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정상이 모여 6.15 공동선언에 서명한 지 9주년을 하루 앞두고, 장충체육관에서는 “615 시대를 기어코 다시 만들어내겠다”는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40여개 정당, 시민사회단체, 통일운동 단체 회원 2천여명이 14일 오후 2시 ‘평화와 통일, 그리고 공동 번영을 위해 다시, 615. 6.15공동선언 9주년 범국민실천대회’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각 정당 대표단이 참가했고 백낙청 남측위 명예대표, 이창복 민화협 상임의장,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등도 함께 했다.

40여개 정당, 시민사회단체, 통일운동 단체 회원 2천여명이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평화와 통일, 그리고 공동 번영을 위해 다시, 615. 6.15공동선언 9주년 범국민실천대회’를 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김상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표ⓒ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실천대회를 시작하며 김상근 남측위 상임대표는 “공동선언 발표 9주년을 하루 앞두고 위기에 찬 남북관계를 걱정하는 마음들이 모였다”면서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현실로 인해 “다시 6.15를 외치지 않을 수 없다”고 외쳤다. 이어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다시 화해하는 정책으로, 다시 협력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를 드릴 수 없을 만큼 참담한 심경”이라면서 “지난날의 6.15와 오늘 우리가 만난 6.15는 왜 이리 다른가”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오늘 우리는 벼랑 끝에 서있다. 우리는 전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이렇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이명박 정권의 출범이었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남북관계 악화는 이명박 정권의 무능 때문”이라면서 이명박 정부 들어 “어렵게 열었던 철길도 끊고, 금강산 관광도 끊고 개성공단까지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명박 정권에게 확실하게 정책기조를 바꾸고 평화를 실천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장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한다는 확실한 선언을 한다면 남북관계는 다시 대화가 가능한 시대로 복원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온 국민의 소원과 염원이 통일인데 이 정권이 통일을 위해 나가지 않는다면 불량정권이 아니냐”면서 “한반도에 드리운 먹구름을 제거하려는 의지가 없는 이명박 정권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다. 이러한 상태론 백약이 무효하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말만 앞세울 것 아니라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북한을 자극하고 위기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상생의 남북관계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 뒤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 이행 공식화 및 국회 비준 추진, △PSI 참여 즉각 철회, 대북적대정책 폐기,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적극 지원, △남북관계 위기 타개를 위한 대북특사 파견 등을 촉구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도 남북관계 위기는 물론, 민주주의의 위기와 민생 위기 등 한국사회를 총체적인 위기로 몰고 간 것은 이명박 정권이라고 비판하면서 6.15공동선언 이행을 즉각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와 통일, 그리고 공동 번영을 위해 다시, 615. 6.15공동선언 9주년 범국민실천대회’가 열리고 있는 장충체육관.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나란히 앉아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6.15는 우리의 희망, 6.15 공동선언 이행하자!!!'ⓒ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40여개 정당, 시민사회단체, 통일운동 단체 회원 2천여명이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평화와 통일, 그리고 공동 번영을 위해 다시, 615. 6.15공동선언 9주년 범국민실천대회’를 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대장금 주제가를 불러 유명한 가수 이안의 축하 문화공연으로 분위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후 김덕룡 민화협 상임의장이 발언을 시작하자 실천대회 참석자들은 곳곳에서 큰 소리로 야유하고 항의했다. 참석자들은 청와대 특보를 맡고 있는 김덕룡 상임의장을 향해 “공동선언 이행하라” “한나라당 물러가라” “한나라당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쳐 사실상 발언 내용은 구호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바로 이 자리는 2005년 남북공동행사가 열렸던 장소다. 그러나 6.15 9돌을 맞는 오늘 우리 옆에는 북측 대표들이 앉아있지 않다”고 변화된 현실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지난 2년 전 10.4선언 이뤘던 전 대통령은 부인과 함께 군사분계선 걸어넘었던 역사적 순간을 뒤로 하고 스스로 목숨 끊을 수밖에 없었다. 통일과 민주화를 위해 일평생 바쳤던 노목사님은 자신의 목숨을 민족의 재단에 바쳤다. 오죽하면 팔순의 전직 대통령이 행동하는 양심은 6.15와 10.4 선언을 살려 내달라고 피맺힌 호소를 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6.15 공동선언을 살리기 위해 우리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진심으로 이루기를 원하는 사람은 자신의 조직과 정파와 사상과 권력을 과감히 내버리고 실천에 떨쳐 일어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어린이와 여성이 함께 하는 6.15 대합창을 통해 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어린이들이 6.15 공동선언의 내용을 외워서 한구절 씩 낭독하자 참석자들은 큰 함성을 보냈고 6.15 공동선언 낭독에 큰 목소리를 보태기도 했다.
끝으로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과 남윤인순 6.15여성본부 상임대표가 함께 6.15공동선언실천 남.북.해외 위원회의 공동 호소문을 발표했다. 남.북.해외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해 나가고, 대결과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수호하며 남북공동선언의 깃발 아래 해내외 온 겨레가 굳게 단합해 나가자”고 밝혔다.

40여개 정당, 시민사회단체, 통일운동 단체 회원 2천여명이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평화와 통일, 그리고 공동 번영을 위해 다시, 615. 6.15공동선언 9주년 범국민실천대회’를 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6.15공동선언 9주년 범국민실천대회ⓒ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경찰, 행진 불허.. "반통일 정권이 평화적 행진도 가로막아"
경찰이 6.15기념 행사 참가자들의 행진을 가로막아 물의를 빚었다.
이날 4시20분께 실천대회를 모두 마친 참가자 2천여명은 동대문운동장 훈련원공원까지 행진하기 위해 장충체육관 앞으로 나왔다.
그러나, 경찰 차량 10여대가 장충체육관 주변을 가로막고 경력 2개 중대 2백여명이 참가자들을 막아섰다.

경찰 차량 10여대와 경력 2개 중대 2백여명이 장충체육관 앞에서 행진을 막아 참가자들과 충돌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실천대회 참가자들이 장충체육관 앞에서 행진을 불허한 경찰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참가자들은 "이명박 정부는 대북대결정책을 중단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대표단을 앞장으로 장충체육관 앞에 연좌해 행진을 불허한 경찰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사회를 맡은 정대연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집회신고를 분명히 했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며 수많은 민중이 피흘려 쟁취한 권리"라면서 "반통일 정권이 평화적 행진마저 가로막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도숙 전농 의장은 "우리는 40만톤의 쌀을 북으로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이를 가로막아 창고에 가득차있다. 가을에 농민들이 새로 거둘 쌀을 창고에 들여놓을 수가 없다"면서 "반북대결정책이 낳은 가장 큰 피해자가 농민"이라고 정부태도를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그 자리에 연좌해 청년, 대학생, 각 지역 대표자들의 규탄발언을 이어간 뒤 5시 20분께 자진해산했다.
오늘의 민중의소리 HOT 뉴스
'삶을 살아가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토뉴스]갈등 부르는 쌍용차 VS 눈물바다 가족대책위 (0) | 2009.06.15 |
---|---|
화물연대 장정합의안 76.5% 가결, 업무복귀 (0) | 2009.06.15 |
쌍용차에 이어진 ‘선물’, 쌀, 분유, 수박… (0) | 2009.06.15 |
화물연대 교섭 잠정합의 (0) | 2009.06.15 |
쌍용차, 또 헬기 띄워 유인물 살포 군사작전 방불 (0) | 2009.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