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사람

줄잇는 애도의 걸음 "정광훈 형님이 그립다"

참된 2011. 5. 15. 11:20

 

광주 조선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의 영정

광주 조선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고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의 영정 ⓒ김철수 기자

 

줄잇는 애도의 걸음 "정광훈 형님이 그립다"

광주=정혜규 기자   민중의 소리   입력 2011-05-14 18:04:48 / 수정 2011-05-14 21:07:29

 



72세를 일기로 13일 타계한 故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의 빈소가 차려진 광주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진보진영 원로들과 농민, 노동자들의 조문이 잇따르고 있다.

14일 0시께 마련된 빈소에는 새벽부터 많은 인사들이 찾았다. 이날 오전에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조문을 왔으며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고문, 민족자주평화통일회의 송권수 광주전남 의장 등도 빈소를 찾았다.

고인이 평소 청년, 노동자, 농민들과 폭넓게 교류했던 만큼 청년단체 회원들과 농협노조 관계자 등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의 방문도 잇따랐다.

빈소가 마련된 조선대병원 인근에는 한국진보연대, 전교조시민사회단체들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현수막을 걸어놨다.

이날 빈소를 방문한 고인의 선.후배, 지인들은 고인의 행적을 되돌아보며 갑작스런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89년 고인을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집회에서 처음 만났다는 송권수 의장은 "정광훈은 자기 앞에 어떠한 욕심도, 기득권도 없던 사람"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송 의장은 "정광훈은 한평생 민중 속에서 민중을 위해 한길을 걸어온 사람이었다"며 "앞에서 큰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는 사람인데 언제나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내줬다. 그 정신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교통사고 소식을 뉴스로 접한 이후 두 차례 문병을 왔지만 한번도 보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는 그는 "금남로에서 마이크를 잡고 농민의 언어로 전두환, 노태우를 비판했던 모습이 그립다"며 "훌륭한 사람을 뒷바라지 하지 못한 죄책감이 크다"며 안타까워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광석 의장은 "정광훈 상임고문은 지도자라기 보단 민중의 벗이었다"며 "호치민이 '아저씨'라고 불렸듯이 정 고문은 '형님'이라고 불렸다.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인간적으로 소탈하고 늘 현장에 있던 모습이 보고싶다"고 애통해했다.

이 의장은 "농민과 민중이 울분을 토할 때 늘 먼저 달려간 사람"이라며 "전농이 그동안 잘 하지 못한 부분이 죄송하다. 앞으로 정 고문처럼 농민들의 언어로 늘 현장 속에 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빈소 찾은 노동자들 "현장에서 열심히 투쟁해 승리하겠다"

 

 


헌화하는 김영훈 위원장

14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속동에 위치한 조선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정광훈 의장의 빈소를 찾은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헌화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묵념하는 민주노총

14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속동에 위치한 조선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정광훈 의장의 빈소를 찾은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과 산별위원장들이 묵념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故정광훈 상임고문은 '민중의 벗'이었다. 이날 정 고문을 조문하러 온 노동자들은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정 상임고문은 지역과 직종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함께 있던 '동지'이자 '친구'였다.

14일 오후 5시50분께 500여 노동자들이 정 상임고문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 조선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단체로 조문을 왔다.

이날 오후 3시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18민주항쟁 31주년 기념 5월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친 500여 노동자들이 인근에 위치한 장례식장을 찾은 것.

금속노조, 공무원노조 등에 속한 노동자들은 이날 정 고문을 추모하며 그간 가슴 속에 쌓아둔 고인과의 인연을 털어놓았다.

전국공무원노조 장석진(51) 조합원은 "정 상임고문은 우리가 힘들 때마다 늘 '위트'로 어려운 분위기를 바꿔주었다"고 회고했다.

장 조합원은 "정부 등에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빨갱이'로 몰아세울 때 정 고문은 '전교조가 빨간 수박을 먹고 씨를 뱉으면 '참교육'이 열리고, 공무원노조가 빨간 수박을 먹고 씨를 뱉으면 '공직사회 부패 척결이' 열린다고 했다"며 "늘 어려울 때마다 함께 해주며 의로운 일 함께하자고 했던 정 고문이 그립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안병주(39) 광주지역금속지회장은 "정 고문이 재작년 강연에서 구수한 사투리로 '혁명가는 낙관, 신념을 가지고 살아야한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정 고문은 광주전남 동지들 사이에서 언제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던 운동의 아버지였다"고 설명했다.

안 지회장은 "정 고문은 'Down Down U.S.A, Down Down WTO' 등 항상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짚어냈다"며 "지난달 10일께 예식장에서 만나 인사 드렸을 때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지금도 앞에서 웃고 계실 것 같은데 돌아가셨다니 애통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정 고문을 계속 가슴에 품고 살겠다"던 그는 "현장에서 열심히 투쟁해 내년 총.대선에서 승리한 세상을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다.

환경미화원 노조인 전국민주연합노조 이미숙(50) 부위원장은 "정 고문이 해남 지역 미화원 노조 교육을 해주기로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셨다"고 안타까워했다.

 



노동자 대회를 끝내고 고 정광훈 의장 빈소를 찾은 노동자들

14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속동에 위치한 조선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정광훈 의장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절하는 조문객들

14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속동에 위치한 조선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정광훈 의장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이 부위원장은 "천안에서 농민대회가 있던 날, 해남에서 환경미화원노조를 만들었다고 말하니 쉬지도 않고 술한잔 하러 찾아오셨다"며 "농민과 미화원이 어렵고 힘든 시기를 같이했다는 생각에 우리를 많이 생각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사무실이 같은 건물에 있어서 정 고문과 홍어회, 막걸리를 자주 먹었다"며 "항상 즐겁고 소탈했던 모습이 그립다. 오빠같은 분이자 존경하는 분이었다. 오래 사실 것 같았는데 돌아가셨다니 이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고 애통해했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자 나모(47)씨는 정 상임고문을 자신의 '롤모델'로 꼽았다. 그는 "정 고문을 지켜보면서 단 한번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는 모습을 못봤다. 오로지 민중을 위해서만 살아오셨다"며 "마지막까지 후배들을 양성하겠다며 교육기관을 만들고자 했는데 그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한편 정 상임고문과 지난 2년간 함께 살았던 농민 김종수(49)씨에 따르면 정 고문은 지난달 20일게 해남지역 학교급식노조 노동자들에게 마지막 강연을 했다.

당시 정 고문은 "가장 불상한 사람이 조국, 조직, 조상이 없는 사람"이라며 "요즘은 조직이 없는 사람이 불쌍하다. 그런데 여러분은 조직이 있으니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김 씨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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