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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편히 쉬시길"…日 대사관 앞 분신 故 최현열씨 민주사회장

참된 2015. 9. 3. 08:23

"천국에서 편히 쉬시길"…日 대사관 앞 분신 故 최현열씨 민주사회장

(광주=뉴스1) 신채린 기자 | 2015-08-21 19:44:31 송고

 

 

21일 오후 고(故) 최헌열씨의 빈소가 차려진 광주 서구 천지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고(故) 최헌열씨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중 일본 정부를 규탄하며 분신해 21일 오전 6시4분께 사망했다. 2015.8.21/뉴스1 © News1

지난 12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분신했던 최현열(80)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9일 만에 자신의 고향인 광주로 돌아왔다.

정기 수요시위 도중 일본 정부를 규탄하며 분신해 숨진 최씨의 빈소가 21일 오후 광주 서구 천지장례식장 특실 201호에 마련됐다.

빈소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장병완 국회의원, 정의당 강은미 광주시당 위원장, 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 시민단체 등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인의 영정사진을 쳐다보던 유족들은 흐느끼며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최씨의 아들 규윤씨는 "아버지께서 평소에 이런 활동을 하시는지 전혀 몰랐는데 병원에서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며 "아버지가  생전 바라던 뜻은 알겠지만, 아직은 겨를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 지 잘모르겠다"고 무거운 심정을 드러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21일 오후 고(故) 최헌열씨의 빈소가 차려진 광주 서구 천지장례식장을 찾아 상주와 악수를 하고 있다. 최헌열씨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중 일본 정부를 규탄하며 분신해 21일 오전 6시4분께 사망했다. 2015.8.21/뉴스1 © News1


빈소를 찾은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원한을 못 풀어드리고 가게 해서 죄송하다. 천국에 가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며  "천국에서도 미쓰비시를 상대로 하는 우리가 이길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과 후손들을 위해 희생하고 가셔서 죄송스런 마음이다"며 "재판 때마다 늘 찾아와 힘내라고  말해주셨는데, 차 한 잔 제대로 대접하지 못한 것이…"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최씨는 지난 12일 낮 12시50분께 서울 종로구에 있는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 도중 최씨는 인근 화단에서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이로 인해 최씨는 얼굴, 가슴 등 몸 전체 56%에 화상을 입는 등 상태가 위독해 치료를 받다가 9일 만인 이날 오전 결국 숨졌다.

분신 당시 최씨는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자필 문서를 지참하고 있었고,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  '일본대사관 앞 분신 독립후손가 후손 최현열선생 시민사회 공동대책 준비모임'은 지난 14일 이를 공개했다.

최씨는 2013년 5월부터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관련한 집회나 재판 등에 참석하고 후원하는 등 꾸준히 활동했다.

최씨의 부친 최병수(작고)씨는 1932년 6월 조선 독립 쟁취를 목적으로 한 '영암 영보 농민 독립만세 시위 사건' 에 참여해 치안유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1년 형을 선고 받은 독립운동가 였지만, 해방 이후 좌익운동과 관련된 부분 때문에 독립유공자로 추서되지는 못했다고 시민 모임 관계자는 설명했다.

최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독립 유공자로 인정받지는 못하는 부분에 대해 평소 안타까운 마음을 주변에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대사관 앞 분신 독립후손가 후손 최현열 선생 시민사회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최씨의 장례를 3일간 민주시민사회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영결식은 오는 23일 장례식장에서 열릴 예정이며, 이후 광주시청 평화의 소녀상 앞 에서 노제를 치른 뒤 5·18구묘역 민족민주열사묘지에 안치된다.

21일 오후 고(故) 최현열씨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 서구 매월동 천지장례식장을 찾은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고(故) 최헌열씨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중 일본 정부를 규탄하며 분신해 21일 오전 6시4분께 사망했다. 2015.8.21/뉴스1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