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열사

동지를 죽이는 이 부조리하고 잔인한 과정을 성찰하자 !!

참된 2013. 1. 30. 19:23

동지를 죽이는 이 부조리하고 잔인한 과정을 성찰하자 !! 2013·01·30 11:36

한국인권뉴스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해고자 고 윤주형 동지의 죽음은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게 양심적 성찰과 동지적 용기를 요구하고 있다.  

햇살처럼 빛나던 동지로 기억한다. 옆자리에서 소주 한잔을 마시며 투명한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동자를 기억한다. 희망 뚜벅이나 희망광장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하는 대오의 선두에서 작은 몸을 날쌔게 던지던 동지로 기억한다.

우리는 또 하나의 우주를 잃었다. 동지라는 이름에 대한 처절한 반성을 원하는 생명의 서원 앞에 서게 되었다. 동지의 죽음을 듣고 우리는 스스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죽음, 색이 다른 것 아닌가?
이 절망, 방향이 다른 것 아닌가?
이 절망, 저 죽음이 오기 전에 막을 수 있던 것 아닌가?

적이 치는 전선은 돌파를 위해 있는 것이지, 우리의 투쟁을 결정하고 우리 요구를 제한하고 우리 동지들을 외면하게 위한 것이 아니다. 현실과 실리로서 형식과 절차로서 동지를 죽이는 이 부조리하고 잔인한 과정이 우리 안에 암 덩어리로 있지 않았다면 동지는 결단코 죽을 수 없었을 것이다.

동지의 죽음 앞에서 민주노조의 활동이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키우고, 동지를 살리는 길로 반환되어야 함을 성찰하자. 동지를 극단의 외로움과 절망에서 오직 자기만의 결단으로 죽음을 돌파하게 했던 제 과정을 철저하게 성찰하고 이런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우리부터 돌아보자.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지부가 동지의 죽음을 받아 안고 나서는 것이 온당하다. 동지를 가장 귀한 조합원으로 모시고 동지의 앞길을 명예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안의 부족함은 우리가 자본과 투쟁하는 올바른 방향을 놓쳤기 때문임을 성찰하자. 그래서 우리의 한숨 속에 웃고 있는 자본의 심장을 향해 투쟁의 무기를 벼르자. 이것만이 우리는 동지의 죽음 앞에서 최소한의 죄 씻음을 하는 길이라 믿는다.

2013년 1월 29일


윤주형동지가 남긴 유서

무엇을 받아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내 마음이 그런 것을 어쩔 수 없었답니다.
아무도 내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으면 하고 구구절절을 남깁니다.
용서를 구합니다.
혹여, 다만, 어울리지 않는 열사의 칭호를 던지지 마세요.
잊혀지겠다는 사람의 이름으로 장사하는 일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요.

아마도 저는 평생 엄마를 찾아 헤맸나 봅니다.
조직도 노조도 친구도 동지도 차갑더라구요. 허기진 마음을 채울 수가 없어 너무 힘이 들었지요. 버티는 일조차 힘이 들더라.

세상에 낳는 건 누구나 평등해도 사는 일은 그렇지 않았는데
참 다행인 것은 그 누구나 죽음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네요. 다행, 참 다행.
나에 대한 원망도 함께 사라졌으면, 주지 못한 뜨거운 내 마음은 남지 않고 조용히 사라졌으면

그럴 수 있다면 가난한 내 살과 영혼을



네!

(2면)
그랬으몀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굵직굵직한 나무등걸 아래 앉아 억만시름 접어 날리고
결국 끊지 못했던 흡연의 사슬 끝내 떨칠수 있을까
그늘아래 앉은 그것이 그대로 하나의 뿌리가 되어
나는 지층 가장 깊은 곳에 내려앉은 물만을 보고 수액이 채관타고 흐르는 그대로 한 됫박 녹말이 되어 나뭇가지 흔드는 핫개짓으로 지친 새들의 날개와 부르튼 구름의 발바닥 쉬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사철나무 그늘아래 또 내가 앉아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내가 나밖에 될 수 없을때
이제는 홀로 있음이 만물 자유케 하며 스물 두 살 앞에(쌓은 술 병 먼길 돌아서가고)
공장들과 공장들 숱한 현안과 국경의 거미줄로부터 그대 걸어나와
서로의 팔목 야읜 슬픔 잡아준다면 좋을것이다
그래서야 조금씩 시간의 얼래로 풀어져 초록의 대지로 저녁타는 그림으로 어둑하고
형제들은 출근의 가위 눌리지 않는 단잠의 배게 벨 것이며 한 켠에서 퇴근 낮잠 자버린 사람들이 나지막히 노래불러 유행지난 시편의 몇구절을 기억하겠지.

바빌론 강가에 앉아 사철나무 그늘을 생각하며 우리는 눈물 흘렸지요.

[해복투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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