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천금님

천사(?) 같은 아내를 찾는 남자 [인터뷰] 20여년만에 앨범 낸 가수 윤천금씨(2006.3.14)

참된 2015. 4. 19. 21:36

천사(?) 같은 아내를 찾는 남자

[인터뷰] 20여년만에 앨범 낸 가수 윤천금씨

 

 

06.03.14 09:15l최종 업데이트 06.03.14 09:41l
이동환(ingulspapa)     오마이뉴스

 

 

'천사 같은 아내'를 배경음악으로 넣었습니다. 스피커를 켜면 음악이 나옵니다. [편집자말]


ⓒ Star & Star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진정한 친구를 발견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자기 아내가 친구임을 발견한 사람이다(Schubert, 1793~1828).

장가도 한 번 못 가보고 요절한 슈베르트는 친구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위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허구한 날 지지고 볶는 친구 부부들의 삶이 그에게는 딱하게 보였나 보다. 곱씹을수록 맛깔스러운 경구다.

하기야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데 평생 다투며 살 바에야 혼자 사는 게 낫다. 그러나 나이 들수록 사람은 자신 곁에 누군가 항상 있어주기를 바란다. 그 누군가가 단 한 사람, 진정한 친구로서 아내라면 인생은 훨씬 행복할 터.

‘천사 같은 아내’를 노래하며 혼자 사는 남자

오늘 나는 당신의 잠든 모습 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줄 예전엔 몰랐어요.
처음에는 티격태격 다툼도 많았지만
나의 팔을 베고 잠이 든 당신, 꿈속의 천사 같은 당신.
나는, 나는, 나는 행복합니다. 잠든 아내 바라보면서.


현재 가수 윤천금은...

▲ 윤천금(55)씨
ⓒ이동환
라이브카페 WILL 대표.
한국 연예협회 가수 분과 위원.
원음방송 열린 FM ‘윤천금의 연예가 산책’ MC.
강원 TBN 매주 토, 일요일 ‘윤천금의 음악여행’ MC.
KBS 제 3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 윤천금의 노래교실 진행.
SBS 러브 FM ‘트로트 하이웨이’ 윤천금의 노래와 인생 코너.
강릉 MBC ‘임전배의 라디오세상’ 윤천금의 금요노래방 진행.
KBS 제 2라디오 ‘언제나 청춘’ 통신원.
강릉시 여성회관 노래교실 강사.
나는 가요를 즐겨 듣거나 부르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가끔 인터넷에서 성인가요차트를 살펴보는데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가수 윤천금씨의 ‘천사 같은 아내’라는 노래가 눈에 들어왔다. 1, 2절 가사가 같은, 디스코 풍의 맑고 힘이 넘치는 노래에서 배호의 향기가 풍기기도 하고 아무튼, 이른바 간질거릴 정도의 ‘꺾기’가 그 맛을 결정하는 기존 트로트가요와는 창법과 틀이 무척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궁금해졌고 <오마이뉴스> '사는이야기' 독자들께 소개하고픈 욕심이 생겨났다. 지난 주 화요일(7일), 광화문 언저리에서 가수 윤천금씨를 만나봤다.

가수 윤천금씨는 언론통폐합이 있기 직전(1980년). 당시 TBC(동양방송) 신인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러나 방송국이 없어지면서 하릴없는 낮달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는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다. 여기저기 발품 팔아 노래할 곳을 찾아냈고 1981년에는 지구레코드 전속가수로 독집앨범을 발표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딸 하나를 낳은 뒤 뜻밖에 찾아온 이혼.

윤천금 : “방황이 심했지요. 일본과 필리핀을 돌아다니며 노래도 하면서…, 하지만 결국 돌아오게 되더군요. 어머니와 함께 딸을 키우면서 강릉 경포대에 라이브카페를 하나 차렸습니다. 그때만 해도 재혼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요.”

그는 경포대 해변에 ‘윌(WILL)’이라는 카페를 차리고 피아노 앞에 앉아 노래를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19년 동안 살아왔다. 이제 숙녀가 된 딸은 현재 일본에서 공부 중이다. 강릉과 서울을 오가며 방송 통신원과 노래강사로 활약하던 그는 KBS 3라디오 ‘출발! 멋진 인생’에서 ‘윤천금노래교실’을 진행하며 다양한 방송활동을 하게 되었다.

딸도 다 컸고, 먹고 사는 일도 지장 없고, 강릉지킴이로 꽤 유명해진 그가 20여 년만에 앨범을 발표하겠다고 나선 일은 모험이었다. 자기만의 색깔이 농후한 성인가요를 불러보고 싶어서였단다. 대형가수로서의 꿈을 접어야 했던 젊은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도 있었을 터. 어쨌거나 ‘천사 같은 아내’는 입소문을 타고 순항 중이다.

윤천금 : “자유롭고 싶어서 노래합니다. 왜 결혼 안 하냐고요? 딸 키우랴, 카페 운영하랴, 방송 활동하랴, 지난 세월 정신없어서였지요. 솔직히 말하면 이제라도 착한 여자와 함께 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인연이 안 닿네요(웃음).”

강릉이 제 2의 고향이 된 남자

▲ 경포호수의 명물이 된 '사공의 노래비'. 윤천금씨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
ⓒ cafe WILL
강릉에 대한 윤천금씨의 사랑은 대단하다. 강릉경포대를 주제로 지어진 홍난파의 가곡 ‘사공의 노래’ 비를 주관해 세운 이가 바로 그다. 사공의 노래비는 이후 강릉경포호수의 또 하나 명소가 됐다.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강릉 KBS PD 진재중씨와 함께 작사자인 함호영 선생의 유족들과 연락해 어렵게 세운 노래비다(2001년).

윤천금 : “강릉이 제 2의 고향 맞습니다. 젊어 방황하던 시절에 저를 품어준 강릉을 위해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사공의 노래비를 세울 생각을 했지요. 저 혼자 한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볼 때마다 참 뿌듯합니다.”

▲ 바닷가에서 노래할 때면 모든 시름을 잊는다는 윤천금씨.
ⓒ cafe WILL
50대에 대개 그렇듯 그 역시 질곡의 세월을 뒤로 하고 이제 여유 있는 인생의 참맛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공개구혼이라도 해보지 않겠냐고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그저 씩 웃는다.

윤천금 :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도 어차피 남의 아내가 되어 떠나갈 테고…, 외로움 느낄 때가 더러 있지요. 제가 천사 같은 아내라는 노래를 부르니까 오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문득 내려다본 아내가 천사처럼 보인다는 뜻이지 아내가 천사 같아야 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 윤천금씨가 20여 년 동안 운영해온 카페 WILL. 강릉을 제 2의 고향이 되게끔 해준 터전.
ⓒ cafe WILL
카페 운영하랴, 일주일 내내 빡빡한 방송일정 소화하랴, 노래 부르랴…, 그는 지천명을 넘긴 나이임에도 청년이 분명하다. 그렇게 바빠서야 카페 운영을 제대로 못할 듯도 싶지만 그건 괜한 걱정이다. 이미 20여 년 명성을 쌓아온 카페 윌은 주말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다. 매월 15일에는 소주를 무료로 제공하고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손님들과 함께 어울려 작은 잔치를 연다. ‘젓가락장단’, ‘노래자랑’ 같은 코너를 직접 진행한다.

욕심 없는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을 꿈꾼다는 윤천금씨. 아름다운 사회란 사람들이 이기적인 욕심을 조금씩 줄여나갈 때 가능하지 않겠냐고, 강릉에 올 일 있을 때 카페에 꼭 들러달라며 맑게 웃는다. 낼모레 육십 바라보면서 낸 그의 앨범. 대박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사랑 받는 노래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 적어본다.

 

덧붙이는 글 | 윤천금씨의 라이브카페 바로가기 클릭 ☞ 카페 WILL

 

 

얼굴이 커서 '얼큰샘'으로 통하는 이동환은 논술강사로, 현재 안양시 평촌 <씨알논술학당> 대표강사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