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며

"우리보고 죽으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참된 2008. 8. 3. 12:28

단식 중인 김소연 분회장
ⓒ 민중의소리
 
 

"우리보고 죽으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인터뷰]단식 50일째, 기륭분회 김소연 분회장

 

허환주 기자   kakiru1103@naver.com    민중의 소리
 
 
얼굴이 반토막이 났다. 투쟁 천일 문화제 때 삭발한 머리는 이제 겨우 자라 고슴도치 머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얀 소복을 입고 기륭 전자 사옥 옥상에서 50일째 단식 농성 중인 김소연 분회장은 오랜 시간 말하는 것이 버거웠다. 오랜 시간 곡기를 끊다보니 몸에 힘이 없어 사옥 아래로 내려가지도 못한단다.

그는 23일 교섭이 결렬된 것을 두고 "우리보고 죽으라는 것 밖에 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결국 자신들을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희생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단다. 그는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단식을 풀고 싶어도 풀 수 없다"며 앞으로도 단식 농성을 해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50일 동안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지내는가.

몸이 힘이 들어가지 못해 천막 안에서 누워만 있다. 힘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단식을 그만둘 수 없다.

- 얼마 전 교섭이 결렬됐다. 아쉬움도 크리라 생각한다.

왜 아니겠나. 노조가 접근안을 가져갔지만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1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정규직화 한다는 것을 두고 원칙을 저버린 거 아니냐는 주위의 비판도 있었지만 이를 감내하고 접근안을 냈던 것이다. 하지만 사측은 노사간 합의한 안을 손바닥 뒤집듯이 엎어버렸다. 결국 우리보고 죽으라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납득이 안된다.

- 다른 장투사업장에서도 기륭 전자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싸워왔고, 그래도 가장 근접한 안까지 나왔기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단식이 장기화되면서 이렇게 까지 했는데 해결되지 않는다면 비정규직 장투사업장의 희망은 없는 것 아니냐는 무거운 분위기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 싸움은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교섭 관련 한나라당과 노동부에서 중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솔직히 이들이 교섭을 위해 중재를 했지만 별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되레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 한나라당의 경우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모르는 듯하다. 이들이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만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타깝다.

- 앞으로 단식은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

당연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할 것이다. 지금 그만둘 수는 없다. 회사는 우리의 단식을 두고 지치면 그만두겠지 하고 생각한다. 회사가 어려운 것도 아니지만 이들은 우리를 정규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극도로 꺼려하고 있다.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단식을 그만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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