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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 "당권파 구태는 극복대상, 억울해 말고 혁신 나서야"(2012.5.12)

참된 2012. 12. 26. 01:56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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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남의 당 이야기를 하려니까…."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였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선거를 초래한 특정 정파의 패권주의 문제를 논하는 게 꽤 부담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김 부대표는 누구보다 이 문제를 잘 아는 당사자다. 그는 과거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 시절 당권파로 불리는 NL(민족해방) 계열과의 파벌 갈등을 직접 경험했다.

2001 년 9월 NL계열의 최대 조직인 전국연합이 민노당 입당을 결정하면서 용산지구당 위원장을 '접수'한 이른바 '용산 사태'의 당사자였다. 당시 PD(민중민주)계열로 용산지구당 위원장이었단 김 부대표는 위장전입, 당비대납 등의 반칙을 앞세운 NL에 밀려 지역구를 떠났다. 이후 이 같은 특정 정파의 패권주의 문제는 당내 민주주의를 흔드는 고질병이 됐고 결국 2008년 3월 분당이라는 결말을 맞았다. 

김 부대표는 4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당시 사건에 대해 "지구당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선했던 분들과는 서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극복해나가자고 하면서 잘 수습됐다"며 "하지만 위장전입에 동원됐던 대학생들이 '이건 반칙'이라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그대로 따랐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부대표는 통합진보당 당권파의 패권주의가 그대로 답습되고 있는 이유로 용산 사태에서 발견됐던 '내부의 문제 제기 부재'를 꼽았다.

"일부 당권파의 구태, 아래로부터의 자정 노력 막고 있어"

김 부대표는 "당권파로 대표되는 NL계열이 강하게 비판 받는 것은 비슷한 행태를 반복한다는 점"이라며 "대리투표 등 반칙을 하면 자괴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끼기 마련인데 당권파 내에서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다, 목표가 수단 보다 위에 있다는 자기 확신이나 체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권파가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직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 "부정 선거의 책임 소재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권파에게만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 억울한 면도 있다"면서 "단 부정부실 선거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게 당권파이고 권한과 권력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책임도 크다"며 자기성찰을 주문했다.

김 부대표는 당권파인 신석진 대표비서실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일 위험한 건 동지로 위장해 세작(간첩)질을 일삼는 일군의 세력"이라는 글을 올려 진상조사위와 비당권파를 겨냥한 것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그런 발언들이 '혁신해야 한다'는 내부 문제제기를 모두 봉쇄하고 아래로부터의 자정 노력을 막고 있다"며 "당권파 핵심 몇몇은 정말 구태스럽다, 극복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대표는 애정 어린 조언도 내놨다. 그는 "한국 진보운동을 위해서도 NL의 혁신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며 "내부 조직을 방어하려하기보다 전체 진보진영을 이끌고 갈 수 있을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내부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끝으로 "NL계열의 젊은 활동가들도 정파 내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쓴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김종철 부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자정 노력 없는 당권파, 억울해할 때 아니라 성찰할 때"

- 과거 위장전입, 당비대납 사태가 불거졌던 '용산 사태'의 당사자이기도 한데?
" 당시 일은 결과적으로 잘 수습됐다. 나와 경선했던 분들과 서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극복해 나가자고 했다. 그 당시 위장전입 문제가 심각했다. 당원이었던 한 부부의 집에 대학생 3명이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돼 있던 경우가 있었다. 나는 단순히 집이 꽤 큰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확인해 보니 원룸이었다. NL계열 당원수를 늘리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하지만 젊은 대학생 3명이 위장전입 지시에 그대로 따른 게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이건 반칙이다'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당권파의 패권주의가 꼽힌다. 이번 부정선거를 보면 당권파의 행태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 사실 당내 권력 투쟁은 치킨게임과 비슷하다. 깨끗한 바닥에서 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라 먼지는 날리게 마련이다. 다만 드러난 문제를 고치느냐 아니면 문제로 보지 않고 놔두느냐의 차이는 있다. 특정 지역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번 총선 후보 경선에서 통합진보당 지역구 후보 경선에서 당권파 계열과 국민참여당 계열 후보가 맞붙은 곳이 있었다. 두 후보 진영 모두 반칙했다. 그런데 참여당 계열 쪽에서는 문제가 있었다며 내부적으로 공개하고 비판했다. 후보 사퇴도 요구했다. 그런데 당권파 쪽은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

또 과거 분당 직전 이런 사례가 있었다. NL계와 PD계의 유명 인사가 지역에서 총선 후보 경선을 벌였는데 양측 모두에서 부정이 발견됐다. 그 와중에 분당이 됐는데 이후 선거 부정 사건에 대한 처리 방식은 전혀 달랐다. PD계열 활동가는 진보신당으로 넘어와 총선 출마도 못했고 당직도 맡지 못했다. 반대로 NL계열 인사는 민노당 후보로 출마하고 그 이후에도 지역에서 확고한 리더로 활동하더라.

이처럼 당권파로 대표되는 NL진영이 강하게 비판 받는 것은 비슷한 행태를 반복한다는 점이다. 당권파 내에서 대리투표 등 반칙에 대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문제제기가 없다는 게 문제다. 보통 그런 일을 했으면 자괴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끼기 마련인데 목표가 수단 보다 위에 있다는 자기 확신이나 체면이 있는 것 같다."

"'혁신해야 한다'는 내부 발언 봉쇄, 이게 가장 큰 문제"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는 4.11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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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권파는 '부정선거의 실체가 없다'며 조직적 반격에 나서고 있다.
" 물론 당권파가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아직 책임 소재가 분명하게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권파에게만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왜 국민들이 당권파를 의혹의 눈으로 보느냐다. 만약 통합진보당이 별 문제 없이 오다가 이번 비례대표 경선에서 처음 사고가 생긴 것이라면 이렇게 사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경선 전 지역구 후보 경선에서 부정도 심각했다. 서울 성북과 경기 하남과 구리에서 벌어진 일들은 비례대표 경선 부정 보다 더 큰 문제였다.(기자주 : 이 지역에서는 특정 정파쪽에서 자신들이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현장투표를 갑자기 중단시키는 등 경선이 파행을 빚어 유시민 공동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큰 수해를 입는 게 당권파다보니 집중포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벌어진 부정과 부실이라면 당권파의 책임이 없을 수 없다. 권한과 권력 더 가지고 있는 당권파의 수습 책임도 더 크다. 억울해 할 때가 아니라 자기성찰을 할 때다."

- 당권파인 신석진 대표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일 위험한 건 동지로 위장해 세작(간첩)질을 일삼는 일군의 세력"이라며 진상조사위와 비당권파를 겨냥했다.
" 당권파 핵심 몇몇은 정말 구태스럽다. 극복 대상이다. 그런 발언들이 아래로부터의 자정 노력을 막고 있다. 그 정도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면 이미 지침으로 내려갔을 것이다. 그러니 '혁신해야 한다'는 내부 발언이 다 봉쇄된다. 어느 정파에 소속된 활동가로서가 아니라 진보당을 사랑하는 당원으로서 자존심을 걸고 하는 발언이 안 보인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경쟁 정파가 사라지면서 견제도 사라져서 생긴 문제라고 볼 수 있나. 
" 그런 측면이 있다. 민노당 시절 PD계열은 강한 결집력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벌어진 수준의 부정은 막을 수 있었다. 또 내부에서 싸우는 과정에서 PD계열의 나쁜 관행이 고쳐진 것도 많다. 다만 내부에서 문제제기하고 투쟁하는 과정은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PD계열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도 힘들었는데 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는 세가 약하고 참여당 쪽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 당권파 견제에 한계가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검찰 등 공권력의 힘을 빌릴 수도 없다. 결국 당권파 내부의 근본적 쇄신 없이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진보운동 위해서도 NL 혁신은 중요한 과제"

- 당권파의 쇄신 방향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 한국 진보운동을 위해서도 NL의 혁신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NL처럼 실력 있는 집단이 왜 고립되고 진보진영 전체에 있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평가가 있어야 한다. 내부적으로 조직을 단결시켜왔던 기풍이 바깥에서 보면 굉장한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 둬야 한다. 내부 조직을 방어하려하기보다 전체 진보진영을 이끌고 갈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로 내부 혁신에 나서야 한다. 두 번째는 북한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되 비판할 수 있는 집단이 돼야 한다. 비판할 줄 알아야 애정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에 국민들이 귀를 기울일 수 있다.  

NL계열의 젊은 활동가들도 정파 내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완충지대가 나타나야 혁신이 가능하다. 지금의 어려움을 이유로 내적으로 똘똘 뭉쳐 조직 보호에 나서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다. 당권파의 조직문화와 관심, 폐쇄성은 길게 보면 30년 이상 누적된 문제다. 철저하게 내부를 돌아볼 때가 됐다."

- 진보진영 내 정파 혹은 파벌이 투명하게 드러내고 건강한 경쟁을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 딜레마다. 우선 NL계열이 가지고 있는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 국가보안법 때문에 본인들의 주장이 실정법 위반이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 진보진영 내 정파들이 운동노선과 북한에 대한 태도 등을 솔직하게 밝히고 평가받을 필요가 있다. 단 사상의 자유는 모든 정파들이 함께 나서 지켜줘야 한다.

당권파는 고립돼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 있다. 그래서 참여당까지 끌어들여 외연을 넓히려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스스로 잘못을 고치려는 자정 노력 없이는 어느 세력도 같은 조직을 이루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번 진상조사위 보고서는 이전에도 잘못을 고치지 않으면 함께할 수 없다는 최후통첩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북한과 가깝다는 비판을 받는 사람들이 고립되면 어디로 가겠나. 치명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