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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민중가요 사이트 피엘송닷컴 운영자 단풍씨 “여전히 민중가요가 필요한 시대”

참된 2015. 12. 2. 06:01

피엘송닷컴  http://plsong.com/xe/music

 

2015.05.12주간경향 1125호

[주목! 이 사람]민중가요 사이트 피엘송닷컴 운영자 단풍씨 “여전히 민중가요가 필요한 시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집회 현장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대표적인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도입부다. 피엘송닷컴(plsong.com)의 운영자 단풍씨(닉네임·39)는 민중가요(이하 민가)를 좋아하던 운동권 학생이었지만 집회 현장이 아닌 곳에서는 민가를 듣기가 어려웠다. 선배들의 구전으로 노래가 전수되거나 대학가 인근 사회과학서점에서 유통되는 테이프를 사서 듣는 것이 전부였다. 단풍씨는 좀 더 쉽게 민가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만든 게 민가 공유 사이트 피엘송닷컴이었다. 피엘송닷컴은 1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민가를 유통하는 대표적인 통로로 남아 있다.

피엘송닷컴 운영자 단풍씨.

 

“1990년대만 해도 민중가요를 구하는 게 참 어려웠어요. 그래서 제가 가진 노래도 올리고 다른 사람 것도 공유하자는 생각에서 2001년 봄에 사이트를 만들었죠.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매달 30만원 넘게 서버비가 나왔고, 결국 2학기 등록금으로 서버비를 충당하고 학교는 못 다니게 됐어요.”

피엘송닷컴의 ‘plsong’은 노동해방가요(proletariat liberation song)의 약자다. 5월 1일 현재까지 4300여 곡이 올라와 있다. ‘꽃다지’ 등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가수들의 비합법 시절 노래부터 전국 각지의 개인들이 부른 음원도 모두 들을 수 있다.

피엘송닷컴 역시 사회운동의 부침에 따라 성장과 추락을 거듭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정국이나 2008년 촛불집회 때에는 사이트 방문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4년에는 동시접속자가 3000명을 넘어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일 접속자가 500명 내외라고 한다.

단풍씨는 민가는 내용이나 형식보다도 창작자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재벌가 후손으로 태어나 온갖 혜택을 다 누리던 사람이 갑자기 투쟁하자는 노래를 만들었다고 해서 민가일까요. 오랫동안 민중을 위한 노래를 했던 사람이 개인적인 노래를 만들었다고 해서 민가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수천명의 관객이 오는 자리보다 사람은 적어도 민중이 고통받는 현장에서 노래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풍씨는 여전히 많은 가수들이 민가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3월 발매된 이썬 2집의 ‘미라클’을 추천하기도 했다. ‘그대 오늘 힘겨웠나요. 아무도 그대 마음 위로해주지 않을 때 주위를 둘러봐요~’라는 메시지가 담긴 노래다. 사회운동이 힘든 시대일수록 서로를 격려해주는 음악이 필요하다는 게 단풍씨의 생각이다.

 

현재 안경점을 운영하는 단풍씨는 손님이 없는 시간에 중간중간 운영을 계속해오고 있다. 돈과 시간이 빠듯하지만 피엘송닷컴을 통한 민가 보급만큼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스마트폰 앱도 거의 개발이 끝난 상태이고, 사이트도 민가 창작자와 수용자를 연결시키는 일종의 포털사이트로 재편할 예정이다.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고들 합니다. 민가를 찾는 사람도 줄어들었죠. 하지만 여전히 민가가 필요한 시대예요. 아직 많은 사람들이 민중 안에서 숨 쉬는 음악을 만들고 있고, 민가가 필요한 현장이 많아요.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좀 더 가깝게 연결해줄 수 있을까가 요새 제 고민이죠.”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