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님의 깃발가 http://plsong.com/xe/10286(피엘송닷컴 http://plsong.com/xe/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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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원직복직 전에는 윤주형 동지를 땅에 묻을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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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사업장공동투쟁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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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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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1월 31일 19시 02분 31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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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직복직 전에는
윤주형 동지를 땅에 묻을 수 없습니다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윤주형 동지는 우리의 동지였습니다. 매주 수요일 공동투쟁을 하는 자리에 만나는 그의 미소는 언제나 환했지만 우리는 그의 마음 속 아픔을 알고 있었습니다. 노조에서조차 부당한 해고로 인정되지 못하고, 2012년 단체협상 해고자 복직 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되었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3년이라는 긴 세월을 싸워냈던 그 동지가, 그래서 항상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정리해고 당하고, 노조탄압으로 길거리로 쫓겨나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내몰렸던 우리 공동투쟁단 노동자들은 모두 긴 투쟁에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었지만 서로의 아픔과 고통을 알았고 그 연대의 힘과 투쟁의 정당성에 의지하여 버텨왔기에 모두 윤주형 동지와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윤주형 동지의 복직을 진심으로 기원했습니다.
그런데 그 동지가 싸늘한 시신이 되었습니다. 믿을 수도 없고, 믿고 싶지도 않습니다. ‘동지도, 노조도, 조직도 모두 차갑다’고 했던 그 동지의 유서 아래에 숨겨진 내용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당하게 싸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잊혀지고 싶다’고 말하는 유서 아래에 감춰진 그 의미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제발 함께하고 나를 기억해달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숨겨진 마음을 아는 것은 투쟁하는 우리들도 때로는 조직의 차가움에 몸서리치고, 그냥 잊혀져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 속마음에는 항상 더 많은 이들이 내 싸움의 정당성을 인정해주기를 원하며, 그 힘으로 승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것이 모든 투쟁하는 이들의 마음이기 때문에 우리는 윤주형 동지의 유서 밑에 감춰진 그 눈물나는 기원과 바람을 알고 있습니다.
회사와 기아자동차 지부, 그리고 화성지회에서는 협력업체 사장단과 원청의 협력지원실에서 사과문을 게시하고 윤주형 동지를 명예사원으로 인정하겠다고 합니다. 이쯤하면 되었으니 장례를 치르자고 합니다. 만약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에서 반대하면 영정사진이라도 들고 장례를 치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가슴을 칩니다. 윤주형 동지의 명예는 회복되어야 합니다. 부당해고로조차 인정받지 못해 복직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그 고통을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명예사원’이 아니라 당당한 ‘사원’이어야 합니다. 원직복직이 아니라면 그 어떤 알량한 이름으로도 윤주형 동지의 명예를 되찾을 수 없습니다. 그의 싸움은 너무나 정당한 것이었기에 윤주형 동지를 해고하고 죽음으로 내몰았던 이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윤주형 동지의 명예를 되찾을 수 없습니다.
윤주형 동지가 살아왔던 삶을 보더라도 너무나 분명하지 않습니까? 비정규직으로 일해왔지만 차별에 맞서 저항했고, 노동조합 활동을 누구보다 성실하게 했으며, 대의원을 맡아 몸을 사리지 않고 투쟁했고, 해고된 이후에도 투쟁하는 이들과 함께하면서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연대해왔던 그 동지의 삶을 보면, 그에 대한 해고가 결국 자본의 탄압이라는 점은 너무나 분명하지 않습니까? 기아자동차 지부와 화성지회 여러분 간곡히 호소합니다. 윤주형 동지의 삶과 투쟁을 정당하게 받아들여 주십시오. 윤주형 동지와 함께 투쟁했던 이들이 마지막까지 눈물과 회한으로 가슴을 치게 만들지 말아 주십시오. 명예사원으로 만족하라고 하지 말고, 원직복직이 반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함께 싸워주십시오. 장례를 치르는 게 급선무라고 투쟁하는 이들을 설득하는 대신, 한번만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윤주형 동지를 위해 함께 싸워주십시오.
저희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공동투쟁단’ 모든 노동자들은 윤주형 동지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일이 있어라도 윤주형 동지의 명예가 온전하게 회복되도록 싸울 것입니다. 똑같은 아픔을 가진 기아자동차에서 해고된 이들이 모두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연대할 것입니다. 이것은 단지 기아자동차 해고자들만을 위한 싸움이 아닙니다. 같은 아픔을 갖고 있지만 꿋꿋하게 버텨내려고 하고 있는 우리들 모두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작은 희망을 갖고 더 싸워나가기 위해서입니다. 때때로 느껴지는 조직의 차가움을 이겨내고 따뜻한 연대의 조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입니다. 이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싸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코 윤주형 동지를 그냥 보낼 수 없습니다. 윤주형 동지의 원직복직을 이룰 때까지 끝까지 함께 싸우겠습니다.
2013년 1월 31일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공동투쟁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