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1시 30분 경, 염 모(34)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분회 분회장이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해안도로 인근 지점에 세워진 아반테 승용차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차 안에는 염 분회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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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삼성전자서비스지회] |
염 분회장은 ‘삼성서비스지회 여러분께’라는 자필 유서를 통해 “저는 지금 정동진에 있습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지회가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하리라 생각해서”라며 “아무것도 아닌 제가 여러분 곁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었습니다”고 밝혔다.
이어서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며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해 이곳에 뿌려주세요”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00조합원의 아버지가 아직 병원에 계십니다. 병원비가 산더비처럼 쌓여 있습니다. 협상이 완료되면 꼭 병원비마련 부탁드립니다”라며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 승리의 그 날까지 투쟁!”이라고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는 “사측의 노조 탄압으로 염 분회장이 힘들어 했다. 일감을 주지 않아 생활고에도 시달렸다”며 “노조에서는 중앙쟁대위 회의를 통해 이후 투쟁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회는 “삼성의 노조탄압이 또 한 명의 노동자를 죽였다”며 “삼성전자서비스 전 조합원은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고인의 뜻과 밝은 미소를 잊지 않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인이 된 염 분회장은 1979년 출생으로, 지난 2010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에 입사했다. 방문수리 기사로 일해 온 그는 건당수수료제, 극심한 감정노동 등을 견디지 못하고 2012년 10월 한 차례 퇴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2월, 사측의 요청으로 재입사를 했으며 같은 해 7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가입했다. 작년 8월부터 양산센터분회 분회장으로 활동해 왔다.
고 염 분회장은 지난 9일부터 △임단협 쟁취 △생활임금 쟁취 △노조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상경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15일 새벽, 돌연 실종돼 동료들이 신고를 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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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한편 삼성전자서비스에서는 지난해 9월 27일, 칠곡센터 소속 AS기사인 고 임현우(36) 조합원이 과다한 업무와 실적압박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사망했다.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31일에는 천안센터 AS기사인 고 최종범(33)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사망 전 협력사 사장에게 심한 욕설 및 폭언을 당했으며, 사측의 노조탄압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 최종범 열사는 죽기 직전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다.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다”며 “전태일님처럼 그러진 못해도 전 선택했다. 부디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