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투쟁의 심장은 살아있는가
조성웅
대구에서, 대전에서 아내와 아이가 있는 나이 50의 사내들이
먼 객지 울산에 내려와 하청업체에서 일당 6만원을 받고
그것도 용역비까지 때이면서 일해야 했던 하청의 재하청인 사내들이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크레인 바스켓을 타고 지상 50m에 선 사내들이
얼마나 다리가 떨리고 두려웠을까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며 이 악물며 견뎠을 것이다.
관리자들에 찍히기 싫어서 아무리 험하고 억울하더라도 군말 없이 일했을 것이다
그렇게 개보다 못한 삶을 살다가 두 사내가 지상 40m에서 떨어서 죽었다.
영안실에서 한 업체 동료가 술이 이마이 되서 내 멱살을 잡고 운다
"하청들 다 죽어가는데 위원장이란 놈이 뭐하고 있냐"고 엉엉 운다
제일 고통스러운 건 줄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제일 고통스러운 건 함께 투쟁을 조직하지 못하는 것이다
김주익 열사가 그랬을까?
조합원에게 목숨을 맞기고 지프크레인에 올라가도
현장은 조용했다
이제 줄 것이 목숨밖에는 없었는가
목숨으로 조합원들을 살리고 싶었는가
그냥 내려오면 조합원들에게 해줄 것이 없어서
그게 싫어서
모두가 볼 수 있는 제일 높은 곳에서
투쟁의 심장이 되어
영원히 살고 싶었는가
이땅의 모든 노동자들을 살리고 싶었는가
이제 목숨조차 눈물을 부르지 못하고
이제 목숨조차 단결을 부르지 못하고
이제 목숨조차 투쟁을 부르지 못하고
오히려 침묵을 만들고
오히려 체념을 만드는
새로울 것도 없는 갑신년 새해
과연 내 투쟁의 심장은 살아있는가
2004년1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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