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 윤주형 동지를 생각하며 별무리 가득한 밤하늘 위로 가는 길은얼마나 멀고 먼지요이해 할 수 없는 말들로기다리던 사람의 손을 놓아버린 날들이뿌연 안개가 자주 흘러넘치던 하늘을 뒤로 한 채서서히 굳어가고 있습니다깡마른 나뭇가지를 드러낸 겨울은 자주 부러지고부러진 나뭇가지에 찔린 상처는아물 날 없이 자꾸 깊어져 갔습니다그러나 헤어짐이 왜 눈물로 이루어진 것인지아직까지 잘 모르는 사람들의 봄은또 얼마나 실없이 들뜨고 요란하게 다가올까요보내고 나서 눈물을 흘리고돌아오지 않는다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남아 있는 자의 마지막 뒷모습이라면그건 또 얼마나 힘든 일인지요내일 또다시 어김없이 하루는 시작되겠지만내일 또다시 어김없이 찾아오는 슬픔은다시 몇 번의 겨울이 시작되고다시 몇 번의 겨울이 다 가도록 찾아오겠지요그렇게별무리 가득한 밤하늘 위로 가는 길은깊고 깊은 슬픔으로 출렁이겠지요 * 비가, 겨울비가 내린다. 눈 앞이 흐려진다. 비를 맞고 서 있으면 흐르는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꿈을 꾸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어제 나로호의 성공을 축하하면서 대한민국의 국격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최강서열사의 죽음과 이 죽음을 외면하고 있는 자본과 국가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생을 마감한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였던 윤주형 동지의 억울한 죽음을 생각하고 있다. 오늘 아침 페이스 북을 통해 들은 콜트 콜텍 공장에 대한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침탈은 또 어떤가...한진중공업과 콜트 콜텍의 침탈은 어차피 충분히 예상된 것이라 치부하더라도 기아차 해고자였던 윤주형 동지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규직 집행부의 추악한 행태는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이번 윤주형 동지의 죽음과 관련해서 민주노총과 대공장 노동조합 집행부는 분명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분명 나 같은 어줍잖은 놈들에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조를 사수하기 위해 자본의 일방적인 노동강도 강화를 저지하기 위해 투쟁해왔던 해고자를 해고자가 아니네 열사가 아니네 하면서 자신들에게 돌아올 책임을 회피하고 철저히 자본이 노동에 파견한 어용짓을 일삼고 있는 기아차 집행부와 이를 묵인 방조하는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이런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비가 그칠때면 오늘의 이 상황이 오늘의 이 굴욕과 오늘의 이 열패감이 모두 사라질 것인가? 궁금하고 궁금하다. 그 대답은 민주노총 중앙과 금속노조가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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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대구 성서공단에서 다시 용접일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의 삶인 노동의 노래를 뉴스민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
신경현(시인, 노동자) jinbo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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