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랜드일반노조 월드컵분회 노래패에서 홈플러스 노조 노래패로 거듭난 '비상'이 걸어온 길을 담은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 조혜원 | |
이랜드 투쟁 역사를 담은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모두 두 가지로. 하나는, 이랜드일반노조 월드컵분회 노래패에서 홈플러스 노조 노래패로 거듭난 '비상'이 걸어온 길을 담은 앨범이에요. 이랜드 사진들 죽 정리하다가, 그리고 새해 비상 첫 노래연습을 생각하면서 만든 거랍니다.
제가 참 자주하는 말이긴 하지만,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하지요. 비상 언니들한테 비상이 만들어진 이야기부터 만들고 난 뒤 일들까지 새록새록 기억나게 해주고 싶었답니다. 돌이킬 수도, 잊을 수도 없는 그 아픈 설렘들, 추억들을 함께 간직하고 싶었거든요.
저부터 그 시리고도 예뻤던 추억 들을 더듬으며 사진을 골라서, 백 오십 여장에 이르는 사진들을 뽑아 앨범으로 만들었습니다. 비상 새해 첫 노래연습 때 언니들과 먼저 구경하고는 홈플러스 노조 사무실에 고이 보관해 놓았습니다.
▲ 기억을 지배할, 기록을 담은 '이랜드 투쟁 앨범.' 이랜드 투쟁 사진들을 모아 앨범을 만들어 드리겠다던 약속, 좀 늦었지만 지켰습니다. © 조혜원 | |
더불어 지난해 말 이랜드일반노조 분들한테 작은 약속을 해드린 게 있었죠. 이랜드 투쟁 사진들을 모아 앨범을 만들어 드리겠다고요. 뜻밖에도 이랜드일반노조에서는 직접 갖고 있는 사진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게 된 약속이었습니다. 그 약속을 좀 늦었지만 드디어 실천해 보았습니다.
앨범 첫 장에는 저렇게 소박한 편지글도 남겼지요. 앨범 안에 담을 사진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시간들, 장면들을 고르느라 신경을 썼습니다. 시간 순으로 나열해 보려는 노력도 좀 기울여 보았고요. 특히 언제나 기억해야 할 분, 이랜드 투쟁을 겪으며 함께 험난한 길 걸어온 이랜드일반노조 홍윤경 사무국장님, 이남신 수석부위원장님 것도 따로 모았습니다. 이제 소속은 달라졌지만, 언제나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저부터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앨범 안에 담을 사진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시간들, 장면들을 고르느라 신경을 썼습니다. 지금은 소속이 달라진, 이랜드일반노조 홍윤경 사무국장님, 이남신 수석부위원장님 것도 따로 모았습니다. © 조혜원 | |
보는 것만으로도 치 떨리는 이 사람, 이랜드 박성수 회장 얼굴도 앨범 맨 마지막에 담았습니다. 보기 싫어도, 때론 봐야 하거든요. 그래야, 잊지 않아야 할 다짐들, 마음들 계속 살아있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은평구 주민이자, 진보신당 당원으로서 이랜드 투쟁을 지켜보며 찍은 180여장 즈음 되는 사진들을 앨범에 담아, 얼마 전 열린 홈플러스 노조 월드컵지부 총회 자리에 다른 당원 분들과 함께 찾아가 조합원 언니들께 전해드렸습니다.
▲ 이랜드 박성수 회장 얼굴도 앨범 맨 마지막에 담았습니다. 보기 싫어도, 때론 봐야 하거든요. 그래야, 잊지 않아야 할 다짐들, 마음들 계속 살아있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 조혜원 | |
"이게, 언제야. 벌써 까마득해~" 하시며 앨범을 다들 열심히 보시더군요. 그 모습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답니다. 지금은 홈플러스 노조 부위원장님이 되신, 이랜드일반노조 월드컵분회에서 직무대행을 맡았던 언니가 이랜드 문화제 같이 치를 때 한 번씩 이런 말씀을 웃으며 하셨어요. 마지막 문화제 알리는 핸드폰 문자에도 남긴 글귀죠.
"동지들, 평생 A/S 기억하시죠? *^^*"
이 앨범들이, 이랜드 투쟁에 연대한 우리들이 치러 갈 평생 A/S까지는 아녀도 그 첫걸음 정도는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 나름으로는 한 가지 A/S를 더 했네요. '비상' 노래연습 때 늘 갖고 다녔던, 스피커에 연결해서 반주를 담당했던 제 엠피쓰리를 비상 회장 언니한테 민중가요를 가득 담아 선물로 드렸습니다. 그 언니가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제가 엮은 <민중가요 명곡 175선> 시디를 들을 수가 없어서요.
▲ '비상' 노래연습 때 늘 갖고 다녔던, 스피커에 연결해서 반주를 담당했던 제 엠피쓰리를 비상 회장 언니한테 민중가요를 가득 담아 선물로 드렸습니다. © 조혜원 | |
어쩌면 때마침 제가 엠피쓰리를 하나 새로 샀거든요. 그래서 많이 헐고 기능도 좀 쇠약해진 저 엠피쓰리를 드릴 수 있었답니다.
헌 엠피쓰리를 받으면서도 “이거 노래연습 할 때 쓰던 그 엠피쓰리 맞지?”하시며 기쁘게 받아주셔서, 저도 흐뭇했네요. 5년 가까이 쓴, 내가 처음으로 사본 엠피쓰리인지라 정이 많이 들어서 드리기 전에 한 컷 남겨 놓았죠.
마지막으로 저도 A/S 받은 이야기 하나 해 드릴 게요. 며칠 전 '비상' 노래연습을 새로 마련한 홈플러스 노조 사무실에서 했습니다. 너무 깨끗한 새 건물이라, 적응이 잘 안되긴 해도 분위기만은 편안했답니다. 장소는 바뀌었지만, 사람들만큼은 그대로였으니까요.
그 때 새로 만든 홈플러스 노조 조끼를 받았네요. 많이 만들지 못해 전 조합원이 다 받지 못한 아주 귀한 조끼인데요, 비상 매니저라는 까닭에 조합원도 아닌 저한테 다 주시지 뭐에요. 처음엔 마냥 기뻤지만 저 조끼 값을 어찌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바로 밀려옵니다. '비상' 공연 잘 치르라고 준 것인 만큼 조금씩 실력을 키워서 저 귀한 조끼를 입고 사람들 앞에 설 길을 탄탄하게 만들어가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샘솟습니다. 이런 것도 ‘물질’의 힘인가요? ^^
▲ 많이 만들지 못해 전 조합원이 다 받지 못한 홈플러스 노조 조끼, 비상 매니저라는 까닭에 조합원도 아닌 제가 다 받았답니다. 앞으로 비상 공연 잘 치러야겠다는 걱정과 다짐 섞인 마음이 함께 일어 납니다. © 조혜원 | |
잠시 옆으로 샜지만, 이랜드 앨범 이야기 마치면서 이랜드 투쟁 시간을 담은 앨범 맨 앞에 꽂아 둔, 저랑 같이 이 투쟁을 치러낸 동네 당원들의 소박한 마음을 담은 소박한 편지글 아래에 붙여 봅니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사진 작업도, 아래 편지글도 제가 만들고 쓴 거랍니다. 하지만 저는 손과 시간만 빌려드린 것뿐입니다.(돈도 제 돈을 쓴 게 아니고요.) 앨범도 편지글도 모두 저처럼, 아니 저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이랜드 투쟁을 함께 지켜 본 사람들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감히 우리가 함께 드리는 편지글이자 A/S라고 말해보고 싶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