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전자 노동자들, ‘체불임금 지급 청구’ 항소심에서도 이겨
고법, 1심에서 5%로 인정한 연체이율 6%로 상향
오민애 기자 alsdo@vop.co.kr 최종업데이트 2015-05-29 18:35:55 이 기사는 현재 1건 공유됐습니다. 민중의 소리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노동자들이 2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륭전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복귀를 선포하고 있다.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1895일간 투쟁해왔던 기륭전자분회는 2010년 11월 1일 노사합의에서 노동자들의 복귀를 합의했지만 사측의 요청으로 2년 6개월이 지난 2013년 5월 2일에서야 현장에 복귀하게 되었다.ⓒ양지웅 기자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기륭전자(현 렉스엘이앤지)를 상대로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항소심 법원도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부장판사 김형두)는 29일 기륭전자가 노동자들에게 밀린 임금을 지급해야한다는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나아가 1심법원은 연체이율을 민법에 따라 5%로 인정했지만 항소심 법원은 상법에 따라 6%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기륭전자는 판결이 선고된 날까지는 연6%의 이율에 따라, 그 다음날부터 다 지급하는 날까지는 연20%의 이율에 따라 연체금을 지급해야한다. 회사가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는 상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민법이 아니라 상법이 정한 6%의 이율을 적용해야한다는 노동자들의 주장이 항소심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이다.
기륭전자의 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면서 2005년부터 1895일간 농성을 벌인 끝에 2010년 11월 회사와 정규직 고용을 합의해 2013년 5월 복직했다. 그러나 기륭전자는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일을 주지 않다가 같은 해 12월 아무런 예고없이 행방을 감췄다. 유흥희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분회장 등 10명은 기륭전자를 상대로 2013년 12월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됐음에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10월 1심법원은 “2010년 합의에 따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므로 피고(기륭전자)는 원고들(기륭전자 노동자들)에게 각각 1693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어 “원고들이 2013년 5월부터 출근했지만 사측은 아무런 업무지시를 내지 않고 12월 말경 사무실을 이전한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보면서 “원고들이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 회사의 귀책사유이므로 회사는 2013년 5월부터 밀린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륭전자는 합의서를 작성한 당사자가 기륭전자분회 노동자들이 아닌 금속노조이고 별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며 실제 근로를 제공하지도 않았다면서 임금지급을 거부해왔다. 그러나 1심법원은 기륭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노동자들이 일을 할 수 없었던 이유를 실질적으로 판단해 노동자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
기륭전자 노동자들, 정규직 인정·임금지급 2심도 승소
등록 :2015-05-30 00:29 한겨레
지난해 12월26일 오전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포함한 ‘오체투지 행진단’의 10여명이 비정규직법 전면 폐기를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다 경찰의 다리 사이에 끼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서울고법 “2010년 합의 따라 근로계약 관계 맞다”
노조 “사쪽 야반도주 불구 우리 투쟁 정당성 확인”
1895일간의 투쟁 끝에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얻어냈으나 회사의 ‘도망 이사’로 갈 곳을 잃은 기륭전자(현 렉스엘이엔지) 노동자 10명이 ‘진짜’ 기륭전자 정규직이므로 밀린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재확인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부는 29일 전국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10명이 기륭전자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이들이 2010년 합의에 따라 기륭전자 노동자로 볼 수 있다며 회사에 밀린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해 10월3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창근)도 “회사가 원고들에게 1년1개월치에 해당하는 1693만원씩 밀린 임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법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기륭전자 노동자들 손을 들어준 것이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2005년 7월 노조를 결성했고, 1895일간의 장기 투쟁 끝에 2010년 11월 정규직 고용을 핵심으로 하는 노사 합의를 끌어냈다. 그러나 합의에 따라 2013년 5월 복직하고도 회사는 근로계약을 맺거나 특별한 일을 주지 않았다. 회사는 그해 12월30일 이들 몰래 ‘도망 이사’를 간 뒤 지금까지 노조 쪽과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회사는 2010년 합의를 노동자들과 직접 맺은 게 아니고, 실제로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2010년 합의를 인정하고 “약정의 효력 발생시기인 2013년 5월1일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판결은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이 기륭전자 소속 노동자임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이에 대한 회사 쪽의 책임을 분명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흥희 분회장은 “기륭전자는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고 야반도주한 뒤 업무상 배임과 먹튀 행각으로 회사를 거덜냈다”며 “사회적 합의와 그에 따른 고용·임금의 정당성을 재차 인정한 법원 판결은 불법파견 정규직화 10년 투쟁의 정당성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