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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국외생산 ‘수출의 2배’ 박수치기 씁쓸한 글로벌 성장

참된 2013. 2. 22. 10:18

현대차 국외생산 ‘수출의 2배’
박수치기 씁쓸한 글로벌 성장

한겨레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등록 : 2013.02.21 20:21 수정 : 2013.02.21 21:12

 

 

작년 현지생산 250만·수출 124만대
브라질 등 본격 가동 땐 격차 확대

국내공장 풀가동…수출증가 어려워
생산인력도 10년 넘게 큰 변동 없어

기아차 포함 국외판매 5천만대 눈앞
“국내공장 증설해 고용 확대를” 지적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넷째 동생인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당시 현대건설 상무)은 1967년 미국 출장길에 현대건설 본사의 긴급 연락을 받았다. 미국 포드 자동차와 접촉하라는 지시였다. 현대그룹이 자동차 제조·판매업에 뛰어드는 순간이었다.

현대차는 그 해 말 설립된 뒤, 포드 지원으로 1968년 ‘코티나’를, 7년 뒤인 1976년 7월 국내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 200여대를 부산항을 통해 에콰도르로 실어 보냈다. 조만간 해외판매 누적 5000만대를 돌파하는 현대차의 수출 역사는 여기서 시작한다.

그후 30여년 간 현대차 이익은 국가의 이익이라는 등식이 형성됐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먹고 살길은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였던 당시 경제 상황에서 비롯된 인식이었다. 이런 인식은 개발연대 시기를 지나 오늘날까지 별로 흔들리지 않았다. 단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가 불어닥쳤을 때 정부가 현대차 특혜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고환율 정책을 유지한 것은 이런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 해외 생산, 수출의 2배 최근 10년 간 현대차의 생산·판매 실적은 이런 인식에 균열을 불러오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해외 판매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렀다. 2002년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공격적인 현지생산-현지판매 전략에 따라 나타난 변화다.

현지생산분이 수출분을 역전한 것은 2008년이 처음이었다. 그후 현지 생산 규모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지난해에는 현지생산분(249만9000대)이 수출분(124만4000대)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이같은 추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현재 울산·아산·전주공장이 풀가동되는 상황에서 국내 수출량이 더 늘어날 여지는 좁다. 반면, 작년 말 가동에 들어간 중국 3공장과 브라질 공장이 본격적으로 차를 쏟아내기 시작하면 해외 판매에서 수출분 비중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현지 공장은 쏘나타·아반떼·싼타페 등 현대차 주력 제품군을 모두 생산하고 있는 터라, 해외 수요 감소로 생산량을 줄일 경우 우선순위는 생산비가 높은 국내 공장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국내 공장에서만 생산하는 모델은 제네시스와 에쿠스 등 고급차량 몇종에 불과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쟁력이 높아진 덕택에 수출량 자체는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 한 차례를 빼곤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양 자체는 늘어날 지 몰라도 국가 경제 성장과 현대차 성장 간의 괴리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경제가 앞으로 3% 이하의 장기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고 있으나, 현대차는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 현대차 고용 절반은 외국인 이런 변화의 흐름은 고용 부문에선 더 뚜렷하다. 현대차가 현지 생산-현지 판매 체제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인 2001년 말 당시 현대차의 직원은 모두 5만명이었지만, 10여년 뒤인 지난해 9월 말 기준 직원수는 불과 1만명 늘어난 6만명이다. 증가분 중 15% 가량은 지난해 사내하도급 노동자를 직접고용 계약직으로 전환한 인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직군별 정원 기준으로 보면, 늘어난 부분은 연구·개발 부문과 마케팅, 국제 영업 부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생산직 정원은 큰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매년 사상 최대 규모 채용 계획을 발표하지만, 생산직 부문 채용은 퇴직 등에 따른 자연감소분을 메우는 수준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반면, 해외공장 직원들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4만4000여명(관리직 포함)에 이른다. 1997년 현대차의 첫 해외 생산 기지인 터키 이즈미트 공장(1500여명·이하 생산직 기준) 이후 인도(1만여명)·미국(3300여명)·체코(3300여명)·중국(1만여명)·브라질(1800여명) 등 공장 신·증설로 해외 직원 수가 급격히 불어났다. 외형 성장의 과실 중 절반쯤은 해외 현지에 뿌려진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국내 공장 가동률이 100% 수준인데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달라진 통상환경 등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국내 직·간접 자동차부문 고용 확대를 위해서라도 공장 신·증설을 검토해볼 때도 됐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