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며

싸우는 사람들의 연대가 희망이고 출발이다

참된 2009. 11. 1. 09:35

싸우는 사람들의 연대가 희망이고 출발이다

10월, 서울상경투쟁을 다녀와서

2009-10-28 20시10분    김주원    미디어충청

 

 

지난 주,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는 서울을 무려 사흘이나 다녀왔다. 10월 20일(화)은 ‘기륭공대위, 쌍용정투위, 용산범대위 연대집회’ 및 ‘기륭전자분회 투쟁 문화제’가 있었다. 그리고 10월 23일(금)은 ‘경북지역 투쟁사업장 동지들의 서울순회투쟁’을 함께 했다. 그리고 10월 24일(토)은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가 있는 날이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본다. 해고된 지 이제 6개월, 나도 어느덧 비정규-장기투쟁 사업장의 투사가 되어버린 걸까?

우리 지회는 무슨 회의만 갔다 오면, 씩 웃으면서 “일감 따왔다”라고 말을 한다. 충남지부 운영위원회, 금속노조 비정규투쟁본부, 지역지부 대표자회의 그리고 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전국비정규연대회의 등등 회의만 가면 무슨 투쟁들이 그렇게 많은지 머리가 복잡해질 지경이다. 더구나 아침저녁 출근투쟁 및 유인물 나눠주기에다가 천막지키기 등 지회의 기본 일정도 소화하기도 벅찬데, 무슨 집회는 그렇게나 많은지 말이다.

하지만, 우리 지회 동지들은 모두가 알고 있다. 어려운 사람들끼리 먼저 도와야한다는 것을! 그래서 선뜻 하루하루 일정들을 조율하고, 일감(?)들을 나누고, 인원 배분을 한다. 사장이랄 수 있는 지회장과 작업반장인 사무장이 훌륭히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물론 노동강도를 완화 및 생활임금쟁취(?)를 위해 ‘노동조합 내에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어려운 투쟁을 함께하고 있는 동지들의 일정에는 모두가 함께한다. 그런 모습의 우리 지회가 나는 참 좋다.

대한민국 3대 악! 기륭(비정규직)-용산-쌍용차 연대투쟁

10월 20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는 우리 시대의 3대 악, 비정규직, 용산참사, 쌍용차 문제를 가지고 함께 했다. 경찰폭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도 했고, 이후에는 이명박정권의 사기정책 규탄 및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도 가졌다. 우리도 비정규직이라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정부에 해결을 촉구하는 것은 많이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 들만의 투쟁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 민중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말이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 자리는 특히 쌍용자동차 정리해고투쟁위원회 해고자들이 서른명 가까이나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었다. 옆에 앉아있던 창원공장에서 올라온 동지와 잠깐 이야기를 했다. ‘서울 날씨는 와 이리 춥습니꺼’라면서 ‘이런 외부집회는 처음인데, 마이 배우고 갑니데이’라는 말에 눈물이 날 뻔했다. 그래, 쌍용차 전사들은 혼란과 아픔을 딛고, 조금씩 투쟁을 준비 하고 있었다. 저녁에 이어진 기륭 촛불문화제 역시 의미가 컸다. 작년 김소연 분회장님이 망루에 올라간 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우리도 이제 그런 고강도 투쟁을 결의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지역에서 서울로! 경북지역 장기투쟁 동지들의 4박5일 순회투쟁

10월 23일은 경북지역 장기투쟁연대회의에서 지역 순회투쟁을 마치고 서울로 상경하는 날이다. 지난 4월, 질주투쟁에서 얼굴을 익힌 한합-HK지회, 코오롱정투위, 진방스틸지회, DKC 지회 등의 동지들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열심히 투쟁하고 계시는 경북과학대 동지들, 경주시 재활용 선별장 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역시 역전의 용사들답게, 투쟁 일정도 빡빡했다. 화요일 포항에서부터 시작해서 오늘까지 4박5일을 투쟁하고 있었고, 내일 비정규노동자대회까지 참석하신다고 했다.

순회투쟁단 단장이신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은 목소리가 쉴 정도로 열성적이었고, 나머지 노동자들도 당당하고 단호하게 투쟁하고 있었다. 12시 산업은행 앞에서 한합-HK 파산기업공기업화 및 산업은행 민영화를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그리고 2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경북과학대 사태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후 여의도 전경련 빌딩 앞으로 이동해서 DKC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대시민 선전전을 힘차게 전개했다.

전경련 빌딩에 악질기업 DKC자본의 본사가 있었고, 금속노조 포항지부장과 DKC지회장은 열흘째 그 앞에서 단식 노숙투쟁을 하고 계셨다. 이후 저녁에는 경북-서울지역 장기투쟁사업장 촛불문화제를 성대하게 치렀다. 비정규노동자대회 전야제라고 할 만하게 짜임새 있고, 힘차게 진행되었다. 경북지역에서 투쟁하시는 노동자들은 하나같이 투박한 말투와 쇳소리같은 목소리를 자랑하고 있었다. 나는 지역마다 발언이나 투쟁 스타일에도 약간은 차이가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비정규노동자대회 및 용산참사해결 노동자대회

드디어 10월 24일, 민주노총 ‘비정규노동자대회’이다. 처음 참석하는 비정규노동자대회라서 나름 기대를 하고 있었다. 더구나 우리는 사전행사로 잡히는 ‘비정규열사 추모제’때 노동가수 김성만 동지와 함께 무대에 올라갔다. 내가 처음으로 전국의 큰 무대에 데뷔를 하는 날이다. 물론 김성만 동지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구호 한번 외치고 왔지만, 무척이나 뿌듯했다. 나도 좀 더 열심히 투쟁해서, 큰 집회에서 발언도 한번 해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날은 특히, 시설관리하시는 어머님들이 눈에 띄었다. 그분들과 함께 구호를 외칠 때, 문득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가 떠올랐다. 우리 어머니도 빌딩 청소 일을 했는데, 최저임금이 위반은 물론이고, 퇴직금도 떼먹으려고 11개월씩 계약을 했다. 그런 문제에 항의를 하다가 얼마 전 해고되고 말았다. 그런 나의 어머니들이 이렇게 당당하게 투쟁을 하고 계신다. 이렇게 아들과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이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이놈의 사회! 지옥에 보내버려야겠다.

하지만 비정규노동자대회는 그렇게 힘 있게 진행되지는 못한 것 같다. 야간노동을 마치고 저 멀리 울산에서, 순천에서 올라오는 동지들도 있는데, 대여섯 시간 주구장창 앉아만 있었다. 요즘 경찰 놈들의 폭력이 도를 넘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서 더욱더 강력한 투쟁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집회할 때 연설하고 문화공연 듣는 것도 이제는 조금씩 질리기 시작한다. 겁도 나지만, 할 때는 해야 한다. ‘한다면 한다’가 금속노조의 오랜 구호라는 것을 떠올려 본다.

연대투쟁, 공동투쟁만이 비정규-장투사업장의 희망이다!

비정규-장기투쟁을 어렵게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연대의식’은 단연 돋보인다. 힘들고 어렵다보니 서로의 사정을 뻔히 알고 있을 뿐더러, 이런저런 공동투쟁을 통해 끈끈한 인연을 다져왔기 때문이다. 누구는 이런 모습을 ‘홀아비와 과부’의 관계라고도 하고, 누구는 ‘품앗이’투쟁이라고도 한다. 우리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도 어느덧 비정규-장기투쟁 사업장이 되어버렸고, 전국의 투쟁사업장 동지들과 끈끈한 인연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비정규 장기투쟁 노동자들은 내가 보기에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우리 지회만 해도 다음날인 24일(일) 민주노총 충남본부 서부지역지부 체육대회를 했다. 그날 재정사업을 위해서 점식 식사를 준비한다고 새벽부터 음식을 준비하고, 체육행사도 너무도 열심히 참여했다. 지난주 이런저런 일정들 때문에 온몸이 뻐근해도, 우리의 투쟁을 계속된다. 쭈욱~!


 
덧붙임
김주원 님은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입니다.