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열사

기아해복투 속보 3 - 조합원 추모글입니다.

참된 2013. 2. 6. 00:38

맥박 그대 노동자   http://plsong.com/xe/9384(피엘송닷컴  http://plsong.com/xe/music)

 

 

 

 

기아해복투 속보 3 - 조합원 추모글입니다.
기아화성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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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2월 04일 17시 23분 54초

조문객들이 떠난 새벽

빈소에서 흐느끼는 해고 동지들을 보면

피가 마르고

온 몸이 쪼그라드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죄인이라는 생각에

꺼이꺼이

울어내지도 못하고

속으로 속으로 주형이를 밀어넣고 있는

해고 동지들...

 

지난 8일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동지들 따라다니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혹여나 ...

잠시라도 눈 앞에 안보이면 불안해서, 불안해서

이리저리 찾아해맸습니다. 그렇게 8일이 흘렀습니다.

 

해고동지들이 자책과 미안함으로

주형이 원직복직 꼭 만들어서

죽어서라도 그토록 가고 싶어하던 현장으로 주형이의 넋이라도 보내주고 싶다는 것이

그렇게도 사치스러운 바램인가요?

이렇게도 모두를 힘들게 하는 무리한 요구였던가요?

 

염습실 문 앞에 주저앉는 것!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평생 노동조합을 적으로 두게 될까 무섭기도 했습니다.

주형이 가는 길은 막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내 마음의 변명으로도

원직복직 없이는 주형이를 보낼 수도,

자신이 살아갈 최소한의 이유도 없다며

절규하는 해고동지들의 곁을 떠날 수는 없었습니다.

 

저를 끌어내던 노동조합 간부들의

떨리는 손과 흔들리던 눈빛에서도 서로의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의 주장과 요구가 올바르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원직복직이라는 고인의 바람을 온전히 챙겨주고 싶은

살아남은 해고자들의 마음에 다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수억이와 동우의 곁에 남는 것,

어떠한 오해와 비난을 받더라도

가장 힘들어하고 가장 고립된 동지들을 곁에 있어주는 것 밖에 없었으니까요...

 

모두가 자신의 결정이 옳다고,

자신의 입장이 주형이를 위한 것이라고 핏대를 세웁니다.

 

하지만 그 모습 보면서

해고 동지들은

또 하루를 쓸쓸히 빈소를 지키며 또다시 잊혀지고, 고립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과정 속에서의 상처는 서로 어루만져주고,

남은 힘을 모아 주형이의 원직복직으로 고인의 넋을 보살피고,

살아남은 해고 동지들의 마음속에서도 주형이를 편히 보내 줄 수 있도록

 

다시한번

함께 이야기를 나누길, 함께 싸워내길

간절히

간절히

바래봅니다.

 

항상 동지라고만 불렀던 고인에게 늦어지만 주형아... 하고 불러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