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5번 노동자 대통령 후보 선거투쟁 본부의 김혜진 정책위원은 이같은 물음에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의 문제는 진정성이나 그가 살아온 선한 삶의 발자국이 아닌 그를 둘러싼 정치적 위치와 세력의 문제라는 것이다.
김소연 선투본은 문재인 후보가 서있는 자리 너머에서 이번 대선을 바라본다. 김소연 선거투쟁본부 김혜진 정책위원은 진보적 의제가 형성되고 전파되는 과정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통해 박근혜보다 나은 문재인 후보가 왜 희망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으로 김소연 후보의 존재 자체를 제시했다.
그는 대선에서 무수히 난무하는 ‘현실가능성’이라는 단어에 담긴 허구적 논리와 비정규직·정리해고가 없는 세상이 왜 현실적인 대안인지를 차분히 설명했다.
김소연 후보의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은 단순한 노동의제가 아닌 재벌에 대한 통제 문제였고, 재벌 중심의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문제였다. 그런 의미에서 김소연은 문재인과 이정희 너머에 서 있었다.
김혜진 위원은 “재벌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생각보다 굉장히 크고, 문재인 후보도 그걸 캐치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 분노들을 모아 재벌들에게 약간의 압력을 넣고, 약간의 양보를 하게 하는 방식으로 가게 할 거냐 아니면 보다 근원적이고 의미 있는 대안을 제출하고, 많은 사람들을 새롭게 모아낼 계획을 세울 것이냐의 문제”라고 둘의 차이를 설명했다.
<참세상>은 지난 13일 오후 선거를 6일 남겨둔 시점에서 김혜진 정책위원을 만나 이번 대선에서 김소연 선투본의 의미와 문재인 후보가 대안이 될 수없는 현실적인 지점을 짚어봤다. 김혜진 위원 인터뷰는 1부와 2부로 나눠 게재할 예정이다.
이 인터뷰는 애초 지난 5일 교수단체가 주최한 정리해고 비정규직 대선 토론회의 연장선에서 김소연 선투본에 제기된 노동의제의 현실성 문제와 노동의제에 관한 문재인 후보의 인식 등을 짚어보기 위해 기획됐다. 또한 김소연 선투본이 전면에 내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가 2012년 대선과 한국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어 보았다.
아래는 김혜진 정책위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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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선거가 6일 정도 남았는데 이번 선거를 어떻게 보십니까
[김혜진] 일단 마음이 아프죠. 처음에는 경제민주화라고 해서 비정규직 의제가 굉장히 중요한 의제인 것처럼 비춰졌는데 그러다 안철수와 단일화로 정치개혁 문제가 핵심의제로 등장했잖아요. 단일화를 하고 나니 유신 청산이냐 아니냐로 논쟁이 붙으면서 정말 중요한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지점에서 안타깝죠.
-[참세상] 워낙 열악한 상황에서 김소연 후보가 출마를 했는데 김소연 선거투쟁본부가 남긴 것은 무엇이고, 어떤 의제를 던졌나요
[김혜진] 완전히 묻힐 뻔했던 노동관련 의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TV토론도 마찬가지고. 쌍용자동차 문제나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 그런 것은 중요한 역할이었다고 생각하구요.
그러나 저희가 진짜 중요하게 보는 것은 단지 이런 의제를 알렸다는 것이 아닌 그동안 투쟁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각자 다른 이야기인 것처럼 보였는데, 따로따로가 아닌 우리 사회구조의 문제고 결국 재벌의 문제라는 하나의 전선을 만들려고 했던 데서 나름 의미가 있었다 생각해요.
-[참세상] 그런 답변엔 이런 반론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이정희 후보의 역할이 아녔는가. 김소연 후보나 선거투쟁본부의 영향은 별로 많지는 않지 않았느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혜진] 당연히 김소연 선투본은 영향을 많이 미치지는 못했죠. 그런데 김소연이 원래 목표로 한 건 김소연 자체의 영향이 아니라 지금 투쟁 중인 노동자가, 지금 투쟁하는 강정이, 지금 투쟁하는 사람들이, 대선 때 무기력하게 있는 게 아니라 이 공간에서 최선을 다해 자기 이야기를 하게 하고 그 흐름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는 걸 봐야 해요. 김소연 후보나 선본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지 않았거든요. 누군가가 그 이야기를 하게 만들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우리 사회 이런 중요한 문제로 다루고, 그 문제들의 근원적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를 생각하게 만들었다는데 있습니다.
김소연의 등장, 어떤 의미가 있나
“진보정치, 상층에서 각 투쟁 영역의 고민을 압도해 왔다”
-[참세상] 선거 초기에 나왔던 질문이긴 한데, 그런 목표였다면 굳이 후보 전술을 사용할 필요가 없지 않았나요. 수 억의 돈을 들여가며 선거에 나올 필요가 있었다고 지금도 생각하시나요
[김혜진] 투쟁을 잘하게 하는 게 뭘까요. 저는 그게 고민이 되요. 개별사업장 투쟁을 잘하는 것은 선거 이전이든 직후든 다 잘할 거라는 거죠. 지금도 잘하고 있고. 개별 투쟁을 잘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개별 투쟁이 우리 사회의 어떤 구조적 문제인가를 이야기 하는 게 핵심이라는 거죠.
왜 우리 사회가 문제인가. 왜 철탑에 올라갈 수밖에 없을까, 왜 많은 사람이 자기고통을 호소할 수밖에 없느냐에 대한 질문이라는 거죠. 저는 김소연 후보의 등장 자체가 그 질문을 내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사람들의 투쟁이 왜 우리사회에 있을 수밖에 없는가. 그것은 단지 투쟁의 개별 요구 해결이 아닌 때로는 대단히 정치적 문제이기도 해요. 우리사회가 어떻게 재벌중심으로 짜여지면서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를 보여주기도 한다는 거죠.
-[참세상] 그런 부분에서 유세나 여러 투쟁현장을 가서 보고 느낀 성과가 있나요
[김혜진] 생각보다 실제 노동자들이 굉장히 무기력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일단 진보정당 운동의 실패로부터 무기력해진 것도 있구요. 민주노총이 자기 역할을 못하면서 무기력해진 것도 있고 이러니까, 투쟁사업장은 대단히 고립되고 자신들만 고군분투한다는 느낌을 굉장히 받는 것 같아요. 특히 선거 때가 되면 이런 느낌은 훨씬 심해지거든요. 무수히 많은 얘기가 난무하지만 정말 목숨을 거는 자기들은 드러나지 않는 상황인거죠. ‘그럼 도대체 우리는 뭔가’ 하는 마음이 든다는 거예요.
그러나 어렵지만 함께 목소리를 높이고 이야기하면서 최소한 이 작은 0.01%라는 공간 안에서라도 완전히 배제된 상태로 무력하게 있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을 점유하고 그 안에서 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큰 것 같아요. 당연히 이 시기에 투쟁을 열심히 한다는 생각도하는 데요, 투쟁을 열심히 한다는 게 정치일반이 전면화된 상황에서 배제된 자들의 목소리 이상으로 이 공간을 휘젓기는 어려운 조건이라는 거죠.
누구도 김소연 후보가 이슈 파이팅이 확 될 거라는 기대는 안했어요. 꾸준히 한 공간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인 거죠. 그것이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노력의 첫발을 디딘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참세상] 유세 현장 분위기도 전해주신다면
[김혜진] 대구에 갔을 때 현장 노동자들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김소연 후보가 안 나왔으면 무기력할 뻔했다는 거예요. 대구는 특히 박근혜 편향이 강한 곳이라 다른 진영은 힘도 못쓰고 투쟁노동자 얘기는 더 어려운 조건에서 대구 동지들이 힘을 합해 목소리를 내고 공공연하고 대중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활력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제 고민은 이런 거예요. 김소연은 자꾸 투쟁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투쟁은 어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하고 이런 것만 투쟁이 아니잖아요. 정보인권을 위해 정책을 내고 노력하는 것도 투쟁이고요, 인권단체들이 반인권적인 정부에 맞서 싸우는 것도 투쟁이죠. 꼭 강정처럼 부딪히는 것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것은 이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이야기하는 흐름이 많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 흐름이 아직 포괄적으로 엮이는 경험이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민주노동당 운동의 경험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 운동이 각 영역에서 사회변화를 위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의미를 충분히 엮고 받아들이고 있었느냐를 봐야 해요. 거꾸로 보면 정치라는 게 상층정치라는 개념으로 각 영역의 고민을 압도한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사회 변화를 위해 정책이든 투쟁이든 끊임없이 애써왔던 수많은 사람의 문제의식을 온전히 하나로 엮기 위한 노력이 굉장히 중요한 정치인 것 같아요. 그걸 이제부터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죠.
“문재인 일자리 정책 성공하려면 설득이 아닌 직접적인 규제정책 필요”
-[참세상] 문재인 후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일자리 뉴딜을 제안했습니다. 그 시점이 네거티브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던진 건데요. 노동운동 진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 같아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혜진]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정책은 너무 당연한 얘기인 것 같아요.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축소는 오래된 얘기고 일정 진전시킨 측면도 있어요.
하지만 민주당과 서울시가 이야기한 각종 외주용역 정책은 민간위탁을 제외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공공부문에서는 용역과 민간위탁을 다른 개념으로 사용해요. 적용되는 법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민간위탁은 완전히 업무자체를 통으로 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민영화의 한 과정이기도 한 거죠. 외주용역은 사업을 통으로 넘기는 게 아니라 노무 도급의 형태를 갖고 있죠. 지금 대다수 간접고용 대책은 다 거기 집중돼 있어요. 원래 공공부문 정책이 대부분 한 축으로는 직접고용을 줄이고 한 축은 간접고용으로 처우개선을 하면서 민간위탁을 전면 확대하는 전략이었어요. 그래서 민간위탁 재직영화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사실 큰 의미가 없는 정책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그것뿐만 아니라 더 큰 문제는 대기업 관련한 문제에 있어요. 저는 민주당의 일자리 정책을 볼 때마다 도대체 대기업을 어떻게 강제하겠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민주당 정책은 고용형태 공시제도에요. 고용형태 공시제도는 비정규직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를 사회적으로 드러내겠다는 건데, 공시제도를 통해 재벌대기업 규제가 된다고 누가 믿겠어요.
저기는 비정규직을 100% 사용해도 된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효과만 있을 뿐이죠. 그것은 재벌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다는 건데, 굉장히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재인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려면 설득이 아니라 직접적인 규제정책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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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연 선투본은 공식 선거 첫 날 삼성 본관 앞에서 삼성 피해 당사자들과 함께 첫 유세를 진행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
-[참세상]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요
[김혜진] 오늘 아침에도 아웃소싱 타임즈라는 신문을 봤는데 (재벌 기업들은) 노골적으로 재벌규제에 반발하고 있어요. 가당치도 않은 허무맹랑한 공약이라며 너희들의 얘기는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죽이는 정책이라고 역공을 하고 있어요.
결국 이데올로기적으로 우위를 점하려면 사회적인 호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물적인 재벌규제 정책이 들어가야 한다는 거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지금으로선 법과 제도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비정규직 양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밝혀야 해요. 재벌 대다수가 기간제보다는 간접고용으로 선회하고 있는데 간접고용에 대해 얼마나 책임 있는 법안을 내놓을 거냐에 있어요. 민주당은 직접고용에서 사용사유제한이라는 굉장히 긍정적인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간접고용 관련해서는 여전히 제대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요. 파견법을 허용하고 일정하게 손을 보는 수준이라 결과적으로 재벌 개혁은 실패할 거라고 봐요.
그렇게 보면 비정규직을 반 수 이상 줄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구요. 문제는, 그럼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 수를 줄일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를 봐야 해요. 재벌들이 단가인하 압력을 하고 심지어 재벌들이 비정규직 고용형태까지 공공연히 개입하고 관여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저 중소기업에 돈을 지원함으로써 정규직을 많이 사용하게 한다? 이건 이미 비정규직 문제에 실효성이 없다는 게 드러난 대책이잖아요.
물론 공공부문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자가 많을 무렵이라 일정하게 일자리가 생길 수 있어요. 하지만 다른 영역에서 재벌에 강력한 규제가 없이는 허황된 얘기로 끝날 겁니다. 그리고 재벌에 대한 강력한 규제 의지는 보이지 않고 사회적 압력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또 일자리 빅딜 제안에서 말한 사회공공서비스 일자리도 꼭 한마디 해야겠는데요. 많은 전문가들이 사회공공서비스 일자리엔 손도 댈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해요. 노무현 정부부터 사회서비스시장화 전략을 택해서 자격증을 마구 양산하고,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는 사람만 남게 한 거예요. 바우처 제도로 사회서비스 확산을 오히려 가로막는 구조고요.
그런 상황에서 사회서비스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이 구조를 완전히 바꿔야 해요. 지금 같은 바우처 시스템과 시장화 방식을 다 바꿔야 한다는 저죠. 공공부문 사회서비스 각각의 영역을 공적영역으로 전환시켜야 해요. 지자체가 됐던 정부가 됐던 책임지고 기관을 설립하고 전체를 책임지는 구조로 가야 하거든요. 그 정도의 재정지출 의사가 있느냐는 거예요. 이렇게 양산해 놓은 불안정 노동자(비정규직) 수가 상상을 초월하는데 그걸 공적으로 전환시킬 의사가 있다면 그만큼 재정지출하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아요.
“문재인 정부, 재벌에 대해 실질적인 규제할 수 있을까”
문재인의 진정성 문제가 아닌, 삼성과 현대차 불법도 명시적으로 지적하지 못하는 문제
-[참세상] 뉴딜선언에서 내년부터 당장 20조를 추경으로 편성해 일자리를 선도하겠다고 했습니다. 진보진영에서 제기한 몇 가지를 담긴 했던군요
[김혜진] 국방비 줄이겠대요? 아니잖아요.
-[참세상] 제기하신 문제 중 중소기업 고용 여력을 늘리기 위해서 대기업이 납품단가 문제도 경제민주화해야 한다는 내용 등은 평가해 줄 만하지 않나요
[김혜진] 그런 정도는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핵심은 문재인 정부가 재벌에 대해서 실질적인 규제를 할 수 있느냐를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가장 대표적으로 삼성에 대해 한마디도 못하고 있고, 정몽구의 불법파견 문제처럼 구체적으로 드러난 사안에 대해서도 정몽구를 구속시키라고 얘기하지 못하고 있죠.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재벌의 왜곡과 잘못에 대해 명시적으로 지적하지 못하고, 사회적 압력으로 해결할 수 있냐는 거예요. 정말 재벌과 맞장을 뜰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거죠. 저는 그런 점에서 김소연 후보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문제의 핵심이 재벌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그들에게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치고 나가지 않으면 도대체 어떤 수준에서 그들을 설득하고 가능하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참세상] 문재인을 두고, 김소연 진영에서는 참여정부 시절의 노동 탄압만 너무 물고 늘어지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문재인은 계속 진정성과 소통을 얘기하는데 진정성 부분에서 좀 평가해 줄 수 있지 않나요
[김혜진] 저희가 얘기하는 건 문재인 후보에게 진정성이 있다 없다 이런 문제가 아니에요. 과거에 당신들이 어땠다가 아니라, 현재 우리나라 산업구조와 권력구조 안에서 여전히 재벌기업에 일정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 세력이, 가장 근원적인 문제인 재벌에 칼을 뽑고 강력한 규제를 할 수 있는 세력이냐는 것입니다. 그들의 진정성 문제가 아니라 위치의 문제라는 거죠.
야권이 우세인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쌍용차 문제는 많이 얘기하지만 56명이나 사망한 삼성 백혈병 문제는 청문회 요구도 높았지만 강하게 하지는 않고 있죠. 그 문제는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제기하기 보다는 심상정 의원이 주도한 측면이 커요. 과연 민주당이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지 궁금해요. 결국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이 어디에 있느냐에 관한 문제라는 겁니다.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이 노동자인가. 아니잖아요.
노동자들은 박근혜가 끔찍하니까 어쩔 수 없이 문재인을 찍어야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민주당이 노동자의 정치적 기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러면 중산층이냐? 중산층도 허구적 개념이거든요. 민주당은 여전히 기업에 기반을 두고 있을 수밖에 없어요. 사실 재벌 대기업들이 민주당이냐 새누리당이냐에 따라 자신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보다 편하게 어떻게 관리를 하느냐에 관한 문제로 보인다는 거예요.
대통령 후보 개인이나 몇 사람의 의지가 아니라 전반적 세력관계 안에서 재벌을 규제할 수 있느냐, 자기 힘을 가질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정말 우리는 재벌과 단절하고 노동자 편에서 재벌과 맞장을 뜨겠다고 선언한다면 모르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여전히 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하는 정책을 내면서 재벌을 규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이죠.
“문재인의 재벌규제, ‘재벌 심하니 적당히 해라’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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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재벌에 대한 공분이 높아서죠. 문재인은 재벌과 맞장을 뜨는 방식보다는 사회적 공분이나압력을 이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요. 사회적 압력을 이용해 재벌에 받아낼 수 있는 양보치가 어디까지인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거죠. 출자총액제한제나 순환출자문제를 보면 소유구조에서 핵심적 잘못 등은 제기하지만 근원적으로 재벌 시스템 자체를 흔들만한 계획을 내놓지는 않잖아요. 소유구조의 일부 문제를 개선한다고 해서 사회전반에 행사하는 재벌의 영향력이 줄어드느냐는 거예요. 그건 ‘너희는 너무 심하니 적당히 해라’ 수준 이상으로 나아가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문재인 후보가 사회적 설득과 사회적 압력 방식을 끊임없이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굉장히 안쓰러워 보여요.
-[참세상] 문재인의 그런 태도는 한국 사회는 레드컴플렉스보다 더 심각한 게 재벌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콤플렉스가 강한 것 같습니다. 공포가 있다고 할까요
[김혜진] 굉장히 큰 생각으로 자리 잡고 있죠. 그러나 거꾸로 재벌이 망한 사례를 볼 필요가 있어요. 이를테면 대우그룹이 망하고 뿔뿔이 흩어졌죠. 그래서 우리 사회가 망했느냐는 거예요. 재벌끼리 경쟁에서 한 재벌이 밀려나면 대부분 또 다른 재벌이 그 재벌을 잡아먹고 다시 몸집을 키우는 방식으로 작동을 하죠. 사회가 망하는 구조가 아니죠. 재벌이 망한다는 뜻은 기업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재벌그룹에 속했던 각 기업이 분산되고 무수히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다시 또 누군가의 소유로 전환한다는 얘기예요.
그래서 공적자금 측면을 보면요, IMF 경제위기이후 재벌기업에 엄청난 공적자금을 들이부었고, 고환율정책으로 재벌기업의 이익을 유지시켜주고, 세금은 어마어마하게 감면해줬죠. 이미 그런 공적자금이 어마어마하게 재벌기업에 들어가 있는 것을 사회로 환원하는 방법을 찾으면 재벌이 망했을 때 완전히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라 그 재벌의 소유구조 자체가 왜곡시켜왔던 것을 다시 되돌리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재벌이 망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도 아니지만, 재벌이 잘되면 나라가 잘되느냐도 봐야 해요. 재벌의 경제 전체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했죠. 중소기업은 단가인하 압력으로 한계상황이 됐어요. 예전처럼 중소기업에 기술을 공유하면서 공생전략을 채택하고 있지도 않잖아요. 실태조사를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데 최근에는 기술공유를 어디까지 하느냐면 현대차라면 모비스는 기술공유를 한다는 거예요. 재벌그룹 안에서 다른 하청을 관리하는 하청을 쪼개서 경쟁시키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전환한지 오래 됐어요. 나머지 하청은 살아남기 어렵죠. 그런데다 재벌이 중소영세 상권에도 마구 진출하면서 거기도 파괴하고 있어요. 재벌의 환경파괴, 민주주의 파괴 모두 심각한 수준에 왔죠.
재벌의 집중력은 사회적 구조를 왜곡하고 파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거예요. 재벌이 망하면 사회가 망하는 게 아니라 재벌이 빨리 망해야 사회구조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인식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해요. 재벌이 사회구조와 시스템을 얼마나 심각하게 왜곡하고 사회적 자원을 얼마나 독식하면서, 다른 자원들을 한계상황으로 만드는지를 충분히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재벌자산 사회화, 고환율, 감세 정책 등으로 재벌에 퍼준 재산을 본다면...”
-[참세상] 그런 면에서 재벌자산 사회화 같은 주장은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반응은 좀 있나요
[김혜진] 몰수라는 개념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인상이 있는 것 같아요. 표현을 좀 더 잘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저희 고민은 지금의 재벌의 자산은 처음부터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삼성 이건희 일가가 1%도 안 되는 지분을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삼성을 움직이며 부를 축적하느냐. 그들이 축적한 부가 노동자나 중소영세 사업장이나 일반 노동자 민중의 자원을 그들이 다 흡수해서 축적해왔는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들이 가진 재산이 핵심이 아니라. 정부가 퍼다 준 재산이 있죠. 대표적으로는 고환율, 감세 정책으로 정부가 돈을 퍼다 준 게 있고, 자기사업장 노동자들을 어마하게 빨아 먹은 게 있어요. 불법파견 문제나 백혈병 문제가 이를 반증하는 거죠. 여기에 더해 불법과 탈법도 있죠. 이런 과정을 거쳐 그들이 사회적 자원을 전부 독식했다는 거예요.
그럼 그 독식한 자원을 토해내게 하지 않으면 사회 왜곡 구조를 전환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는데 재벌자산이라는 표현이 너무 생경하게 들렸던 것 같아요.
-[참세상] 그런 왜곡된 구조를 전환 시키는 방식자체가 몰수방식이 아니고선 어렵지 않나요
[김혜진] 그렇죠. 어려워요. 고민 끝에 몰수라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불법이면 몰수해야 한다고 생각은 해요. 실제 불법도 어마어마하죠. 불법도 엄청나겠지만 문제는 불법자산을 몰수하려면 당연히 어떤 행위가 불법이었는지 확인해야 돼요. 그동안 주가조작 등 경영권 인수과정부터 시작해 그런 자산을 몰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저는 불법뿐만 아니라 실제 법을 빙자해서 저질렀던 문제에는 사회적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정부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노동자 민중의 삶을 괴롭히면서 재벌에 그것을 집중시켜 줬는가, 그 정책을 문제제기하고 그것을 사회에 환원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죠. 강제몰수가 될지 다른 정책적 방식으로 특정 기간에 대폭적인 증세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런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지금의 이런 탐욕을 통해 사회구조를 왜곡시키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는 거예요.
-[참세상] 그런데 새누리당은 불법파견도 합법으로 만들기 위해 사내하도급법을 제출하고 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합법인 법안을 다시 규제로 돌리자는 것은 여야 힘 관계상 어렵지 않나요
[김혜진] 당연히 힘 관계 문제가 있죠. 말씀하셨듯이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는 재벌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공포감이 있죠. 그런데다 재벌이 각종 법적 사회적 자원과 부를 독식하고 있어서 싸움도 어려워요. 정치적 권한도 많이 행사하고 있잖아요. 농담처럼 삼성 장학생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여기에 맞서 싸운다는 건 우스운 얘기처럼 보인다는 거죠.
저희는 그렇기 때문에 노동권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그건 뭐냐면 실제 재벌의 문제들을 내부로부터 드러내고 견제할 수 있는 힘이 어디서 생기냐. 한 축으로는 바깥에 있죠, 바깥에서 문제제기하고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한편 재벌기업 내부 노동자들이 자기 권리를 찾아나가면서 그 기업의 문제를 스스로 폭로해 나가고 견제하는 힘을 갖기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노동법 문제가 단지 노동자의 권리만이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김소연 후보가 하고자 했던 그 역할을 통해서 사회적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힘을 구축해야 한다는 거예요.
재벌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생각보다 굉장히 커요. 문재인 후보도 그걸 캐치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걸 통해 일정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정책을 내놓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분노들을 모아 재벌들에게 약간의 압력을 넣어 약간의 양보를 하게 하는 방식으로 가게 할 거냐 아니면 보다 근원적이고 의미 있는 대안을 제출함으로서, 우리가 재벌자산 몰수라 표현했던 그런 방식을 통해 재벌에 피해를 받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새롭게 조직하고 모아낼 계획을 세울 것이냐의 문제라는 거죠.
아직 우리는 그런 계획과 전선을 형성한 기억이 별로 없어요. 이제부터라도 그런 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시도가 시작되어야 하고 그것에 대한 첫 출발이 재벌 문제와 그들이 어떻게 이 사회를 왜곡시켰느냐에 대한 폭로였다는 거죠.
[2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