로 나갈 때 정말이지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런 게 당이 제대로 서는 것이냐는 의문을 갖고 몇 개월을 흘려보냈고 보궐선거도 3번이나 치렀다.
우린 민생정당, 서민정당이라고 항상 얘기했지만 선거 결과는 처절할 정도로 가혹했다. 10·26 재보선도 마찬가지다. 울산에서의 패배도 문제지만 다른 3개 지역에서 민주노동당 지지도를 봤을 때 이건 단지 후보의 문제가 아니다. 10명의 국회의원이 활동했고, 많은 지도부가 당을 이끌었음에도 왜 이렇게 국민에게 외면당하나. 솔직하게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 어떻게 당이 흘러왔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당 대표로 10일 동안 울산에 머물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히려 민주노동당을 적대적 관계로 생각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우리는 제대로 된 비정규직 법안을 만드는 투쟁을 하고 있다고 지금도 외친다. 하지만 그들은 “정규직 노조, 그것도 부정과 비리가 많은 대기업 노조와 민주노총에 대해 질타도 못하고 감싸기만 한다” “힘있는 비정규직만 대상으로 하지, 5~10명이 있는 힘없는 작업장의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이 언제 관심이라도 있었냐” “현대자동차에 다니는 비정규직은 왕이다. 우린 16시간씩 일해도 한 달에 100만원 받아가기도 어렵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언제 관심 갖고 뭘 했는가”라고 말한다. 이건 울산에서만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다.
당 안에서도 그동안 계속 그런 문제제기가 있었다. 왜 개선하지 못했나.
=그동안 당은 정부의 비정규직 악법을 저지하고 민주노동당이 낸 법안을 관철하는 전당적 투쟁을 해야 한다는 방침을 하부 당 조직에 수없이 내려보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결합하는 운동은 전무했다. 그냥 상급 단위에서 얘기하고, 집회에 사람을 동원했을 뿐이다. 당이 지역에서 한 일은 고작 서명받는 것 말고는 없었다. 무상급식·무상교육·무상의료 서명, 비정규직 권리쟁취 법안 서명…. 또 당 지도부가 농민투쟁, 노동자 투쟁에 나가 연대사, 격려사, 투쟁사를 했다. 하지만 세상이 뭐가 바뀌었나. 우린 그들이 일상생활로 돌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무기를 주지 못했다. 세상을 바꾸려면 세상의 주인이 누구인지 살피고, 그 주인이 뭘 생각하는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걸핏하면 세상을 바꾸겠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뭘 바꿨나. 민주노동당은 어떤 정치적 바람에 의해 지금 이만큼 섰을 뿐이다. 정말 냉혹하게 평가하고, 깊이 반성해야 한다.
당내 정치 너무 열심히 한다
당 운영 문제 등을 놓고도 말들이 많은데.
=그렇다. 갑자기 제3당이 되고 모든 게 주어지니 당은 방만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 지도부가 제대로 책임을 졌어야 하는데, 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한 달 쉬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정말 잘못했다. 문제는 나만 잘못했다고 말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정책위원과 보좌관이 100명이나 되고, 중앙당 당직자들도 60명이나 되는 거대한 정당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방만한 조직으로 뭘 하려고 했나. 난 지금 민주노동당에는 뭘 하려는지 핵심적인 의제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한 명 없고 8∼10명의 정책위원을 갖고도 이미 부유세, 무상교육·무상의료 정책을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지도부의 무능력을 모두 자인해야 한다. 내가 무식해 그럴 수도 있지만, 최고위원들도 나름대로 다 역할을 하고 전문가라 주장하는 분들이니 당을 이렇게 방만하게 운영하면서 제대로 잡지 못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잘못된 요인이 있었다면 딱딱 잘라내는 게 지도부다. 그런데 오히려 사람 문제에 대해 정파적으로 움직였다. 적재적소에 능력 있는 사람을 앉히지 않고, 정파적 이해 때문에 어떤 자리에 사람을 데려다 앉히고, 비효율적으로 일했다. 민주노동당에서 사람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지 않는가. 일 못한다고 내가 그들을 해고하겠는가.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제 대표에서 물러났으니 할 말 못할 말 다 할 수 있는데, 정말 문제다. 나는 뼈아픈 반성을 했다. 잘못된 정신, 잘못된 흐름의 물이 흘러가고 있는데 이대로 놔두면 다 죽는다고 판단했다. 중앙위원이든 최고위원이든 뭘 결정해 집행하는 데 있어 협소하게 판단했다. 세상을 향해 정치를 해야 하는데 우리 당 안에 있는 정치를 더 많이 해왔다.
‘국민승리21’ 시절부터 이 당을 출입해왔지만, 지금처럼 당내 정치가 횡행한 적은 없는 듯하다.
=우린 지금 뭘하는 것인가. 당내 정치를 하자고 모여 지도부에 앉아 있고, 이게 권력이라고 앉아 있냐는 말이다. 그런데 끊임없이 그런 노력을 하는 것을 보이니 난 참을 수 없었다. 앞으로 어떤 지도부가 되든 당 안에서 자기들의 권력을 쌓으려고 한다면 난 그 꼴 못 본다. 우리는 만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계파를 욕하면서 우린 계파가 아닌 정파라고 주장했다. 이견을 통해 올바른 길로 가는 정파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말 정파다운 정풍이 있었나. 없었다. 오히려 당 안에서 자기 정파의 권력을 어떻게 세워나가느냐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 당이 지금 이 꼴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당내 정치만 열심히 하고 세상을 향한, 국민을 향한 정치를 하지 않았다. 이게 누구의 책임인가. 당 대표인 내 책임이고, 최고지도부인 최고위원들 책임이다. 의원들도 책임이 있다. 당이 (원내와 원외) 이원 구조로 돼 있지만, 당이 이렇게 잘못되면 당에 대해 얘기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중앙당 인력 일부는 현장으로 보내야
의원들은 당에서 한 발 비켜 있었고, 실제 손을 쓸 수도 없었던 것 아닌가.
=이원 구조 속에서 의원들은 민주노동당의 정신에 따라 의정활동을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것이 옳다. 그러나 당이 제대로 안 돌아갈 때는 할 얘기는 해야 한다. 난 그런 섭섭함이 있다. 물론 무능한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 더 의견을 구하지 못했으니. 그러나 당 전체의 입장에서 볼 때 의원과 최고위원도 지도부니 잘못은 제대로 지적했어야 한다. 그런데 당이 어떻게 나갈지, 당 전체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고민하기보다는 현안에 따라 사안별 협의만 했을 뿐이다.
앞으로 들어설 2기 지도부가 1기와 같은 과오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의 기풍을 먼저 잡아야 한다. 당을 중심에 세워야 한다. 만날 다른 당 국회의원들이 대권주자 중심으로 줄세운다고 계파를 비판했다. 그렇다면 진보정당에는 그런 모습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도 우리는 정파라는 틀 속에서 흘러간다. 우리 안에는 아직 그런 움직임이 많다. 정파는 당 노선이 제대로 서고 당을 활성화하기 위한 모체로 활동해야 한다. 당 권력을 정파 권력으로 대용해 세워서는 안 된다. 정파를 통해 당 권력이 서도록 해야지, 당을 이용해 정파 권력을 강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계속 그렇게 가면 진보정당은 망한다. 일단 새 지도부는 그런 것을 저지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 또 어느 정파가 독식하는 권력 구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지난번 최고위원 선거는 그런 측면이 강했다. 당 흐름이 특정 정파의 권력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강했다. 앞으로 이런 부분에 대해 강하게 목소리를 내겠다. 지난번 <한겨레21>이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1월에 사퇴하고 조기 선거를 한다고 보도했을 때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하지만 난 당을 뒤집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순리였다. 전당대회 전에 사퇴해야 하니 올 10월쯤 선거를 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2년 임기를 채우겠다고 난리를 쳤고, 마치 내가 조기 선거를 원하는 것처럼 몰아갔다. 또 선거 때도 사표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 나름의 기득권을 유지하며 선거를 하겠다는 것이다. 난 “최고위원들이 그 직을 유지한 채 선거에 출마하면 일반 당원과 얼마나 차별되는 일인가. 왜 그 기득권을 안 내놓냐”고 했다. 그랬더니 그들은 “대표가 뭘 몰라서 그렇지, 민주노총 내부 선거에서는 다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난 권력이라고 생각지 않고 대표를 해왔는데, 상당수 최고위원들은 그걸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제2기 지도부 선거에는 이게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오면 안 된다. 당 내부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창당 5년을 맞고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인 만큼 당 전체의 구조에 대한 연구, 조정, 변화가 필요하다. 100명이 넘는 정책 인력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금처럼 중간 당직에 계속 자기 인맥을 끌어들여 심어넣기를 하는 당의 모습도 바로잡아야 한다. 중앙당 인력을 능력 있는 사람 중심으로 콤팩트하게 새로 짜 당력을 집중하고, 나머지는 현장으로 돌아가 당원들의 일상과 결합해야 한다.
총사퇴한 1기 지도부 가운데 2기 지도부의 선거에 재출마하려는 사람들도 있는데.
=1기 최고지도부에 있던 사람들은 일괄 사퇴했다. 다시 나오면 안 된다. 그게 책임성이고 도덕성이다. 그것은 또 한 번 전 지도부를 모욕하는 것이고, 당원에 대한 치욕이다.
노동자·농민·도시빈민 출신을 대표로
대표를 따라 일괄 사퇴는 했지만, 자신은 정치적·도덕적 하자가 있어 물러난 게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주계열 안에서는 김창현 전 총장의 대표 출마론까지 나온다.
=그러면 난 무슨 큰 도덕적 하자가 있어서 물러났는가. 그것은 민주노동당이 자멸하는 길이다. 권력 중심으로 정파가 돌아가는 건 옳지 않다. 다른 최고위원들은 모르지만 당 최고책임자인 (김창현) 사무총장, (주대환) 정책위의장, (최규엽) 최고홍보책임자는 이번 선거에 나와서는 안 된다. 그들은 당의 현실에 막강한 장애를 줬다. 책임지지 않는 행동에 대해 역사가 언젠가는 평가할 것이다. 당원들은 지혜롭다. 다시 그렇게 정파적으로 움직이면 민주노동당을 진보정당으로 보기 어렵다. 거듭 얘기하지만 정파가 당을 이용해 정파 권력을 중심에 세우려는 짓을 다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원들의 당직 겸직이 금지된 상황에서 그나마 1기 지도부가 나름대로 훌륭한 분들로 짜였고, 이들의 출마를 모두 봉쇄할 경우 인물난을 겪을 것이라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누가 당대표가 될 것이냐고들 하는데, 지도자는 언제나 준비돼서 하는 게 아니다. 민주노동당 안에 나서지 않을 뿐 훌륭한 사람이 많다. 꼭 서울대, 고려대 나오고 무슨 박사이고 머리를 잘 쓰는 사람이 당 대표하고 국회의원 해야 하나. 비록 학교는 제대로 못 다녔지만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중에서도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이 당은 민중을 위한 당이고, 그게 기반이 돼야 한다. 그것이 진리다. 진솔하게 민중을 위해 자기 욕심 안 채우고 할 수 있는 사람, 자기 권력을 어디에 세우려 하지 않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당을 위해 희생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 얼마든지 많다. 또 어떤 대표, 어떤 지도부가 자리에 앉았는가보다 어떻게 이 당이 잘되도록 당원들을 이끌 것인지 생각하고 그 의견을 수렴하는 사람이 지도부가 되는 게 중요하다. 군림하려는 지도부는 안 된다. 정파적 인력 운용도 더 이상 안 된다. 지난 1기 지도부에서 어떤 최고위원이 특정 역할을 맡았는데, 자기 전문성과 관계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전문성 있는 다른 최고위원이 있고, 당을 위한다면 그 사람이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대표님, 제가 그렇게 하려 해도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정파 세력의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걸 고백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민주노동당이 이렇게 된 것이다. 이건 아주 단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능력이 좀 모자라도 심성과 자질을 갖춘 사람을 모아 세우자는 것인가.
=그렇다. 정말 민중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지도부가 돼야 한다. 지식도 있어야 하지만 지금은 지혜가 필요한 때다. 지식이 많은 사람은 자기 머리 믿고 머리를 많이 굴린다. 머리를 굴리다 보니 당도 많이 어지러워지고 힘이 많이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