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권지언 기자] 이라크 서북부 지역을 장악한 급진 수니파들이 세력을 빠르게 키우면서 이라크는 물론 시리아와 이란 등 주변 국가로의 전선 확대 가능성이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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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송유미 기자] |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이라크 시아파 정부에 대한 수니파들의 불만이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에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시리아는 물론 이라크 장악 지역 확산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ISIL은 앞서 10일 북부 니네바주(州) 주도 모술에서 정부군과의 교전 끝에 정부군을 몰아내고 정부청사와 군 차량을 접수해 현지 주민 약 50만명이 도시를 탈출한 상황이다.
플래쉬포인트 파트너스 선임 파트너 에바 콜만은 "이라크 분리 움직임이 이라크는 물론 주변 지역까지 테러 공격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ISIL의 장악 지역이 넓어질수록 지지 세력을 모집하고 훈련시키는 능력도 커져 이라크 뿐만 아니라 이웃국에서의 공격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라크 북동부 지역에서는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 이라크에서 분리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라크가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 지배 지역으로 분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나아가 시아파 이슬람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이 군사 개입을 예고해 중동전쟁 확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라크 내전, 이란까지 개입…시아파·수니파 대결 중동전역으로
백악관 "개입하더라도 지상군은 제외" 공화당은 "지금 낮잠자는 거냐" 추궁 군사력 자제 오바마 新개입주의 시험대 |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4.06.13 15:37:05 | 최종수정 2014.06.13 15:41:15
지난달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에서 "미국은 앞으로도 국제사회를 이끌어 가겠지만 군사력 사용은 자제하겠다"는 신(新)개입주의 외교정책을 발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모술을 비롯한 이라크 북부 주요 도시를 장악한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라크ㆍ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압박할 지경에 이르자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국가안보 이익이 위협받을 경우 군사 행동을 할 준비도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가 이라크에서 세력을 확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안보팀이 즉각적인 군사 행동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라며 "이라크는 명백히 위급 상황이며 이라크 정부는 추가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DC 외교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직접적 군사 개입보다는 이라크 정부군에 무기와 정보를 지원하는 간접적 군사 지원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야당인 공화당뿐만 아니라 상당수 전문가도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실정`을 거칠게 공격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의 보수적 칼럼니스트인 제니퍼 루빈은 "오바마는 낮잠 자는 게 아니라 항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오하이오)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 낮잠 자는 거냐"고 추궁한 것을 빗댄 것이다.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이라크 내전에 시리아와 터키 등 인근 국가도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터키는 모술 주재 총영사 등 자국민 80명이 ISIL에 납치됐다. ISIL의 득세로 터키 정부와 쿠르드족 간 갈등도 악화될 가능성이 나타났다. 또 ISIL이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서부에 놓인 국경을 허물 정도로 세를 불림에 따라 시리아 내전 양상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시리아 반군은 수니파가 주축이며, 이들은 시아파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내쫓으려 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가 내전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무장단체는 손쉽게 시리아-이라크 국경을 넘을 수 있게 됐다. 시아파 맹주를 자처하는 이란은 같은 시아파가 정권을 잡고 있는 이집트를 돕기 위해 자국 엘리트 부대를 파병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정예부대 쿠드스(Quds)의 2개 대대가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해 ISIL이 장악했던 티크리트 지역의 85%를 되찾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티크리트 지역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고향으로 지난 11일 ISIL이 장악했었다.
폭스뉴스도 쿠드스 소속 대원 약 150명이 이라크에 파견됐으며 쿠드스 사령관 카셈 술라이마니가 12일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만나 바그다드 방어를 위해 1만명 규모 2개 여단 지원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무장세력과 이라크 정부 간 포괄적인 긴급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안보리는 2시간 동안의 비공개 회의를 통해 쿠르드족의 키르쿠크 점령, 미군의 이라크 공습 지원 방안 고려 등의 이슈에 대해 의논했다.
현재 안보리 의장국인 러시아는 회의 끝에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테러와 싸우는 이라크 정부와 국민에 대한 지지를 결정했으며 광범위한 대화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번 사건은 이라크에 있는 다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정치세력이 한데 모여서 대화하는 신선한 출발점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번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강화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사태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이날 국제 유가는 큰 폭으로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2.13달러(2.0%) 높은 배럴당 106.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작년 9월 1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ISIL의 통제력이 아직은 석유 생산을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금값은 이라크 정정 불안으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며 나흘째 상승세를 유지했다. 8월물 금은 전 거래일보다 12.80달러(1.0%) 올라 온스당 127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워싱턴 = 이진우 특파원 / 서울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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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내전 일으킨 ‘알카에다 3세대’ ISIS 누구?
기사입력 2014-06-13 11:10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이라크 내전 사태를 촉발하며, 중동 전역을 종파 분쟁으로 몰아넣고 있는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ㆍ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는 ‘알카에다 3세대’로 불린다.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만든 ‘일신교와 성전’을 전신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 2004년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을 계기로 알카에다 하부조직이 됐다.
그러나 지나친 과격성과 잇딴 잔혹한 공격으로 지난 2월 알카에다에서 퇴출됐다.
ISIS는 이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초승달’ 지역에 걸쳐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06년 ‘이라크 이슬람국가’(ISI)라는 새 이름을 붙였고, 후에 ‘시리아’를 합쳐 ‘이라크ㆍ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로 재탄생했다.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등 ‘레반트’ 지역을 넘보고 있어 ‘이라크ㆍ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ISIS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토대로 점령지를 지배하고 있다.
ISIS 통치지역에선 학교 내 남성ㆍ여성 분반이 시행되고 있다. 여성은 반드시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덮는 베일 ‘니카브’를 착용해야 한다. 음악은 금지되고, 라마단 기간 내 금식도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
ISIS는 이라크 내 반(反) 시아파 정서를 토대로 급성장했다.
시아파 정부가 수니파 고위 정치인들을 잇달아 체포하고 수니파를 탄압하면서, 시아파에 환멸을 느낀 수니파 젊은이들이 ISIS에 대거 합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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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국 시사주간 타임지 표지에 실린 ISIS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 [자료=타임] |
이들은 은행이나 금은방 등을 털어 테러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ISIS가 장악한 시리아의 일부 원유 생산지역도 자금의 출처다. 이렇게 돈을 번 ISIS는 고위 정치인 암살, 테러 공격, 자살 테러 등 각종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
또 ISIS의 성장은 사실상 미국이 방조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011년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한 뒤 급격히 세력을 불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이었던 제프리 뷰캐넌 소장은 2년 전 “알카에다 세력을 소탕하지 못하면, 그들은 회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12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ISIS를 이끌고 있는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43)가 이라크 남부 미군 수용소인 부카 캠프에서 4년 간 복역한 뒤 2009년 출소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바그다디는 지난 2010년 지도자 자리에 오른 뒤, 과격 테러를 모의ㆍ지시하고 있다.
한편, 이라크 서북부 지역을 손에 넣은 ISIS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향해 거침없이 진격하고 있다.
ISIS는 12일(현지시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진 둘루이야 마을까지 진격하고 인근 무아타삼 지역도 장악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ISIS는 10일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점령한 데 이어, 11일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까지 손에 넣은 상황이다.
이제 ISIS는 수도 바그다드에 칼을 겨누고 있다.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 ISIS 대변인은 웹사이트에 올린 육성 메시지를 통해 “‘칼리프’가 다스리는 바그다드로 가자. 우리는 풀어야 할 원한이 있다”면서 바그다드 남쪽에 위치한 카르발라와 나자프까지 진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날 바그다드에서 불과 20㎞ 떨어진 아부그라이브에선 ISIS와 정부군 간 교전이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북부 소수민족 쿠르드도 이 기회를 틈타 이라크에서 분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전이 격화되면서 이라크가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이 각각 지배하는 3개국으로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이라크 내전위기 뿌리는 1천400년된 수니-시아 갈등>
- 이라크 반군, 티크리트까지 진격
- (AP=연합뉴스) 이라크 반군이 11일(현지시간) 사담 후세인의 고향인 살라아딘주 티크리트 인근의 정부군 기지를 점령한 후 탱크 위에서 총을 하늘로 향하고 있다. 이 사진은 반군측이 제공한 비디오 영상에서 캡처한 것이다. marshal@yna.co.kr In this still image from video taken by militants on Wednesday, June 11, 2014, which has been authenticated based on its contents and other AP reporting, a militant standing on top of a tank holds a gun aloft at a military compound abandoned by the Iraqi military near Tikrit in Salah al-Din province, Iraq. The al-Qaida-inspired group that led this week's charge in capturing two key Sunni-dominated cities in Iraq vowed Thursday to march on to Baghdad, raising fears about the Shiite-led government's ability to slow the assault following lightning gains. (AP Photo/Militant video)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이슬람 양대 종파인 시아파와 수니파간의 뿌리깊은 종파 간 갈등이 이라크를 내전 직전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두 종파의 갈등은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632년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사망한 이후 누가 그의 자리를 승계할 것인가를 두고 시작됐다.
수니파는 아부 바크르, 우마르, 우스만, 알리 등 회의를 통해 선출된 4명의 칼리프를 합법적 후계자로 인정한 반면,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사촌이자 사위인 알리만을 유일한 후계자로 인정했다.
이후 제4대 칼리프인 알리가 661년 암살되고서 우마이야 왕조가 들어섰지만, 680년 알리의 차남 후세인마저 반란을 일으키다 참혹하게 살해당하면서 수니파에 대한 시아파의 원한은 더욱 커졌다.
두 종파는 코란을 경전으로 삼는 점은 같지만, 구체적인 교리와 종교의식은 구별된다고 AP통신과 종교전문통신사 RNS 등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선 수니파는 이슬람교 지도자는 자격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선출될 수 있다고 믿지만 시아파는 무함마드의 자손만이 후계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이슬람 교단의 지도자를 가리키는 '이맘'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 이맘은 수니파에서 일반적으로 종교 집회를 인도하는 사람을 가리키지만, 시아파에서는 무함마드의 승계자이자 절대적 권위를 갖는 최고 성직자라는 의미까지 갖는다.
기도를 드리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시아파는 손을 옆구리 옆에 두고 기도하지만, 수니파는 가슴이나 배에 손을 엇갈려 얹은 채 기도한다.
전세계 이슬람교도 가운데 수니파가 전체의 85%를 차지하는 다수파이고, 나머지 시아파는 수적 열세를 보이고 있다.
나라별로 수니파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 이집트, 예멘, 레바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대부분 국가에서 다수 종파지만, 시아파는 이란과 이라크 등에서만 다수 종파다.
시아파가 정국주도권을 잡아온 이란과는 달리, 이라크는 시아파가 다수 종파임에도 수니파가 줄곧 정권을 잡으면서 시아파가 박해를 받았다.
소수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정권이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마침내 무너지면서 시아파가 득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나 기득권을 상실하게 된 수니파의 저항은 끊이지 않았다.
2006년 2월 시아파 주요 사원인 이라크 북부 사마라의 알-아스카리야 사원의 황금 돔이 폭파되자 시아파는 이 공격을 수니파의 소행으로 확신해 보복공격을 감행했으며 양 종파간 유혈사태는 이듬해까지 수천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최근 이라크에서는 급진 수니파 반군세력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며 주요 도시들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시아파 맹주국 이란이 이라크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군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지고 수니파 대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개입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에서 촉발된 이라크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gatsby@yna.co.kr
2014/06/14 10:08 송고
이라크 ‘암흑 삼국시대’로 가나
수니파 ISIL 바그다드 턱밑 진격에 시아파 성직자 “무기 들고 맞서라”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서울신문
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촉발한 종파 분쟁이 이라크를 쪼개는 데 그치지 않고 중동 전체를 전쟁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간) “ISIL의 갑작스러운 진격이 이라크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으며, 어쩌면 중동 전체의 지도를 다시 그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불과 사흘 만에 이라크 중앙정부 관할 지역 중 30%를 장악한 ISIL은 이날 수도 바그다드에서 불과 60㎞ 떨어진 바쿠바로 진격하던 중 정부군과 교전을 벌였다. ISIL 대변인은 “칼리프가 다스리는 바그다드로 가자. 우리는 풀어야 할 원한이 있다”고 위협했다. 또 바그다드 남쪽에 있는 시아파의 성지 카르발라와 나자프를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아파 정권을 이끌며 그동안 수니파를 탄압해 온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정부군이 맥없이 무너지자 시아파 성직자들에게 민병대를 창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시아파 성직자 모크타다 알사드르는 3000명 규모의 민병대를 꾸려 바그다드 북부에 급파했고, 시아파 최고성직자 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는 “무기를 들고 일어나 테러리스트(수니파 무장단체)와 맞서자”고 촉구했다. 시아파 민병대와 ISIL이 맞붙으면 최악의 종파 내전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
혼란을 틈타 이라크 북부 소수민족인 쿠르드족도 분리독립에 나섰다. 쿠르드족은 지난 23년간 북동부에서 제한적 자치권을 누렸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예 독립의 꿈을 이루려는 것이다. 쿠르드자치정부(KRG) 군 조직인 페슈메르가는 이날 유전지대인 키르쿠크를 전격 점령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라크가 남부 시아파, 중부 수니파, 북부 쿠르드족이 각각 지배하는 나라로 분열될 것이란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라크 내전에 주변국들까지 개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아파의 맹주’ 이란은 같은 시아파인 이라크 정부를 위해 군사 지원에 나섰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알말리키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혁명수비대 소속의 특수부대를 보내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ISIL이 이란·이라크 국경 100㎞ 이내에 접근할 경우 폭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악의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사태도 더 꼬이게 됐다. ISIL은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시아파인 알아사드 정권과 싸우는 반군으로 활동했으나 이후 반군 연합체인 시리아국민위원회(SNC)에서 탈퇴해 총부리를 오히려 SNC에 겨누었다. 이라크 점령지에서 무기와 현금, 병력을 확충해 세력을 한껏 키운 ISIL이 시리아 정부군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어 SNC를 지원해 알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서방의 계획은 더 힘들게 됐다.
이라크에 파견됐던 총영사 등 자국민 80명이 ISIL에 납치된 터키도 전투에 끼어들 태세다. 1000만명에 이르는 터키 쿠르드족까지 분리독립에 나선다면 피아 구분이 힘들어지는 복잡한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무장대원이 1만명에 불과한 ISIL이 파죽지세로 이라크를 점령해 나가자 미국은 군사개입을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라크는 분명히 위급 상황”이라며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군사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포함해 모든 옵션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1년 말 가까스로 이라크 전쟁에서 발을 뺀 뒤 ‘소극적 개입주의’로 돌아선 미국이 다시 군대를 투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지상군 투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2014-06-14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