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수님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4) 신경현 시인의 시노래 “정기 건강검진” 노동자의 삶이 시가 되고 이제 노래가 됩니다

참된 2013. 9. 29. 18:35

뉴스관리툴 2012년08월16일 13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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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4) 신경현 시인의 시노래 “정기 건강검진”
노동자의 삶이 시가 되고 이제 노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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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수(가수, 작곡가) dwcsoo@hanmail.net     뉴스민

경상도 사투리가 잘 어울린다. 말할 때 세련되게 말하는 건 아니지만, 진실이 담겨있다.

노동자 시인이라 불리는 사람 신경현. 그의 시를 읽고 있자면 천상 노동자가 쓴 시란 걸 알게 된다. 일하는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시. 노동에서 쩔어져 나와 같이 분노케 하고, 한편으로는 웃음 짓게 하고, 한편으로는 숙연해지게 한다. 예전에 백기완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 중에 쇳소리와 댓소리 라는 것이 있다. 농부들이 일하다가 한량이 길을 가며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고 “저 소리는 댓소리는 있는데 쇳소리는 없군” 하며 평을 하는데, 이 말은 기교만 있는 댓소리 보다 노동에서 쩔어져 나오는 쇳소리가 소리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쇳소리란 오래도록 노동으로 단련한 사람들, 배고픔과 고통을 수없이 겪어본 사람들 몸에 배어 있는 소리라고 백기완 선생님은 말씀 하신다. 소리에만 이 쇳소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에도 이 쇳소리가 있다면 신경현의 시에 있고, 그가 동인으로 있는 전국현장 글쓰기 모임 “해방글터” 시인들의 시에서 이 쇳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는 평소에 후배들에게 노래를 함께하며 이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내 생각도 노래가 노래다운 건 책상머리에 악보로만 있을 때보다는 삶의 치열성으로 노래 부르는 이의 삶을 되돌아보게 할 때라 생각한다. 기교만 있는 댓소리 보다는 노동에서 쩔어져 나오는 쇳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예전에 신경현 시인을 만나기 전에 시인의 시를 읽다가 ‘정기건강검진’이라는 시가 눈에 들어왔었다. 공장 정기검진 받는 날 가족들이 걱정할 결과가 나올까 봐 검진 날 월차를 쓴다는 내용이었다. 월차를 쓰는 가장의 아픈 마음이 읽혀져 노래가 되겠다 싶어 당시 현대중공업 노래패 노래마당 분들과 수련회에서 이 시에 노래를 붙여보는 작업을 같이 했었다. 시에 대해 이야기만 하다가 결국 완성을 못한 걸 이후에 내가 곡을 완성했었다. 그때 이 시를 읽으면서 대공장 정규직에서는 정기건강검진을 받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말들을 했었다. 하지만 아주 작은 영세사업장 비정규 노동자라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이 노래는 “비정규 노동자의 노래” 라는 음반에 수록되었고 현장 노동자의 노래란 의미를 살리려 작곡자에 내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노동자 시인이 내가 사는 동네에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불러내서 술도 한잔할 수도 있고, 새로 쓴 시도 먼저 들을 수 있고, 일상의 구석구석에서 시인이 발견한 소금꽃 피는 이야기와 비단실처럼 뽑아낸 따뜻한 삶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면 나로선 참 행복한 일이지 싶다.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고 노래로도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다. 

대구에는 내가 알고 있는 노동자 시인이 두 분이 있다. 신경현 시인과 조기현 시인. 이제 두 분은 동지이기도 하지만 동생이라 불러도 좋고 형님이라 불러도 좋을 사이가 되었다. 꼭 집회나 일 때문에 보지 않더라도 그냥 만나서 술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하는 게 좋다. 며칠 전에도 성서 와룡공원 수요공연에서 만나 가천막걸리 한잔 기울이니 참 기분이 좋았다. 8월 마지막 수요일 공연에 다시보기로 했으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이야기가 고픈 분들은 함께 해도 좋을 것 같다.

해방글터의 시인들과 작업을 하고 있다. 이름하여 ‘노동자의 삶이 시가 되고 이제 노래가 됩니다.’ 라는 목표로 해방글터 시노래 음반을 작업 중이다. 해방글터와 나 , 그리고 연대를 위한 노래모임 ‘좋은친구’ 분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해방글터의 노동자 시인들의 시에 노래를 붙여 10월 말에 완성할 예정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신경현 시인의 “정기건강 검진” 노래도 새로운 편곡과 가수로 만날 수 있다. 수익금은 투쟁사업장 연대지원에 사용할 것이다. 사전제작후원을 하실 분과 시인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시들을 만나려면 아래 해방글터의 카페를 방문하시면 된다. 해방글터 카페 클릭 =>  http://cafe.naver.com/ptpen

사람들은 너무나 편해서 공기 같은 존재에 대해 소중함을 잘 모른다. 나는 단연코 해방글터의 시인들과 시들을 만나면서 그 소중함에 대해 깨달아 가고 있다. 아래 신경현 시인의 시 “정기 건강 검진”은 노래가 아니어도 시 자체로서도 마음을 울린다. 오늘은 찬찬히 시 한편 통으로 읽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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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건강 검진

신경현

가슴이 답답해도


뒷골이 뻐근해도
병원에 갈 수 없습니다
큰 병 얻기 전에 빨리 병원 가라는
아내의 잔소리 앞에서
고사리 손으로 어깨 주무르는
아이들 재롱 앞에서
아직 한 목숨 바쳐
지켜야할 가장의 자리가 너무 커
끝내 병원 가기가 두렵습니다
빵구투성이 용접쟁이 하나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 아이들에게
혹시 드러누우라는 결과 나올까 싶어
그 결과 앞에 대책 없이 스러져 버릴 가족들 생길까 싶어
공장 정기검진 받는 날 월차를 씁니다

신경현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 ” / 2008년 도서출판 풀무질 


노동문화예술단 일터 활동
1997년 솔로활동 시작
2007년 창작곡 1집 “빵과 서커스” 만듦
2010년 아이들 글에 붙인 창작 동요 “우리 개똥이 하는 말” 만듦
현재 우창수와 장난감밴드 활동 / 개똥이 어린이 예술단 대표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http://cafe.daum.net/woo2011

우창수(가수, 작곡가) dwcsoo@hanmail.net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1) 아이들에게 생명을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2) 넌 우리와 다르지 않아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3) 빵과 서커스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6) 자신이 음치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7) 공단길/고무노동자의 노래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8) 맞선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9) 우리가 영성음악제를 여는 이유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12) 기타치는 은빛 배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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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31) 만수천(萬壽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