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와 아래는 전라도 닷컴에서 옮겨 놓은 것이다
"동지들 모여서 함께 나가자 무등산 정기가 우리에게 있다
무엇이 두려우랴 출전하여라
억눌린 민중의 해방을 위해 나가 나아가 도청을 향해..."
"꽃아 꽃아 아들꽃아 오월의 꽃아 꽃아 꽃아 아들꽃아 다시 피어나라
모진 칼에 너의 넋이 쓰러졌어도 꽃아 꽃아 아들꽃아 다시 피어나라..."
'광주출전가' '꽃아 꽃아' 같은 노래들로 우리들 가슴 뜨겁게 했던 민중가수 정세현씨가 범능스님이 되어 돌아왔다. 오랜 침묵 끝에 새 음반 '먼산'을 들고 돌아온 범능스님은 14일 저녁 궁동 예술의 거리 민들레소극장에서 조촐한 발표회를 가졌다.
별 소리소문없이 마련된 공연이었지만 100 여명의 사람들이 찾아와 무대앞까지를 빼곡하게 채웠다. 80년대의 청년에서 이제는 30·40대로 접어든 이들이 오랜만에 노래속에서 하나되었다. 이날 찬조출연한 박치음(순천대 교수)씨의 말대로 "80년대가 아닌 21세기에도 여전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것"이 노래의 힘이고 또 범능의 힘임을 보여준 자리였다.
"오랜만입니다. 저는 가수이니(웃음) 말로 인사드리지 않고 노래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난 93년 출가이래 오랜만에 무대에 선 범능스님은 이날 '먼산' '딩동댕' '설산 매화' '푸른 학으로' '꽃등들어 님 오시면' 등 새 음반에 실린 노래들과 함께 출가이전 만들어 불렀던 노래 '섬진강'을 불렀다.
"그대에게 나는 지금 먼 산이요 꽃 피고 잎 피는 그런 산이 아니라
산국 피고 단풍 물든 그런 산이 아니라 그냥 먼 산이요 꽃이 피는지 단풍 지는지
당신은 잘 모르는 그냥 나는 그대를 향한 그리운 먼 산이요"(김용택의 시에 곡을 붙인 '먼 산')
"매화 매화 매화로다 하얀 설산 홀로 피는 에헤야
매화 매화로다
만남도 멀리 이별도 멀리 설렘도 멀리 아픔도
저 멀리..."(고규태의 시에 곡을 붙인 '설산 매화')
아무런 치장도 없이 비어있던 무대는 이내 노래로 부족함없이 가득 채워졌다. 우리 가락에 실린 그 노래들은 깊고 질박했다. 부질없는 것들 떨쳐버린 허허로움으로, 우리가 선 자리가 어디인가를 고요히 묻는 노래들이었다.
격정으로 사무치고 끓어오르기보다 그 격정 힘겹게 건너온 이의 세월이 스며있는 그 노래들은 바람처럼 강물처럼 듣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날 노래 발표회에는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 김정식씨와 최근 출반된 '미안해요 베트남'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박치음씨 등이 함께 했으며 고규태 시인은 즉석에서 '노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노래는 어디에 있는가.../노래는 거기 있지 않았는가/저 1980년 5월27일 최후의 새벽 그 다짐 그 침묵의 눈빛 속에 있지 않았는가/어미보다 먼저 떠난 자식의 눈빛속에 최후의 숨결속에 있지 않았던가/.../여기서 우리는 그 노래를 다시 부르거늘..."
이날 박치음씨가 부른 '혁명가' 역시 지난 시대 변혁을 향한 몸짓과 열정들이 '수많은 전설과 신화들, 무용담들'로서가 아니라 여전히 우리의 현실과 일상속에 숨쉬고 있어야 함을 일깨웠다.
<범능스님과의 이야기>
-너무 오랜만이다. 이제는 스님이 되어 노래는 안부를 줄 알았다. 다시 노래로 돌아온 이유 혹은 계기라도 있는가.
=음악은 늘 마음속에 있었다. 새삼스럽지 않다. 예불도 염불도 다 음악이다. 산사에 있다 해서 음악과 저멀리 떨어져 지낸 것 아니다. 틈나는 대로 노래를 만들었다.
-스님 범능의 노래는 예전의 정세현이 부르던 노래들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 뭐가 변화됐나.
=예전에는 기뻐하고 슬퍼하는 감정의 기복 따라 음이 많이 올라가고 내려가고 그랬다. 굴곡이 컸다. 그래서 사람 마음을 쉽게 움직였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음폭이 좁아졌다. 기뻐하고 슬퍼하는 것도 다 번뇌이고 망상일 뿐이다. 이제는 밖으로 내지르기보다 안으로 읊조리게 된다.
또 예전 노래가 대부분 사회현실의 모순을 직접적으로 다루었다면 이제는 좀더 근본적인 삶의 문제, 존재 자체에 대한 성찰을 안겨줄 수 있는 노래들을 부르고 싶다.
-거리에서 어깨겯고 함께 부르던 그 노래들이 가진 힘과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닐텐데...
=그 노래들은 그 노래들대로 의미가 있었다. 그래서 새 음반 '먼산'을 출반하면서 예전에 부르던 노래들도 '오월의 꽃'이란 제목으로 묶어 2장을 동시에 내놓았다.
1집에서 불렀던 노래들에 담긴 아픔과 문제들이 여전한 사회현실을 살고 있지 않은가. 새 노래들도 그런 현실에서 떠날 수야 있겠는가.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졌을 뿐. 물질과 미망에 사로잡힌 우리네 마음과 삶을 좀더 깊이 들여다보자는 것일뿐.
이 대목에서 스님의 오랜 지기인 고규태 시인은 "스님 됐다고 해서 세상으로부터 멀리 떠난 것 아니다. 새 노래들엔 출가 이전보다 더 깊어진,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스님으로서의 범능보다 노래꾼 정세현이 더 친근한데...
=받아들이고 싶은 대로 그저 자연스레 받아들여달라. 범능이어도 좋고 정세현이어도 좋다.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앞으로도 음악활동은 계속할 생각인가.
=공연은 잘 모르겠지만 노래만들고 음반내는 작업은 계속 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정성껏 소리공양 올리는 마음으로...
*범능스님은 화순 태생으로 89년 전남대 국악학과(피리 전공)를 졸업했으며 진도에서 인간문화재 조공례 선생께 민요를 사사했다. 87년에는 노래패 '친구'를, 90년에는 '우리소리 연구회'를 만들어 활동했으며 93년 출가한 뒤 전국 여러 사찰을 떠돌다 현재는 대전에 있는 한 포교원에서 지내고 있다.
새 음반 '먼 산'에는 김용택 고규태 도종환 한용운 등의 시에 곡을 붙인 '산사문답' '그대 어느 산그늘에' '딩동댕' '꽃을 바치나이다' '돌아가는 꽃' 등 11곡이 담겨 있다.
기사출력 2001-04-15 20:2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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