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희님

라이브가수 이라희 "저에게 노래는 삶이 아니라 숨"(2016.6.16)

참된 2018. 1. 6. 14:50
[SNS핫스타] 라이브가수 이라희 "저에게 노래는 삶이 아니라 숨"
    • 입력2016-06-16 07:00
    • 수정2016-06-16 12:51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여기 노래를 직업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라이브가수가 있습니다. 바로 이라희 씨입니다. 20여 년 간 라이브 가수로 활동하면서 수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이라희 씨, 지금은 1만 명에 가까운 회원을 보유한 팬카페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곧 자신이 부른 곡이 수록된 앨범도 발매할 예정입니다. 



인터뷰 당일에도 군산에 거주하는 팬이 멋진 사진을 찍어준다며 찾아올 정도로 팬들과 두터운 신뢰를 쌓고 있는 이라희 씨를 지난 9일 경기도 광주의 한 카페에서 만나 가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라이브가수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세 살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어요. 아버지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통기타 등 여러 악기연주를 제가 어렸을 때부터 들려주셨거든요. 저희 어머니도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반해서 결혼을 하셨다고 하고요. 음악은 저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무명생활이 길다보니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스무 살에 너무 가수가 하고 싶어서 무작정 노래를 시작했어요. 돈이 없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렵게 지냈어요. 몇 일간 온전한 밥 한끼 먹지 못하고 굶은 적도 있었고요. 그러다가 강도도 당했어요. 공황장애가 왔지만 당시에는 공황장애라는 병명 자체가 흔하지 않았을 때라 병원에서 수면제만 처방받았어요. 그렇게 몇 년간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런 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결국 '음악'이었어요. 음악을 너무나 사랑했고 음악을 하고 싶다는 한 가지 생각으로 모든 걸 극복 할 수 있었어요. 제가 지금은 약을 먹지 않지만 예전에 약을 복용할 때 한 번 부작용이 있었어요. 그런데 하필 그 때가 예정된 공연 스케줄을 하러가던 길이었어요. 공연장으로 가면서도 구토를 심하게 했고, 심지어 공연 직전까지도 구토를 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무대에 딱 오르는 순간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목소리도 잘 나왔고요. 정말 음악이 제 삶이라는 것을 느꼈죠. 음악은 저에게 '삶'이 아니라 '숨'이에요.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이 느껴지네요. 이라희 씨 공연영상을 보면 7080부터 팝, 최신가요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부르시던데요 


저는 음악 듣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특히 요즘엔 힙합을 좋아해서 차를 타고 가면서도 창문을 열고 힙합음악을 크게 틀어 듣기도 해요. 요즘 가수들 중에는 마마무의 노래를 즐겨 들어요. 이런 점들이 제가 공연장에서 다양한 장르의 곡을 부를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공연 도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한 달 전 부터 잡혀 있던 공연 스케줄이 있었어요. 4일 밤을 꼬박 새고 갔는데 쉽지가 않았어요. 안할까도 생각했지만 아버지가 마지막 가시는 길에 내 노래를 목청껏 불러서 '내 딸 멋지다'라고 생각하면서 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40분 동안 공연을 했어요. 돈에 눈이 멀어 아버지 돌아가신 날에도 아무렇지 않게 노래를 부른다고 오해할까봐 앙코르곡을 하기 전에 관객들에게 사실을 얘기했어요. 앙코르곡으로 아버지를 위해 '천상재회'를 불렀어요. 저도 그렇고 관객들도 모두 눈물바다가 됐죠. 


-팬카페 '라일락'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라일락'은 꽃 이름이지만 사실 저와 팬만 아는 숨겨진 의미가 있어요. '라희와 매일매일 기쁨을 나누는 곳'이라는 뜻이에요. 라이브 카페 공연을 하면서 저와 일부 관객들만 제 노래를 듣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그 때부터 제 공연을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조회수가 한 명으로 시작했던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늘더니 백 명, 삼백 명, 몇천 명으로 늘어났어요. 그렇게 온라인 상에서 유명해지면서 '라일락'이라는 팬클럽도 생겨났어요. 


-기억에 남는 팬이 있으신가요 


불과 1년 전에, 제 20년 가수 생활을 하며 번 수입으로 연 '라일락 카페'가 실패하면서 가수 생활에 큰 위기가 왔어요. 그 땐 정말 모든 사람들에게 "저 라이브 안 할 겁니다"라고 말하고 숨어버렸어요. 그 때 제 오랜 팬들이 찾아와서 많은 이야기를 해줬어요. 하지만 그 땐 힘내라는 말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어요. 지금껏 온 힘을 다해 노래를 해왔는데 결국 결과가 이렇게 됐기 때문이죠. 그 때 한 팬이 어느 부자의 얘기를 해줬어요. 부자였던 사람이 한 순간에 빈털터리가 돼서 먹고 살기 위해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는 말이었어요. 그 말을 듣고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난 그 정도까지 했었나'라는 생각을 하며 제 자신을 되돌아 봤죠. 팬의 그 한마디가 저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들었어요. 


-팬들과 유대가 정말 끈끈하신 것 같아요 


팬들이 저에게 문자를 보내준 게 있어요. '하이라희트'였는데 참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저에게 큰 힘이 되는 문자였죠. 팬들은 저에게 있어 정말 의미있고 큰 존재예요.



-노래를 업으로 삼고 계신데, 혹시 노래방은 자주 가시나요


노래방은 3년에 한 번 씩 가요. 늘 목을 써야하는 직업이고 늘 노래를 하니까 평소에 가고 싶단 생각이 별로 안 들어요. 어쩌다 가게 되면 주로 뒤에서 박수만 치고 있어요(웃음). 3년에 한 번이지만 그래도 노래방을 가면 난리가 나요. 친한 친구들끼리 가면 탬버린 들고 라이브에서는 절대 하지 않는 노래들을 부르며 진짜 재밌게 놀아요(웃음). 그런데 왜 이 질문을 하셨어요?


-이라희 씨의 애창곡이 궁금해서요 


좋아하는 곡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전 신청곡도 '제일 좋아하는 노래 불러주세요'라고 주는 사람들이 제일 싫어요(웃음). '걱정말아요 그대'를 정말 좋아해요. 이 노래는 부르기 전에 관객들에게 "저 혼자 부르게 두지 마시고 여러분들도 힘들었던 점을 목청껏 부르며 내려놓으세요"라고 말하고 불러요. 저도 노래를 하면서 저 자신을 위로해 주는 노래예요. 


-본인이 사랑하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계신데, 혹시 자신의 꿈을 위해 힘든 길을 헤쳐나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생각을 담아두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스무 살 때 그저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노래를 시작했어요. 그게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죠. 만약 제가 지금 나이였다면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을 거예요. 청년분들은, 아직 젊기 때문에 생각만 담아두지 말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작은 목표부터 실천해 나가면 어느새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앞으로 가수로서 목표가 궁금합니다


유명해질수록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고 싶어요. 20년동안 갈고닦은 실력으로 신청곡도 받고 노래를 부르면서 모르는 사람들하고 손뼉도 치며 소통하는, 돈에 구애받지 않는 공연을 하고 싶어요. 어려서부터 중식당 아르바이트 등 안해본 게 없어요. 제가 힘들게 돈을 벌어봤기 때문에 지금도 자신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어렵게 일하고 계신 분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요. 음향만 갖춰진다면 이분들을 위해 퇴근길에 노래를 불러드리고 싶어요. 생각만 해도 설레요. 그런 저의 꿈들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겠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얼마 전에 진리 같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좋은 그림은 사람들에게 들린대요. 또 좋은 음악은 보인대요. 좋은 음악을 부르고 있으면 머릿속에 이미 파노라마처럼 그 풍경이 보인다고 해요. 저는 들리는 음악 뿐 아니라 보이는 음악을 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돈 많은 연예인이 아닌 관객들과 소통하는 '노래쟁이'가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이라희 씨가 좋아하는 곡인 이소라의 '제발' 무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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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청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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